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에 집중한 관객 느껴져… 마음 모였을때 시너지 좋아

김여진 2023. 5. 1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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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규희 기타리스트와 김송현 피아니스트가 무대 뒤에서 함께 촬영한 기념사진.

한국 클래식을 이끄는, 또 앞으로 이끌어갈 젊은 아티스트들이 지난 10일 저녁 춘천문화예술회관을 뜨겁게 달궜다. 제4회 호반음악제 ‘당신에게 청춘을(May the Youth be with you)’ 무대에 오른 박규희 기타리스트와 김송현 피아니스트는 춘천시립교향악단(상임지휘자 송유진)과 호흡을 맞춰 환상적인 연주로 객석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두 사람을 리허설 시간과 공연 직후 각각 만나 공연소감과 함께 두 사람의 시간을 채우는 음악과 일상, 영감 등에 대해 물었다. 음악의 역할은 물론 자기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는 진지함이 돋보였다.

일본과 유럽 등 세계 무대에서 먼저 더 큰 인기를 끈 박규희 기타리스트는 클래식 기타에 대한 애정과 함께 한국에서 저변을 넓혀 나가기 위한 젊은 연주자로서의 사명감을 밝혔다. 김송현 피아니스트는 음악은 물론 자연과 문학에 대한 진지한 생각까지 20대 초반의 연주자로부터 미처 예상하지 못한 답변이 연주만큼 인상적인 울림을 줬다. 두 젊은 연주자의 인터뷰를 싣는다. 김여진
 

▲ 박규희 클래식 기타리스트와 김송현 피아니스트 가 최근 춘천에서 열린 ‘제4회 호반음악제’에서 연주중인 모습.

“내 만족 넘어 좋은 연주의 이유 고민 지속”

박규희 클래식 기타리스트
춘천시향 곡 이해도 높아
생활 속 항상 존재한 기타
국내 저변 확대 가까워져
나에 대해 알아가며 성숙


-공연 소감은.

“시향이 이 곡을 많이 연주하시지 않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곡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 좋았다. 홀 안의 소리가 자연스럽게 들렸고 많은 분들이 연주에 집중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오늘 연주한 ‘로드리고의 기타를 위한 아랑후에스 협주곡’에 대한 인상을 말해준다면.

“재즈에서 활용되기도 하고, 2악장의 메인테마는 너무나 유명하다. 1악장이 스페인의 건조하고 상쾌한 공기를 표현한다면 2악장은 그 풍경이 확 떠오른다. 로드리고가 딸을 잃었을 때의 사연도 있는 곡이다. 정교한 춤곡 등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는 작품이다.”

-아직 한국에서는 클래식기타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은 편이다. 클래식 기타의 가능성은.

“한국에서는 통기타 문화가 훨씬 더 발전하다보니 클래식기타가 빛을 못본 측면이 있다. 기타라는 악기가 워낙 오래전 시작됐는데, 통나무를 비우고 줄을 달아 튕기는 문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계속 가까이 있었다. 생활 속에 항상 있던 악기다. 바이올린이나 피아노는 어느 정도 노력해야 접근할 수 있고 귀중한 느낌이라면 클래식 기타는 상대적으로 친근하다. 소박하고 소소하지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악기다.”

-클래식 장르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포지션을 갖는 악기이기도 하다.

“그렇다. 다른 악기에 비하면 남미 음악이나 스페인 레퍼토리를 많이 하는 편인데, 그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클래식 기타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가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사랑받는 악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예전에는 클래식 기타가 왜 인기가 없는지 고민도 많았다. 윗 세대에서는 세계적인 연주자가 적다 보니 한국이 불모지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연주자들이 매우 많아져 곧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한다. 일본에서는 팬층도 상당히 두꺼워졌는데, 앞으로 한국에서 더 많은 연주자가 나오길 기대한다.”

-체격이 작은 편인데 연주가 어려운 점은 없었나.

“손이 크면 연주에 훨씬 유리하기는 하다. 체력적 부분도 그렇다. 남녀의 차이를 느낀 적은 있지만 손의 크기 때문에 불평한 적은 없다. 손가락이 작기 때문에 오히려 연주의 섬세함에서는 유리한 점이 있었다.”

-연주를 하며 특히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워낙 민감한 악기라서 대기실의 온도와 습도에 따라 줄의 강도나 튜닝이 달라진다. 지판의 압력도 달리 해야 하고, 반주와 멜로디를 동시에 연주하는 등 피아노의 역할까지 하고 있어 체력적으로 운동도 많이 필요하다. 공연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서 확인하는 것이 음향이기도 하다. 음악은 평생을 해도 끝나지 않는 학문이기 때문에 계속 노력하게 만드는 것 같다.”

-음악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다면.

“기타는 내게는 산소처럼 늘 함께 있는 친구다. 연주활동을 하면서 마인드가 훨씬 좋아지고 책임감도 달라진 것 같다. 이전에는 오로지 나의 만족을 위해서만 연주했다면, 이제는 좋은 연주를 하는 궁극적인 이유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 관객들이 숨을 죽이고 하나의 음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볼 때 감동을 받는다.”

-좋아하는 기타 곡은.

