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 1만원, 띠어리 3만원 …해외 의류 90% 할인 창고매장에 손님 몰린다

송혜진 기자 2023. 5. 7.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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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물가 시대에 한국판 티제이맥스 인기
서울 서초구 잠원동 뉴코아아울렛 강남점 지하 1층에 들어선 NC픽스. 성 고객들이 이곳에서 의류를 고르고 있다. 해외 중·고가, SPA 브랜드를 병행수입해 70~90%까지 할인한다. /오종찬기자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뉴코아아울렛 강남점 지하 1층. “자라 청바지가 1만원 정도네.” 한 손님이 옷에 붙은 가격표를 보면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오전부터 옷을 고르는 여성 고객들로 매장이 분주했다. 지난 달 말 이랜드그룹이 강남점과 강서점에 새로 연 창고형 할인 매장 ‘NC픽스’ 중 강남점 모습이다. 고(高)물가 시대, 갈수록 지갑을 닫는 고객을 불러모으기 위해 해외 중·고가, SPA 브랜드를 병행수입해 70~90%까지 할인해서 판매하고 있다. 여성 의류를 50% 이상 늘려 구색을 맞췄다. 바네스브루노·띠어리·폴로·아페쎄·메종 카츠네처 같은 해외 고가 브랜드부터 자라·망고·마시마두띠 같은 중저가·SPA 브랜드까지 다양하다. 입점 해외 브랜드 수만 200여개. 매일 새 제품이 입고되는 것도 특징이다. 반응도 빠르다. 이랜드 관계자는 “문을 연 첫 날 강남점에선 티셔츠 3팩 1000개를 9900원에 한정판매했는데, 첫날에 3팩 남고 모두 다 팔렸다”고 말했다.

◇고물가 시대에 잘 되는 ‘한국형 티제이 맥스’

서울 서초구 잠원동 뉴코아아울렛 강남점 지하 1층에 들어선 NC픽스. 성 고객들이 이곳에서 의류를 고르고 있다. 해외 중·고가, SPA 브랜드를 병행수입해 70~90%까지 할인한다. /오종찬기자

이랜드그룹이 새단장해서 연 NC픽스는 북미 유명 창고형 할인 매장 티제이맥스(TJ Maxx)를 벤치마킹했다. 티제이맥스는 백화점 고가 브랜드부터 각종 저가 브랜드 패션, 잡화·가구까지 모아 40~60% 할인가로 판매하는 할인 매장이다. 우리나라 여행객 사이에서도 미국에 가면 들러줘야 하는 할인 매장으로 입소문이 났다. 이랜드 관계자는 “‘강남점 고객들이 창고형 할인 매장이 오겠느냐’고 묻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북미 여행 중 티제이맥스를 다녀와 본 고객일수록 먼저 찾는다. 다양한 쇼핑 경험을 가진 고객일수록 이곳에서 괜찮은 물건을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보물찾기를 하듯 오더라”고 말했다. 실제로 매장엔 옷뿐 아니라 수입 도자기, 의자를 사들고 가는 이들도 볼 수 있었다. 이랜드 관계자는 “패션 의류뿐 아니라 리빙 상품도 창고형 할인점에서 사려는 수요가 크다고 보고 잡화와 리빙 콘텐츠를 더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올해부터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Traders Wholesale Club)’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유료 멤버십 ‘트레이더스 클럽 멤버십’을 올해 처음으로 시작했고, 멤버십 전용 할인 상품을 강화했다. /이마트

흔히 창고형 할인 매장은 사이즈가 부족해서 정작 사려고 해도 맞는 옷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단점이다. 이랜드그룹은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자체 생산 제품을 입고시켜 사이즈별 상품 구색을 맞췄다. 티셔츠 3팩(9900원), 팬츠(1만9900원) 같은 기본 아이템도 자체 생산으로 공급했다.

국내 창고형 할인매장 규모는 작년 10조원이 조금 안 되는 9조8892억원 정도. 3년 전인 2019년(6조8644억 원)보다 44% 가량 커졌다. 물가 상승이 이어질수록 창고형 할인마트에 대한 수요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코스트코도 올해 창고형 할인마트에 대한 투자를 더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마트는 올해부터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Traders Wholesale Club)’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유료 멤버십 ‘트레이더스 클럽 멤버십’을 올해 처음으로 시작했고, 멤버십 전용 할인 상품을 강화했다. 고객 혜택을 위한 자체 적립 포인트 ‘TR 캐시’도 도입했다. 올해까지 총 70만명의 회원을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수원점과 강원도 원주점도 새로 열 예정이다. 코스트코는 작년 고척동에 서울 4호점을 열었고 올해 익산, 광주, 제주에도 신규 출점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마트 맥스 창원중앙점의 토이저러스. 어린이날을 맞아 완구할인판매를 하고 있다. /롯데쇼핑

◇'득템력’ 있어야 온다

대전 중구 오류동 코스트코 대전점에 입장하기 위해 줄 선 고객들. 고물가 시대일수록 창고형 할인매장으로 찾는 고객은 늘어나는 추세다. /코스트코

요즘 창고형 할인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은 무조건 싸다고 오진 않는다. ‘득템’할 수 있는, 즉 건질만한 괜찮은 물건이 있는지, 가성비가 있는 매장인지를 따져서 찾는 편이다. 따라서 ‘효자 상품’이 있어야만 고객을 더 많이 끌어모을 수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가장 잘 나가는 효자 상품은 최근 위스키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위스키 ‘맥켈란’ ‘에번 윌리엄스’ 같은 인기 위스키를 대량으로 판매하면서 전년보다 매출이 70% 가량 늘었다. 이달에도 한우 등심·채끝 대용량 팩, 국내산 민물장어, 제이앤비 위스키 할인판매를 하고 있다.

코스트코는 가전에 더 올해 힘을 주겠다는 계획이다. 이동식 에어컨, 가습기, 공기청정기 같은 계절 필수 가전 중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을 병행수입으로 들여와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 창고형 할인 매장 ‘맥스’는 반면 축산에 힘주고 있다. 축산 상품 중에서도 품질 상위 3%의 미국산 프라임 등급 소고기 같은 프리미엄 수입육을 많이 들여오는 쪽으로 구성했다. 실제로 롯데마트맥스 전체 매출에서 축산 상품이 차지하는 구성비는 약 15% 정도로 무척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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