일상이 된 AI 번역 미래는…"인간과 함께 진화하는 길 열어야"

이세원 2023. 5. 1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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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번역원 26일 심포지엄…신인상은 번역기 사용 작품 배제키로
AI 번역 서비스 '파파고' [네이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장은 인공지능(AI) 번역기 등 기계 번역이 일상화된 현실에 관해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 현재의 기술력으로 어디까지 가능할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15일 말했다.

그는 이날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은 일본인이 인공지능(AI)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번역한 웹툰으로 번역상을 받은 사건의 후속 처리 과정을 설명하며 이같이 언급했다.

일본인 마쓰스에 유키코 씨는 네이버가 제공하는 AI 번역기 '파파고'를 활용해 한국 인기 웹툰 '미래의 골동품 가게'를 일본어로 번역했으며 이 작품으로 작년 12월 한국문학번역원이 주관하는 '2022 한국문학번역상' 웹툰 부문 신인상을 받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생기자 한국문학번역원은 재심을 거쳤으나 결국 마쓰스에 씨의 수상을 그대로 인정했다. 대신 앞으로는 번역기를 사용한 작품을 배제한다는 취지로 요강을 개정했다.

곽 원장은 작품 전문을 파파고로 번역해 수상작과 비교해보니 '예', '아니오'를 제외하면 같은 문장이 없었고, 마쓰스에씨는 내용을 파악하는 수준에서만 파파고를 활용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한국문학번역원은 비록 초기 단계에서 번역기의 도움을 받기는 했으나 후속 작업을 거쳐 완성한 작품 자체는 창의적이었다고 판단했다는 취지다.

간담회 참석한 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장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곽효환(왼쪽에서 두번째) 한국문학번역원장이 1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 참석 중이다. 2023.5.15

곽 원장은 사건 당시 전문가들조차 '우리도 (파파고를) 쓰는데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으며 자신도 일상에서 파파고를 활용한다고 번역기가 생활에 깊숙이 침투한 현실을 언급했다.

다만 그는 "신인상은 관문이기 때문에 기계 번역을 하지 않고 순수하게 본인의 힘으로 하도록 요강을 고친 것"이라며 기계로 번역한 작품이 출품되는 경우를 대비한 검증 방식은 내부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AI 번역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이를 둘러싼 법적·윤리적 쟁점도 부상하는 가운데 한국문학번역원은 'AI 번역 현황과 문학 번역의 미래'를 주제로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AI 번역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기 위해 AI 번역의 역사와 현황, AI 번역 활용 및 수용 가능성, AI 번역 관련 법제 및 윤리 문제, AI와 번역 교육 등 4가지 소주제에 관해 전문가들이 의견을 나눈다.

AI 번역기 '파파고' 기획에서 중추적 역할을 한 신중휘 네이버클라우드 파파고 이사, 문학 번역 및 콘텐츠 번역 분야에서 기계번역이 도달한 수준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마승혜 동국대 영어영문학부 영어통번역학 교수가 AI 번역이 발전해 온 역사와 가능성을 모색한다.

'글은 챗 GPT, 번역은 AI 파파고' (파주=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인공지능 챗봇 '챗 GPT'가 직접 쓰고 편집과 교열까지 본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이 출간을 하루 앞둔 2월 21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출판사 스노우폭스북스에서 공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매체 환경 변화에 따른 저작권 문제에 천착해 온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AI를 번역에 활용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법적 문제를 소개할 예정이다.

기계 번역 활용을 연구한 이창수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는 AI를 번역 교육 분야에서 활용하기 위해 짚어봐야 할 논점을 따진다.

이번 심포지엄의 기획위원장을 맡은 정과리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이날 간담회에서 "AI는 인간의 명령을 받아서 일을 하며, 자율권이 주어지지도 책임이 요구되지도 않는다"며 AI 활용으로 생기는 책임 문제의 복잡성을 언급했다.

그는 "AI 쪽의 자율권과 책임은 AI의 제작사에 귀속될 것 같지만 공공 이용 시설(혹은 범용 서비스)로 배포될 경우, 사용의 권리와 책임의 영역에서 제작자가 숨어버린다"면서 "작동의 성과에 대해서는 귀속 주체가 모호해진다"고 언급했다.

정 교수는 또한 인간과 AI의 공존 양식에 관해 "모든 사람이 과학적 지식과 합리적 추론에 대한 신뢰와 인정을 바탕으로 인간과 AI의 공진화(共進化) 길을 열어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에 나오는 독특한 한 문장을 챗GPT 등 AI를 활용해 한국어로 번역한 결과와 소설가 서정인의 '후송'에 나오는 문장을 외국어로 번역하도록 한 결과 등 AI 번역의 성능을 테스트한 결과도 심포지엄에서 소개할 계획이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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