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사마저 외면"…평택항 신국제여객부두 '사업 부실' 논란

CBS노컷뉴스 박창주 기자 2023. 5. 3.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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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사 선정 지지부진하다 결국 취소
부지 조성 준공 앞두고 사업 차질 우려
설계 때 이미 물동량이 예측치 '초과'
업계, 야적장·부대시설 등 한계성 지적
평택해양청 "추가 부지 확보·재공모 검토"
해수부, 야적장 추가 확보 등 예산 논의
지역사회·전문가 '대책 촉구' 한목소리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 조감도. 평택지방해양수산청 제공


경기 평택·당진항(이하 평택항) 신국제여객부두 건설이 급증한 물동량에 맞지 않은 규모로 추진되면서 운영사 선정이 취소되는 등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애초 설계에서 사업 주체인 평택지방해양수산청이 시장 변화에 따른 업계와 지역사회의 요구를 제대로 수용하지 않은 데 따른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물동량 급증에도 설계 유지→사업자 선정 '무산'


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평택지방해양수산청은 지난해 12월 신국제여객부두 운영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면적·시설 규모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지난달 사업자 선정이 취소됐다.

평택항 신국제여객부두 건설은 입출국 동선이 혼잡하고 20년 이상 노후화된 인근의 기존 국제여객터미널 등을 옮기려는 취지다. 부지 조성은 올해 상반기, 터미널 등 시설 구축은 내년 준공이 목표였다. 국가 무역·관광 활성화 등 공공성 확보를 위해 국가가 건설한 뒤 운영권을 민간에 맡기는 방식(BTO)의 재정사업으로 총 사업비는 2198억 원(국비)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지난 2014년 도출한 물동량 예측치를 기준으로 2015년 설계용역에 착수, 이후 2017년 2월 설계를 마쳤다. KMI 자료에 따르면 기존 여객터미널과 동일한 5개 항로 기준의 물동량은 2020년까지 17만 8천TEU(20피트 컨테이너), 2030년까지는 18만 9천TEU로 예측됐다.

문제는 설계가 진행되던 시기 실제 연간 물동량이 이미 예측치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평택지방해양수산청 '여객통계'를 보면, 평택항 카페리선 화물처리량은 2014년 14만 8천여TEU에서 이듬해 19만TEU, 2016년 21만TEU로 늘었다.

이후로도 대중국 무역량 증가와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규정 강화에 따른 신규 카페리선 대형화 등의 영향으로 물동량은 계속 늘어 지난해 33만 8천여TEU로 당초 예측치의 2배가량 급증했다.

야적장·부대시설 '한계'…"경쟁력 턱없이 부족"


평택항 일대 모습. 박철웅 PD

이처럼 적합한 화물 수요가 반영되지 못하면서, 먼저 컨테이너를 쌓을 야적장 규모가 협소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평택지방해양수산청이 부두 운영사를 공모하면서 제시한 야적장 면적은 6만 7천여㎡였으나, 이는 기존 터미널 야적장의 절반 수준으로 현재 물동량을 감안하면 17만㎡ 이상은 돼야 한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부대시설 부족 문제도 거론된다. 야적장을 포함한 부두 전체 면적(13만 8천여㎡)이 수요 대비 부족하다 보니, 동식물검역장소나 경비실, 컨테이너 검사수리세척장, 항만노동자 대기시설 등을 설계에 반영하기조차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배가 정박하는 시설인 선석 규모에 대한 지적도 있다. 안정적이고 신속하게 화물을 옮길 수 있는 대형 크레인 설치는 물론, 함께 드나드는 승객들과의 안전한 동선까지 고려했을 경우 지금 설계된 선석 폭(50m)으로는 셔틀차량 회전 반경 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 외에 식품·의약품 등을 보관할 냉동설비(설계상 98개)와 이를 가동할 전기시설이 부족하고, 주변 진입도로 차로 너비는 부두 관련 설계기준이 없어 일반 도로공사 기준이 적용돼 대형 화물 운송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뒤따른다.

이 같은 우려 사항이 우선협상대상자를 중심으로 잇따라 문제 제기되면서, 평택지방해양수산청과의 운영사 선정 계약이 차일피일 미뤄져 오다 끝내 취소된 상황.

우선협상대상자였던 동방-대아 컨소시엄 측은 경쟁력이 부족한 사업 조건으로 계약을 강행할 수 없었고, 향후에도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재공모에 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동방-대아 컨소시엄 관계자는 "기존 설계로는 우리가 계약을 했더라도 부두를 이용할 평택항 5개 카페리 회사들이 하역에 큰 어려움을 호소했을 것이라고 봤다"며 "사업계획서를 통해 개선사항을 요청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계약 무산으로 금전적 피해를 본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택청·해수부 "추가 부지 확보, 재공모 검토"


평택항 신컨테이너터미널 일대 전경. 박철웅 PD

이에 대해 평택지방해양수산청 측은 설계 이후 크게 늘어난 물동량에 대해 추가 사업부지를 확보하고, 운영사 선정을 위한 재공모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평택지방해양수산청은 CBS노컷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설계 단계에서는 2030년 23만TEU(7개 항로 가정)를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에 당초 계획을 상회한 시점은 2018년도로 판단하고 있다"며 "변화된 여건을 반영한 물동량 예측을 위해 관련 용역을 별도 실시하고 추가 부지 7만 5천㎡ 확보와 운영사 재공모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급 기관인 해양수산부도 해당 사안을 인지하고 대책을 고심 중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설계 당시에는 이 정도로 물동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측하진 못했고, 부두 바깥 쪽에 야적장을 추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내년도 예산에 반영할지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상황 맞는 부두 여건 갖춰야" 한목소리


평택지역 시민사회단체는 관계 기관의 책임을 따져물으며 실효성 있는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평택당진항발전협의회 이종철 부회장은 "신국제여객부두와 야적장 등은 면적이 협소하고 시설이 불편해 물동량 처리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평택항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역사회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독선적인 행정이 초래한 예견된 사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신뢰할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평택항의 경쟁력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평택항 발전을 위한 역사와 미래 토론회 현장 모습. 평택당진항발전협의회 제공


평택시도 항만산업이 지역경제와 생활환경 등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관련 사업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목소리를 보탰다.

평택시 관계자는 "지역 항만 발전을 위해서는 국가적으로 계획한 부두가 내실있는 준비를 거쳐 운영돼야 한다"며 "현실에 맞지 않은 설계로 부두 운영이 정상 가동되지 않아 국가 예산이 낭비되거나, 여객·선주 등이 안전사고 우려와 비용 부담을 떠안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사업자 선정이 취소된 만큼 시장 현황에 적합한 사업 여건을 다시 제시해 운영사와의 원만한 계약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중앙대 국제물류학과 박근식 교수는 "물동량 예측 분석을 한 뒤 설계 과정에서 시장 상황이 크게 변했다면 이를 반영해야 된다는 요구를 어느 정도 반영했어야 했다"며 "지금이라도 개선점을 적극 모색해 업계와 충분한 사전 협의를 통해 제대로 된 사업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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