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 “빙판길 조심하세요”…무의미한 재난문자, 안 보낸다

세종=손덕호 기자 2023. 5. 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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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까지 비 눈이 오는 곳이 있겠으며 (중략) 도로 미끄럼 사고와 보행 안전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재난문자는 2019년까지 연평균 414건 송출됐지만, 2020년 코로나19 안내 문자 발송이 시작되며 지난해까지 3년간 연평균 5만4402건 발성됐다.

호우·태풍·대설의 경우 2021년 4월부터 출퇴근 시간대에는 '대설주의보'에도 재난문자를 발송하고 있지만 단순 안전운전 안내가 많아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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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발생 문자, 시·군·구 단위로 좁혀서 보내
진동 못 느끼는 지역 주민에게는 송출되지 않도록
극한 호우 시 기상청이 읍면동 단위로 직접 발송

“오전까지 비 눈이 오는 곳이 있겠으며 (중략) 도로 미끄럼 사고와 보행 안전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눈이 내린 올해 1월 7일 정부가 국민들에게 발송한 재난문자 내용이다. 이 같은 큰 의미가 없는 재난문자가 지나치게 많이 발송돼 국민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재난문자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뜨는 연관 검색어는 ‘재난문자 알림 끄기’일 정도다. 삼성 갤럭시나 애플 아이폰 스마트폰에서 재난문자 알림을 끄는 방법을 소개하는 사이트도 많다.

올해 1월 7일 발송된 재난문자.

행안부는 이같이 늘어나는 재난문자로 인한 국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송출 기준을 올해 하반기까지 단계적으로 개선한다고 7일 밝혔다. 이달부터 재난문자 발송을 줄이고, 긴급하고 필요한 정보만 송출한다는 계획이다. ‘빙판길 조심’과 같은 단순한 내용은 발송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재난문자 서비스는 2005년 시작됐다. 재난의 경중에 따라 ▲전시 상황, 공습경보, 규모 6.0 이상 지진 등 국가적 위기 상황일 때 송출되는 ‘위급문자’ ▲태풍, 화재 등 자연·사회재난 발생시 재난지역 주변에 위험 사항을 알리기 위해 송출하는 ‘긴급문자’ ▲겨울철 안전운전 등 안전 주의가 필요한 경우 송출하는 ‘안전안내문자’로 나뉜다.

재난문자는 2019년까지 연평균 414건 송출됐지만, 2020년 코로나19 안내 문자 발송이 시작되며 지난해까지 3년간 연평균 5만4402건 발성됐다. 이 때문에 국민들의 피로감이 커졌다. 올해 1월 9일 강화도 해상에서 규모 3.7 지진이 일어났을 때 한밤중에 재난문자 알림이 요란하게 울리면서 많은 수도권 주민이 잠에서 깨기도 했다.

이에 따라 행안부는 기상청, 경찰청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재난문자 송출기준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먼저 대설의 경우 ‘빙판길 조심’ 등 단순 안내는 발송하지 않고 도로통제 시에만 문자를 보내도록 한 규정을 오는 10일부터 시행한다. 호우·태풍·대설의 경우 2021년 4월부터 출퇴근 시간대에는 ‘대설주의보’에도 재난문자를 발송하고 있지만 단순 안전운전 안내가 많아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진 재난문자는 기상청에서 송출 대상지역을 현행 광역 시·도 단위에서 내년부터 시·군·구 단위로 세밀하게 좁힌다. 약한 진동을 느끼거나 거의 진동을 느끼지 못하는 원거리 지역 주민에게는 재난문자가 송출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서울 종로구청은 지난달 28일 지진 재난문자 훈련에서 지진발생 문자를 발송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지진발생 재난문자(발생 일시·장소, 규모) 송출 권한은 기상청에 있고 지자체는 대피·행동요령 송출 권한만 있다. 동일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관관 역할을 명확히 했다.

봄비치고는 많은 양의 비가 내린 5일 오전 전남 강진군 군동면 국도 23호선에 토사가 쏟아져 내렸다. /전남소방본부 제공

또 1시간에 50㎜ 이상이고 3시간에 90㎜ 이상인 극한 호우가 예상되면 기상청이 행안부를 거치지 않고 바로 읍면동 단위로 위험지역에 있는 주민에게 직접 재난문자를 발송한다. 반지하 주택이나 지하 주차장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행안부는 다음달 15일부터 수도권에서 시범운영한 뒤 내년 5월부터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행안부는 장기 개선과제로 실종문자 수신 전용 앰버 경보 채널을 2025년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시·도 경찰청이 아동 등 실종 정보를 문자로 발송하는데 수신을 원하지 않으면 이용자가 차단 설정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향후 앰버 채널이 구축되면 이용자가 실종정보 문자 수신을 원할 경우에만 수신 설정을 하게 된다.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과다한 재난문자가 오히려 경각심을 떨어트린다는 지적에 따라 필요성과 상황에 맞는 송출기준으로 개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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