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의류 정원에서 공생의 가치를 배우다

2023. 5. 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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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의류(地衣類)’. 식물에 관심이 많지 않다면 꽤 생소하게 들리는 이름이다. 지의류는 ‘지의(地衣)’라는 한자 뜻 그대로 ‘땅이 입는 옷’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돌이나, 흙이 그대로 드러난 땅인 나지를 덮는 생명체이기에 퍽 잘 어울리는 명칭이다. 지의류는 곰팡이(Fungi)와 광합성을 하는 수중생물인 조류(Algae)가 공생하는 특이한 복합생명체이다. 곰팡이류면 곰팡이류이고 조류면 조류이지 두 가지의 다른 류(類)가 서로 공생을 하며 지낸다니 범상치 않은 생물임엔 틀림없다. 

국립수목원에 입장하니 화사한 조형물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국내 첫 지의류 정원인 ‘숲의 옷, 지의류 정원(Lichen Garden)’을 국립수목원에서 선보였다. 영국 에든버러 왕립식물원과 웨일스 식물원, 핀란드 헬싱키와 호주 시드니에도 지의류 정원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싱그러운 봄 날씨를 맞아 포천의 국립수목원에 위치한 국내 최초 지의류 정원에 다녀와 보았다.                     

티켓을 발권하면 등록된 QR코드로 입장이 가능하다.

국립수목원은 성인 10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500원의 요금으로 입장할 수 있다. 1일 입장 정원이 4500명이기에 예약해야 하지만 차량 없이 도보, 대중교통으로 이용할 시엔 예약 없이 현장 예매 이용이 가능하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경우엔 사전 예약을 통해서만 입차가 가능하다. 사전 예약은 국립수목원 공식 홈페이지(https://kna.forest.go.kr/)에서 가능하다. 

국립수목원 난대온실의 외부 모습. 커다란 피라미드 형태가 한눈에 띈다.
국립수목원 난대온실의 내부. 파릇파릇한 원예나무들이 싱그러움을 뽐내고 있다.

지의류 정원은 국립수목원의 난대식물 온실 속에 조성되어 있다. 난대온실은 남쪽 도서 및 남해안에서 자생하는 온난대 식물들을 보존하는 온실이다. 1987년 난대온실 조성 당시 식물과 함께 딸려 들어온 지의류가 30여 년의 시간 동안 다른 식물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자라게 되었다. 

온실에 들어서니 훈훈한 기온과 싱그러운 식물들의 생기가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 다양한 원예나무들이 조금이라도 햇빛을 더 받으려는 듯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빌딩숲이 가득한 도시에서의 생활에 지쳐있는 상황에 큰 위안이 되는 순간이었다.

지의류 정원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온실 한쪽에 마련되어 있다.

난대온실의 양쪽 끝에 지의류 정원의 출입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전체적인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아 15~20분 정도면 충분히 관람이 가능했다. 지의류 정원에서는 내륙에선 볼 수 없는 제주도 곶자왈의 지의류들과 ‘송라’, ‘석이’ 등 쉽게 보기 힘든 지의류를 한 공간에서 볼 수 있다. 다양한 식물들 가운데 지의류는 빨간색으로 표시된 이름표를 달고 있어 수월하게 찾을 수 있었다. 노란속매화나무지의, 송라와 석이, 깊은산사슴지의, 갈래사슴지의, 후엽깔때기지의 등 여러 지의들이 땅 위에 펼쳐져 있었다. 

깊은산사슴지의의 모습. 미세먼지 흡착, 습도 조절, 관리의 편의성으로 실내 조경 및 소품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송라의 모습. 소나무 겨우살이로 불리지만 다양한 나무 및 바위에서도 서식한다.
석이의 모습. 목이버섯과 비슷한 모양이다.

지의류는 곰팡이류나 조류가 단독으로 살 수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 곰팡이는 극한 환경에서 견딜 수 있는 일종의 보호막이 되어 주고, 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생존에 필수적인 영양분을 곰팡이에 제공해 준다. 이러한 이유로 지의류는 극지, 고산, 사막 등 극한의 환경에서도 적응하기에 토양 안정화의 연구 재료로도 쓰이고 있다고 한다. 다른 생명체들이 살기 힘든 곳까지 지의류가 퍼져나갈 수 있던 비법은 바로 ‘공생의 전략’이었던 것이다. 

최근 국립수목원이 지구식물보전파트너십(GPPC) 가입에 성공했다고 한다. 지구식물보전파트너십은 전 세계 유수의 생물 다양성 기관 및 단체 43곳이 회원으로 있는 지구촌 식물 다양성을 위한 협력체이다. 해당 파트너십은 식물을 착취의 소재가 아닌 공생의 파트너로 격상시키는 전진의 한 걸음이 될 것이다.

국립수목원 입구를 나서면 바로 보이는 광릉숲길 입구.

국립수목원의 정문을 나서면 바로 앞에서 광릉숲길을 마주할 수 있다. 광릉숲은 세조의 능림으로 정해진 뒤 5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보호되고 있으며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도 지정되었다. 지난 4월 국립수목원은 산림 보호를 위해 오랜 시간 출입을 통제했던 광릉숲의 일부 구간을 오솔길로 정비해 일반에게도 개방했다. 

광릉숲길의 데크로드와 연결된 이 구간은 800미터로 비교적 짧지만 울창한 활엽수와 광릉숲 특유의 자생식물을 만날 수 있다. 수목원 측은 최대한 산림을 보호하기 위해 쉼터나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을 조성하지 않고 구간 내 음식물 섭취도 제한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로 관람 시간을 철저하게 제한하고 지정된 구간 이외의 출입은 엄하게 금하고 있다. 아름다운 광릉숲의 자연과 공생하려는 이러한 노력들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라본다.

공생에 대한 가치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요즘 지의류와 숲길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결코 작지않다. 자연과 공생하는 체험을 느끼고 싶은 분이라면 국립수목원과 광릉숲길에 방문해 보시길 추천한다. 물론 많이 멀지 않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을 적극 추천해 본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은진 kimej258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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