“파라과이 출신 클래식 기타리스트 아구스틴 바리오스의 곡이다. 시적이고 아름다워서 꼭 한 번 접해보시길 권한다.”

-음악 이외의 취미가 있다면.

“해외 연주회에 갔을 때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이다. 과거 사진들을 연주와 같이 선보일 때도 있다. 예전 사진을 볼때마다 연습했었던 곡과 풍경들이 떠오른다. ‘내가 이 곡을 연주하면서 이런 사진을 찍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향수 같은 것들이 느껴진다.”

-요즘 최대 관심사는.

“나 자신에 대해서 많이 알아가는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몰랐던 것 같은데, 무슨 생각과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인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영혼과 대화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점점 성숙해져간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 박규희 클래식 기타리스트와 김송현 피아니스트 가 최근 춘천에서 열린 ‘제4회 호반음악제’에서 연주중인 모습.

“솔직한 연주로 관객과 감정 공유했으면”

김송현 피아니스트
공연, 무언가 다른 기운 발산
문학·자연·사람 영향 받아
강원, 문화정착 여건 마련
연주자로서 점점 겸손해져

-춘천시향과의 협연 소감은.

“관객분들이 집중하는 느낌이 있어서 너무 좋았다. 특히 3악장에서 리허설을 했을 때와 달리 무언가 다른 기운이 나오는 기분도 있었다.”

-오늘 연주한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에 대한 감상은 어떤가.

“제가 굉장히 사랑하는 라흐마니노프의 경우 내 속에서 흘러나오는 감정의 진폭과 상당히 비슷하지만 차이콥스키는 조금 대조적이다. 성 정체성 등 인간으로서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했던 삶 때문일까. 직접적으로 경험한 감정의 깊이는 아니었기 때문에 차이콥스키의 전기를 계속 찾아 읽었다. 피아노의 단선율 속에서 그의 솔직한 감정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2악장은 밝은 분위기 속에서도 슬픔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연주할 때마다 꿈 속에 있는 듯 느껴진다. 자칫 꿈에서 깨어나올까 두렵긴 하지만.”

-영감을 받는 소재가 있다면.

“문학과 자연, 사람이다. 나를 이루고 있는 전반적인 것들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좋아하는 문학 장르는.

“수필이다. 자신의 삶과 사랑, 인생에 대해 적은 글을 좋아한다. 요즘 좋아하는 작품은 화가 김환기와 아내 김향안 씨의 삶을 다룬 정현주 작가의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다. 자기 얘기를 하는 것 같아 좋았고, 음악이라는 장르랑도 맥이 닿아 있는 것 같았다.”

-자연은 어떤 부분에서 영감을 주나.

“현재 유학 중인 미국 보스턴에는 찰스강이라는 굉장히 큰 강이 있다. 매주 그곳을 산책한다. 주말마다 달라지는 풍경, 흐름이라고 해야할까. 계절마다 달라지는 것들이 있다. 최근에 단풍나무를 하나 봤는데 1년 내내 붉은색을 유지하는 단풍잎이 있었다. 가을의 빛깔을 1년 내내 유지하는 나무가 있다는 것에 놀랐다. 변화하는 세상에서도 변치 않는 것들이 음악 속에 들어있게 된다. 변화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감사함을 느낀다. 주변의 공기와 법칙 모든 것이 음악과 연결된 것 같다.”

-백혜선 피아니스트를 사사했다. 어떤 영향을 받았다.

“(제가 만난 스승님들은) 음악에 헌신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백혜선 선생님은 한국인 최초로 차이콥스키 콩쿠르에 입상하신 분이기도 하고, 좌절해야 하는 순간들이 많으셨음에도 불구하고 매 순간 한 인간으로서 닮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매년 대관령음악제를 찾는다고 들었다.

“2017년부터 매년 방문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두 차례는 음악학교 학생으로 참가했었고, 젊은 연주자를 위한 무대도 있었다. 관객분들도 굉장히 진지했고 매우 좋은 인상으로 남아 있다. 강원도에 좋은 문화가 정착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터치가 잘 돼서 좋았다고 느끼는 때는 언제인가.

“어렸을 때는 그런 순간이 굉장히 많았지만 점점 더 조심하게 된다. 관객에게 정확히 전달하려면 나 자신의 소리를 객관적으로 들어야 하기 때문에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관객들의 마음이 모였을 때 생기는 시너지가 좋다.”

-기억에 남는 무대가 있다면.

“2017년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영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처음 입상을 했다. 정말 열악한 환경이었고 숙소에서 연습하기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때 한국인 중에서는 3명만 숙소에 머물렀는데 그들과 함께 입상했었다. 어떻게든 끝까지 매달려 노력하는 사람에게 음악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고 한참을 울었다. 또 2021년 살롱 콘서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관객 절반이 우는 모습을 봤었다. 마치 마음이 합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음악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힘이 있고 나 자신보다 위대하다고 생각했다. 연주자로서 점점 더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어떤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은지.

“음악은 거짓으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솔직하게 표현 하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시작한 음악이지만 그것을 통해서 관객들과 함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면 감사하다.” 진행·정리/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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