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 갯벌 품은 서해… ‘움트는 생명력’ 넘실 [‘바다식목일’ 기억해주세요]

구재원 기자 2023. 5. 1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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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고랫부리갯벌’ 습지보호 지정
수자원公 손잡고 염생식물 식재 등... 도내 지자체, 해양생태계 보전 노력
‘바다식목일’을 하루 앞둔 9일 안산시 대부도 고랫부리갯벌에 칠면초, 퉁퉁마디, 해홍나물 등 염생식물 군락이 펼쳐져 있다. 물이 빠진 갯벌 위에선 어린 바다고둥과 칠게들이 부산스레 움직인다. 해가 질 무렵, 밀물이 들면 바다 저편에 저어새 무리가 날아와 연신 먹이를 찾는다. 조주현기자

 

“바다식목일을 기억해주세요. 해양 생태계를 지켜주세요.”

바다식목일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2시께 안산시 단원구 고랫부리·상동갯벌(4.53㎢). 좁은 골목을 헤맨 지 10여분 만에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아래로 드넓은 갯벌이 펼쳐졌다.

갯벌 일부는 불그스름하기도, 푸르스름하기도 한 게 마치 팔색조 같았다. 염생식물의 영향이었다.

사방으로 자주빛을 띠는 칠면초와 해홍나물을 비롯해 회백색을 띠는 녹색의 나문재 등이 어우러지며 장관을 이뤘다.

염생식물 주변으로는 새끼손가락이 겨우 들어갈 만한 크기의 구멍이 송송 뚫려 있었다. 이내 구멍 속에서 칠게가 슬금슬금 기어 올라왔다.

발걸음을 옮기니 몸을 숨기기 위해 염생식물 사이사이로 재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대규모 집단을 이뤄 사는 습성 탓에 먼발치에서 바라보면 검은색 선처럼 보일 정도로 그 수가 어마어마했다.

토끼 똥 같은 모습을 한 새끼소라도 셀 수 없을 만큼 산적해 있었다. 심심찮게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오는 갯강구도 눈에 띄었다.

때마침 멸종위기종인 저어새 한 마리가 맹렬한 눈빛으로 이 일대를 물색하다 쏜살같이 칠게를 낚아채가기도 했다.

이곳에서 만난 강정미씨(59·여)는 “염생식물은 미네랄을 많이 머금고 있고, 탄소 흡수량 또한 높다”며 “인간을 위해서도, 바다 보존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만큼 중요한 존재”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사람들이 몸에 좋다는 이유로 마구 채취해 가는 바람에 현재는 매우 부족한 상태”라며 “우리를 위해서라도 바다식목일을 기억하고, 그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고 전했다.

‘바다식목일’을 하루 앞둔 9일 안산시 대부도 고랫부리갯벌에 칠면초, 퉁퉁마디, 해홍나물 등 염생식물 군락이 펼쳐져 있다. 물이 빠진 갯벌 위에선 어린 바다고둥과 칠게들이 부산스레 움직인다. 해가 질 무렵, 밀물이 들면 바다 저편에 저어새 무리가 날아와 연신 먹이를 찾는다. 조주현기자

매년 5월10일은 바다에 해조류를 심는 날을 뜻하는 바다식목일이다. 해양 생태계의 중요성과 황폐화의 심각성을 알려 바다 숲이 조성될 수 있도록 제정한 국가기념일이다.

이에 발 맞춰 경기도내 일부 지자체들 역시 해양 생태계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산시의 경우 지난 2017년 3월22일 해양수산부로부터 고랫부리·상동갯벌의 습지보호지역 지정 결정을 받아냈다. 이듬해 10월25일에는 람사르습지 지정도 이뤄냈다. 

지난해부턴 한국수산자원공단 서해본부와 손잡고, 예산 4천만원을 들여 갯벌 염생식물 식재에 나섰다.

화성시는 최근 기아자동차로부터 갯벌에 염생식물을 식재하기 위한 기금 약 50억~100억을 지원받는 계획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산시 관계자는 “앞으로 염생식물 식재 외에도 다양한 연구와 관리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해양생태계 보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염생식물은 주로 바닷가 모래땅이나 갯벌 등 염분이 많은 토양에서 자란다. 해양생태계 보전과 생물 다양성 향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재원 기자 kjw9919@kyeonggi.com
김기현 기자 fac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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