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인 줄 알았다”…‘대구 학교폭력 자살 사건’ 가해자들 충격

서다은 2023. 5. 1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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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꼬꼬무’ 통해 사건 재조명…피해자 승민군 유서와 함께 충격적인 가해 내용 공개
가해자들 “장난이었다”, “선생님한테 혼나면 인정하자”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 보여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캡처
 
지난 2011년 대구에서 학교 폭력을 당해 숨진 권승민 군의 유서와 함께 충격적인 가해 내용이 공개됐다. 가해자들은 자신들이 ‘촉법소년’이라 처벌 받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는 2011년 12월 학교 폭력으로 세상을 떠난 승민 군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날 방송에는 그룹 코요테 멤버 빽가, 가수 존박, 음악감독 김문정이 출연했다.

꼬꼬무에 따르면 당시 중학교 2학년이던 권승민 군은 막내 아들로 애교가 많아 가족 안에서 분위기 메이커였다. 

방송에 출연한 승민 군 어머니 지영씨는 그 날의 아픈 기억을 꺼내놨다. 2011년 12월 20일. 지영씨는 “출근 중 경찰에 전화를 받았다. 아이가 사고가 났다고. 교통사고라고 생각했는데 가니까 이미 하얀 천으로 덮여있었다. 사망 확인을 했다고 하더라. 애를 안았는데 따뜻했다. 소리를 지르면서 울었다”고 했다.

그런데 승민 군의 몸 상태를 보고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얼굴을 제외하고 온통 시퍼런 멍 투성이었기 때문. 오랫동안 지속된 구타의 흔적이었다.

이후 경찰 조사 중 A4용지 4장을 꽉 채운 승민 군의 유서가 발견됐다.

가해자들은 재우(가명)와 윤호(가명) 두 사람이었다. 9개월 전 새학기부터 그들이 승민 군을 괴롭히기 시작한 이유는 단지 게임 때문이었다. 게임 캐릭터를 키워달라고 승민군에게 부탁한 재우는 어느 날 해킹을 당해 캐릭터가 사라지자 승민군에게 책임을 물으며 괴롭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같이 괴롭힘 당하는 입장이었던 윤호는 어느새 재우의 오른팔이 되어 승민군을 괴롭히고 있었다. 

두 가해자는 24시간을 승민 군을 감시했고, 권투 글러브, 단소, 목검을 사용해서 시도 때도 없이 구타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 모든 폭력이 승민 군의 집에서 일어났다는 점이다. 마지막 두 달 동안은 무려 30번을 구타했다고. 가해자들은 옷으로 가려지는 부분만 골라서 때렸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캡처
 
승민군 유서 내용도 공개됐다. 승민 군은 “재우하고 윤호가 매일 우리집에 와서 괴롭혔다.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담배를 피우게 하고, 물로 고문하고, 그 녀석들이 ‘엄마가 언제 오냐’고 물은 다음에 오시기 전에 나갔다”고 적었다.

또 “12월 19일, 라디오를 들게 해서 무릎을 꿇게 하고 벌을 세웠다. 내 손을 묶고 피아노 의자에 눕혀놓은 다음, 무차별적으로 때리고 몸에 칼을 새기려고 했다”며 “내 오른쪽 팔에 불을 붙이려고 하고, 라디오 선을 목에 묶은 채 던져주는 과자 부스러기를 주워먹으라고 했다. 내 자신이 비통했다. 물론 이 방법이 가장 불효이기도 하지만 계속 살아있으면 오히려 불효 같다”고 적었다.

유서 마지막 장엔 승민군의 당부도 담겼다. 승민군은 “내가 일찍 철들지만 않았어도 여기 없었을 거다. 우리 가족을 사랑했다. 가족들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이 흐른다. 내가 없다고 해서 슬퍼하거나 죽지 말아달라. 내 가족들이 슬프다면 난 너무 슬플거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부모님께 한번도 진지하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지 못했는데 사랑한다. 그리고 도어락 번호 키 바꿔달라. 가해자들이 들어와서 괴롭힐 거 같다”라며 끝까지 가족들의 안부를 걱정했다.

승민 군 어머니는 “죽지 못해 사는 시간이었다. 형, 아버지, 엄마의 죄책감은 말할 수 없다. 중학교 교사인 내가 아이를 못 지켰으니까”라고 자책하며 눈물을 흘려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가해자들은 승민이 투신했던 날에도 여느 때처럼 자연스럽게 승민군 집 도어락을 해제하고 들어갔다. 집에 아무도 없자 둘은 아파트 경비원에게 “이 집에 사는 친구가 떨어졌나요?”라고 묻기도 했다. 이들은 승민군이 스스로 목숨을 버릴만큼 힘들어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던 것.

이후 두 가해자에 대한 전면 수사가 진행됐고, 이들의 끔찍한 범행이 담긴 문자메시지가 드러났다. 승민군에게 총 273통의 문자를 보내 말로도 사람을 죽였던 이들은 “장난으로 한 일인데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라고 항변했다.

이들은 “선생님한테 혼나면 인정하지 뭐”라는 대화를 나누며 상황을 가볍게 여겼다. 꼬꼬무에 따르면 이들은 자신들이 촉법소년이라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들은 촉법소년이 아니었다. 재판장에 선 두 아이들에 대해 검찰은 공갈, 강요, 협박, 갈취, 폭행 등의 혐의가 있다고 했다. 나쁜 짓이란 나쁜 짓은 다했기에 증거만 96가지에 달했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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