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 자고 재택근무·수업은 온라인으로…3년 '팬데믹'이 남긴 흔적

정세진 기자, 최지은 기자 2023. 5. 1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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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엔데믹 선언]


정부가 사실상의 코로나19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을 선언하면서 시민들이 지난 3년4개월간 익숙해진 생활 환경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엔데믹 소식에 직장인들은 가장 먼저 그동안 유지됐던 재택근무 제도가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장하던 2020년 9월 조사를 보면 매출 100대기업 중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거나 시행 예정인 기업은 91.3%에 달했다. 대기업 10곳 중 9곳 이상이 코로나19를 맞아 재택근무를 시행 또는 확대한 셈이다.

경기 하남시에서 서울 송파구 잠실역 인근로 출퇴했던 직장인 유모씨(28)는 "버스타고 35분이 걸렸는데 재택근무를 하면서 출퇴근 시간이 줄어서 좋았다"며 "회사에서 모니터와 노트북을 제공해줘서 업무 효율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회사 다니는 송모씨(29)는 "재택근무를 하면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 화장을 하거나 옷을 차려입지 않아 너무 편했다"며 "편한 환경에서 일하면서 업무 효율도 높아져 일을 빨리 끝내고 쉬는 시간도 늘었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에서 한 IT 기업에 재직 중인 우모씨(29)는 "근무 시간 중 절반은 다른 사람을 신경 쓰는데 쓴다는 말이 있다"며 "미어캣 마냥 파티션 너머로 귀를 열고 내가 관여할 일인지 신경 써야 했다. 재택근무 땐 이런 게 없어서 너무 편했다"고 말했다.

코로나를 거치며 직장인 4명중 3명은 재택근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2021년 11월 정부가 단계적 일상행복 일명 '위드코로나' 정책을 시작한 후부턴 재택근무 비중을 축소하는 기업도 나타났다. 사람인이 지난해 5월 80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코로나 확산 이후 53% 기업이 재택근무를 실시했지만 위드코로나 정책이 시작된 후 재택근무 방식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계획인 기업은 15%에 그쳤다.

서울 여의도에서 한 금융그룹 계열사에 재직 중인 정모씨(30)는 "엔데믹이 시작되면서 앞으론 재택근무가 사라질 것 같다"며 "상사들이 재택근무를 하면 일을 안하고 논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응답 62개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재택근무시 체감 업무생산성이 정상 출근했을 때의 '90%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은 2021년 40.9%에서 지난해 29.0%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월 21일 서울 강남구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에 배달용 오토바이 앞으로 한 배당 노동자가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재택근무자가 늘면서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앱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1분기 이들 배달앱 결제 추정금액 합계는 6조8000억원원으로 역대 분기 결제금액 중 최대를 기록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8년 3조9000억원이었던 것이 2021년에는 23조4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위드코로나로 외식 수요가 늘면서 배달앱 이용자수는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7월 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요기요와 쿠팡이츠는 올해 6개월 사용자 감소가 지속됐다. 2021년 12월과 비교해 지난해 7월엔 쿠팡이츠는 264만명, 요기요는 159만명이 줄어들어 각각 438만명, 746만명을 기록했다.

배달 업계에서는 배달앱 매출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던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5개월 사이에 배달 기사가 최소 10만명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정한다. 배달기사가 줄어들면서 중고 온라인플랫폼에는 오토바이 매물이 넘쳐나기도 했다.

이 밖에 팬데믹 기간에 입학한 '새내기' 대학생들은 졸업반이 돼서야 엔데믹을 맞이했다. 이른바 '코로나 학번'이라 불리는 2020년 입학생과 2021년 입학생들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경희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임모씨(23)는 학회 활동이나 동아리 활동 한 번 못해보고 4학년을 맞이했다. 그나마 위드코로나가 정책이 시행되면서 4학년이던 지난해 9월 학교 축제 땐 '정말 오랜만에 대학생이 된 것 같았다'고 회상한다. 같은해 봄에도 경희대는 축제를 열었지만 규모가 작았고 수업 대다수가 비대면으로 진행되다 보니 지방에 사는 학생들은 체류비를 아끼기 위해 서울에 올라오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정부가 '코로나19 비상사태 종식'을 선언한 11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에서 마스크를 벗은 외국인 학생들이 '2023 외국인학생 축제'를 즐기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뉴스1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박모씨(25)는 "3학년쯤 코로나 유행이 시작되면서 교환학생이나 인턴십, 어학연수 등을 갈 길이 막혔다"며 "할 수 있는 게 취업 준비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초·중·고교에도 지난 3년여간 코로나19의 흔적이 남아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인 하모씨(29)는 "마스크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얼굴 공개를 안 하고 싶어 한다'며 "개인적으로 앞으로 2년 뒤에는 마스크 벗기 연습을 해야 할 수도 있겠다. 요즘엔 밥 먹을 때도 마스크 안 벗고 먹는 아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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