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하자담보책임에 따른 계약 해제가 가능한가?

경기일보 2023. 5. 1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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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득 변호사 법무법인 마당

민법은 매매의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때 매수인은 그 하자로 인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기타의 경우에는 손해배상 만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목적물의 하자로 인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은, 그 하자가 중대하고 보수가 불가능하거나 보수가 가능하더라도 장기간을 요하는 등 계약해제권을 행사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매매목적물의 하자로 인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됐는지 여부는 계약 당사자들이 계약에 이르게 된 동기 및 목적, 계약 당시 당사자가 처한 상황, 목적물의 종류와 성상, 하자의 내용 및 정도, 보수에 소요되는 기간이나 비용 등 계약 체결 전후의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수인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하자담보책임에 따라 계약 해제가 가능한지에 대한 일반 법리는 위와 같다. 그러나 설사 매매 목적물에 하자가 있더라도 아예 계약을 없던 것(해제)으로 만들기 위한 요건은 이처럼 까다로움은 물론, 구체적인 사례에서는 그 판단이 쉽지 않은 경우도 자주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대법원이 판단한 바 있는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A는 B로부터 중고 화물차를 매수했는데, 자동차 종합검사 과정에서 차체의 길이, 너비와 적재함의 내부(하대) 길이가 안전기준을 초과해 원상복구 등 조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그 후 A는 자동차 정기검사 지연을 이유로 과태료도 부과 받았다. A는 위와 같은 매매 목적물(중고 화물차)의 하자로 인해 매매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므로 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주장하면서 B를 상대로 매매대금의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원심 법원은, 위와 같은 하자는 수리가 가능하고 특수한 수리 방법을 요하지 않으며 예상 수리기간도 15일 정도에 불과하므로 매매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이와 달랐다. 즉, 대법원은 위 중고 화물차가 원고의 생계를 위해 필요한 수단이고, 자동차 정기검사를 받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며, 수리비용이 매매대금의 약 40% 정도에 이르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객관적으로 보아 원고에게 매매계약을 계속 유지하게 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함을 이유로 원고가 계약해제권을 행사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대법원 2023년 4월 13일 선고 2022다296776 판결).

이처럼 하자담보책임의 법리를 통해 단지 손해배상 만을 청구할 수 있는지 아니면 아예 계약을 해제하고 매매대금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여러 가지 사정들을 심사숙고해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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