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내리고 전세보증보험 조건 올리고… 임대인들 “보증금 반환에 허리휜다”
한시적으로라도 DSR 풀어 대출 늘려야
최근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하에 악성 임대인을 막기 위한 전세보증금 보험 가입 문턱까지 높아지면서 임대사업자들이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셋값을 더 내릴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전 세입자에게 돌려줄 전세보증금 구하기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임대사업자들 사이에서는 ‘보증금 반환 위한 대출 규제 완화’ 요구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돌려줄 보증금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하지 않으면 앞으로 역전세난과 전세사기 사례는 더 심각해질 것이란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전셋값이 매매가의 90% 이하인 주택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가입 기준을 100% 이하에서 90% 이하로 강화한 것이다. 공시가격 적정 비율도 150%에서 140%로 낮아져 전셋값이 공시가의 126% 이하일 때만 가입이 가능하다.
앞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년 전보다 평균 18.63% 하락하며 역대 가장 크게 내렸다. 지난해 집값이 큰 폭으로 하락했고, 2020년 수준으로 보유세 부담을 낮추는 감세 정책이 맞물린 탓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임대인들 사이에서는 고민이 커졌다. 가뜩이나 역전세난이 심화돼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상황에서 보증보험 가입 기준 강화와 공시가격 하락으로 전셋값을 더 내려야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예를 들어 공시지가 1억원 주택이 있다고 하면, 기존에는 150%인 1억5000만원까지 보증보험에 가입이 가능했지만 이젠 1억4000만원까지만 가입이 가능하다. 임차인들은 보증보험에 가입 가능한 주택을 원하기 때문에 임대인들은 새 임차인을 구하기 위해서는 전셋값을 내릴 수밖에 없다. 전세보증금 반환을 위한 차액 부담이 강화되는 상황이다.
임대사업자들 등 다주택자들은 은행에서 생활안정자금대출 받아 보증금 반환 용도로 많이 이용해왔다. 기존 생활안정자금 대출 한도는 2억원이었지만 지난 3월 규제가 풀리면서 기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TI) 한도 내에서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임대사업자들은 생활안정자금 가지고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보증금반환목적의 주택담보대출과 DSR 규제는 대폭 완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전세보증금 반환 용도의 주택담보대출에는 DSR 규제가 적용된다. 이를 한시적으로라도 풀어 임대인들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게끔 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일부 임대사업자들은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선량한 임대인들조차 주택담보대출이 불가능하다”며 “보증금 반환을 임대인이 책임질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했다. 역전세난이 심화될수록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임대사업자들이 많아지고,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더 늘어나는 등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성창엽 임대사업자협회장은 “앞으로 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한 주택이 매우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임차인 주거안정 사각지대도 확대될 수 있다”며 “전세사기 대책들이 전세금을 강제로 하향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보증금 반환 사고 확대 위험도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이날 주택금융공사(HF)가 임차보증금 반환 용도로 특례보금자리론을 신청한 고객이 1만명을 넘어섰다며 이를 보증금 반환에 활용할 수 있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 성 회장은 “특례보금자리론은 무주택자나 1주택자만 이용 가능한데, 여러 주택을 가지고 있는 임대사업자는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방법을 통해 보증금 반환 문제를 해결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다만 DSR 규제 완화를 통해 대출을 늘려도 결국은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전세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 이상 역전세난 타개는 힘들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전세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이유는 결과적으로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가 계속되면서 전세 포비아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어떤 정책을 통해 획기적으로 문제를 바꾸겠다는 태도가 아니라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았다는 경험이 누적돼야 하는데, 전세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거시적인 태도로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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