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꽃순, 4월 서리 맞아 ‘동사’… “50가구 자두농사 망했어요”

박천학 기자 2023. 5. 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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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영하권 추위가 잇따라 나타나는 이상저온으로 과수농가가 직격탄을 맞았다.

게다가 꽃가루를 옮기는 꿀벌까지 대거 실종되면서 이상저온을 피한 과수도 결실을 제대로 볼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지난 3월 이상고온으로 과수 개화가 빨라진 상태에서 지난달 7∼9일과 27일 곳곳에서 영하 1∼3도로 기온이 곤두박질치고 서리가 내리면서 꽃눈과 새순이 동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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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경산 등 과수원 쑥대밭
“날씨 변덕에 85%는 열매 없어
올 인건비 · 농약대금 감당 막막”
배 주산지 나주도 47% 초토화
꿀벌 실종에 수분작업 부담 큰데
설상가상 병해충 늘고 변이 확산
열매 맺힌 게 없어요 8일 경북 경산시 와촌면에서 한 농민이 잎만 무성한 자두나무를 근심스러운 얼굴로 살펴보고 있다. 박천학 기자

경산 = 박천학 · 나주 = 김대우 기자, 전국종합

지난달 영하권 추위가 잇따라 나타나는 이상저온으로 과수농가가 직격탄을 맞았다. 게다가 꽃가루를 옮기는 꿀벌까지 대거 실종되면서 이상저온을 피한 과수도 결실을 제대로 볼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열매 하나 찾기 어려워 = 지난 8일 오후 경북 경산시 와촌면 음양 1리. 자두밭마다 이미 열매를 딴 것처럼 나무에는 잎만 무성했다. 이모(61) 씨는 “눈이 와도 견뎠는데 변덕이 심한 날씨에 전체 자두 재배 면적(1만5000㎡)의 85%에서 열매가 맺히지 않아 올해 농사는 망쳤다”며 망연자실했다. 그는 “지난해 8000만 원 이상 매출을 올렸으나 올해는 2000만 원도 건질 수 없을 것으로 예상돼 농약대와 인건비 등도 감당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마을에서 자두 농사를 짓는 50여 가구 모두 이 씨처럼 쑥대밭이 되긴 마찬가지다. 마을 이장인 고모(70) 씨는 “올해처럼 피해를 본 것은 마을에서 자두 농사를 시작한 지 50여 년 만에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지난 3월 이상고온으로 과수 개화가 빨라진 상태에서 지난달 7∼9일과 27일 곳곳에서 영하 1∼3도로 기온이 곤두박질치고 서리가 내리면서 꽃눈과 새순이 동사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이상저온으로 사과·배·포도·자두 등 과수를 중심으로 전국 1만11.3㏊에서 저온 피해가 신고됐다. 과수는 새순과 꽃눈이 동사하면 착과율이 떨어져 수확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배 주산지인 전남 나주시는 전체 배 재배 면적(1890㏊)의 47.0%인 890㏊가 초토화됐다. 최모(70) 씨는 “전체 배 재배 면적(3.9㏊)의 70%가량이 착과가 안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정밀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고 일찌감치 농가 정책자금 상환 유예·이자 감면 등 선제적 대책 마련을 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농작물을 점검한 뒤 복구계획 수립과 재해복구비 지원 등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꿀벌 실종에 병해충 발생도 급증 = 경북 청도군 양봉업자 김모(55) 씨는 “아까시나무에 꽃이 활짝 피면 벌 소리가 소음처럼 들려야 하는데 꿀을 따러 나간 꿀벌이 죽었는지 소식이 없다”고 말했다. 경북지역 꿀벌 벌통은 지난해 53만9000개에서 지난 3월 32만5000개로 39.7% 감소했다. 벌통 한 개에 약 2만 마리의 꿀벌이 산다. 이 때문에 지난해 15만 원이던 벌통 1개당 가격이 올해 40만 원으로 치솟았다. 강원도의 경우 양봉 농가 10곳 중 4곳이 피해를 봤다. 지자체들은 꿀벌 실종에 따른 농작물 재배 피해를 막기 위해 인공수분 지원에 나섰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협회 소속 1만3019개 농가의 벌통 153만7270개 중 61.4%인 94만4040개에서 피해가 발생해 약 188억8000만 마리의 꿀벌이 사라졌다. 양봉업계는 “이상기후로 꿀벌에 기생하면서 체액을 빨아 먹는 진드기의 일종인 ‘응애’가 극성을 부려 꿀벌이 집단 폐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상기후는 농작물 병해충 출현도 증가시키고 있다.

국가 농작물 병해충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병해충 23종에 대한 주의보가 발령됐으며 이는 2010년 대비 2배 정도 는 것이다. 윤주연 전북대 식물방역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외래병해충이 유입되면 기후에 적응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온난화로 서식하며 농작물에 예측하지 못한 병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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