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에서는 ‘소맥’ 마시는 사람이 줄어든다는데…왜?

윤희일 기자 2023. 5. 1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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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4.9도짜리 소주를 마신 한 소비자가 SNS에 올린 인증사진. SNS 캡처

“요즘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 술)’은 거의 안 마셔요. 우리 지역에서 알코올 도수가 15도 아래인 소주가 나온 뒤 그냥 그 소주만 마시거든요.”(하모씨·31·대전 유성구)

요즘 대전·충남·세종지역에서 이른바 ‘소맥’ 또는 ‘소폭(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을 덜 마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지역 소주 업체인 맥키스컴퍼니가 14.9도짜리 국내 최저 알코올 도수 소주인 ‘선양’을 내놓은 뒤 나타난 현상이다. 지역 소주 업체의 ‘작은 반란’이 전 세계에 거의 유일하게 한국에만 존재하는 ‘소맥 문화’를 바꿔 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맥키스컴퍼니는 ‘선양’을 지난 3월 초 출시한 이후 2개월 만에 100만병을 판매하는 실적을 올렸다고 10일 밝혔다. 애초 초기 한정 물량으로 기획한 이 상품이 입소문을 타면서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자 업체 측은 생산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소주와 맥주를 섞은 이른바 ‘소맥’을 마시는 사람 중 상당수는 ‘독한 소주를 그냥 마시기에는 부담이 있어 도수가 낮은 맥주를 타게 되는 것’이라는 이유를 댄다. 이런 상황에서 15도 이하의 소주가 나오자, 맥주와 소주를 섞지 않고 소주만 마시게 됐다는 사람이 늘어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김모씨(29·세종시)는 “15도 이하의 소주는 그냥 마셔도 술이 목을 타고 넘어갈 때 부담이 적다”면서 “‘소맥’을 소주로 바꾸고 나니까 술값도 적게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젊은 층이 많이 드나드는 음식점이나 술집은 물론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족’,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족’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14.9도 선양만 마신다”면서 인증 사진을 올리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대전 서구 월평동의 한 음식점 관계자는 “14.9도짜리 선양을 마시는 손님은 대부분 맥주와 섞지 않고 소주만 마시고, 소맥을 마시는 손님은 기존의 도수가 높은 소주와 맥주를 주문해 섞어 마신다”고 말했다.

업체 측은 2개월 만에 판매된 선양 100만병 중 상당수는 ‘소맥’ 용으로 판매된 것이 아니라, 소주만 마시는 사람들에게 판매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측 관계자는 “소비자들로부터 14.9도인 선양을 맥주와 섞는 경우 너무 싱거워(약해) 소맥 특유의 맛이 나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면서 “정확한 통계를 잡을 수는 없지만 이번에 판매된 100만병 중 상당수는 맥주와 섞지 않고 소주만 마시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요즘 ‘선양’은 대전·충남·세종의 주요 상권은 물론 대형마트와 편의점에도 잇따라 입점하고 있다. 이 소주의 입소문이 확산하면서 서울·경기 일부 지역의 편의점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맥키스컴퍼니 측은 앞으로 판매망을 전국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맥키스컴퍼니가 지난 3월 출시한 알코올 도수 14.9도 소주 선양. 맥키스컴퍼니 제공

지역의 작은 소주 업체가 일으킨 ‘반란’이 ‘소맥’ 또는 ‘소폭’ 문화를 바꿔 갈 수 있지, 업계의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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