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신약 연구·디자인·마케팅… 화이트칼라부터 파고든 AI

변희원 기자 2023. 5. 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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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칼라에 더 타격? 예상 깬 ‘일자리 습격’
AI(인공지능) 로봇 근로자가 스마트 오피스에서 일하고 있는 3D 이미지./게티이미지 뱅크

지난해 중국 게임 업계 채용은 70%가량 감소했다. 일러스트레이터가 하던 그림과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을 인공지능(AI)이 대신하면서 더 이상 사람이 필요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독일 패션 기업 잘란도는 250명이 하던 마케팅 업무를 AI로 대체했다. 지난 2~3년간 국내 인터넷·게임 업계에 불었던 개발자 채용 열풍도 최근 급속히 잠잠해졌다. 시장이 위축된 탓도 있지만, 급속히 발달한 AI가 상당수 인력을 대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연히 사람이 하던 업무를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현상이 수많은 직군에 걸쳐 전세계적으로 가속되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3억 개에 달하는 세계 정규직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AI자동화가 단순 노동 직군을 대체할 것이라는 기존 예상과 달리, 행정직이나 사무직이 더 큰 위협을 받고 있다. 국내 기업들에서도 마케팅, 디자인, 전자제품 개발, 게임 개발, 신약 연구와 같은 대표적 화이트칼라 직종을 AI가 파고들고 있다.

◇교육 받고 연봉 8만달러 버는 사무직 위험?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와 펜실베이니아대학이 지난달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높은 임금을 받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보다 AI의 위협에 더 치명적이다. 연구진은 “고등 교육을 받고 연봉 8만달러 수준을 버는 사무직 근로자가 가장 위험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AI 일자리 관련 유명인들의 말말말

고학력 전문가들의 주무대였던 연구 업무에 AI가 투입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OLED용 고효율 발광 재료 개발에 AI를 적용했다. 지난 10년간 연구원들이 수작업으로 가장 밝게 빛을 내는 최적의 분자 조합을 찾았는데, 이제는 발광 정도를 예측할 수 있는 AI가 이 업무를 대신한다. 중국 AI 연구소 바이두 리서치 연구팀은 첨단 mRNA 백신을 설계하는 AI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사람 연구원이 수개월씩 걸리는 작업을 AI는 11분 만에 끝냈다. 바이오 제약 업체들은 카카오브레인이 출시할 신약 개발용 AI 서비스에 관심이 높다. 한 제약업체 관계자는 “신약에 활용하는 단백질 구조 설계에 엄청난 돈과 인력이 투입되는데, 이를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이나 창작 같은 분야도 AI의 등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LG그룹은 이미지 생성 AI ‘엑사원 아틀리에’를 개발해 자사 제품 디자인에 활용하고 있다. 엑사원 아틀리에는 300초 만에 최대 256개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 이미지를 사람 디자이너가 보완해 LG생활건강의 화장품 포장 디자인에 활용하는 식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1월 3분짜리 애니메이션을 선보이면서 이미지 생성 AI 로 배경 작업을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붙어서 하던 일이다. 예고편 엔딩 크레딧에 ‘AI’가 작업자로 이름을 올리자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는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며 반발했다.

◇6~7주 걸리던 게임 작업이 2주로 단축

크래프톤은 최근 ‘푼다’라는 세계 최초 AI 논리 퍼즐 게임을 개발했다. 이 게임은 매 단계마다 퍼즐을 제시하고, 이를 풀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게임이다. 사전에 입력된 퍼즐이 있는 것이 아니다. AI가 사용자의 실력에 따라 최적화된 퍼즐을 즉시 생성해낸다. 사람은 게임 기획만 하고, 개발자 대신 AI가 게임을 만들어낸 것이다.

게임 업계는 AI 활용이 가장 활발한 산업으로 꼽힌다. 챗GPT와 같은 언어 모델 AI가 게임의 스토리와 대사를 짜고, 그림을 그려주는 AI가 게임 내 그래픽을 그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기존에는 1분가량의 게임 내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해 디자이너 3명이 6~7주가량 작업했다. 현재는 자체 개발 AI를 디자인 작업에 활용하면서 작업 기간이 4주 정도로 단축됐다. 게임 업계 한 개발자는 “AI가 게임 개발 전 과정에 투입되다 보니, 개발자 수요가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며 “상당수 개발자가 AI 전문가로 전직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케팅도 AI가 빠르게 대체하는 분야다. 현대백화점은 네이버의 AI 하이퍼클로바를 기반으로 만든 AI 루이스를 마케팅에 투입했다. 백화점 마케팅의 핵심은 세일이나 행사를 홍보하는 것인데, 마케팅의 목적·대상·시점 등을 입력하면 AI가 홍보 문구를 대신 작성해 주는 것이다. 모두 사람이 하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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