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주가조작단에…'골프계 큰손'도 전현직 공직자들도 넘어가

박지영 기자 2023. 5. 2.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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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뉴스룸이 단독 보도한 '주가조작 의혹' 녹취파일 등의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인용보도시 'JTBC 뉴스룸' 출처를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는 크기로 표기해 사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지금부터는 JTBC가 보도하고 있는 다단계 주가조작 단독 보도를 이어가겠습니다. 저희 취재진은 주가조작 일당에 굵직한 기업인부터 유명 연예인까지 얽혀있었다고 보도했는데요. 이들만이 아닙니다. 힘 있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국회 윤리위 위원도 또 오래전 청와대 행정관도 이들 사업에 발을 들였습니다.

먼저 박지영 기자입니다.

[박지영 기자]

주가조작단이 투자한 한 온라인 경제 매체입니다.

그런데 국회 공직자윤리위의 장모 위원이 이 회사 감사로 등장합니다.

장 위원은 2017년~2018년 청와대에서 행정관으로 일하고, 2020년부터는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윤리위원으로 재직중인 인물입니다.

장 위원은 주가조작단 내부에서도 총책 라덕연 씨의 측근으로 활동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장 위원은 주가조작단에게 투자한 사람들을 유치한 것은 물론, 주가 폭락 직전까지도 기존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장모 위원/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 수익이 잘 나는 품목으로 바꿀 거거든요. 남한테 얘기 안 하는 조건으로. 제가 전화를 우리 직원한테 넘겨서 다음 주에 약속을 잡으라고 할 테니까…]

취재진은 장 씨에게 반론을 듣기 위해 여러차례 연락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청와대에서 행정관으로 일했던 한 전직 검찰 수사관도 마찬가지.

박영수 특검의 수사지원단장으로도 활동한 이 인물은 지난 1월 주가조작단이 운영한 회사와 고문계약을 맺었습니다.

한달 고문료만 500만원.

해당 인사는 "정식 계약을 맺은 건 아니"라면서도 돈을 받은 건 인정했지만 "문제가 불거진 후엔 범죄수익으로 오해받을 수 있어 돌려주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이처럼 주가조작단은 인터넷 언론사에도 투자했는데 따로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름도 잘 안알려진 이 언론사의 배너 광고는 수백만원씩 했는데 사실은 투자자들이 배너 광고 형태로 수수료를 지불한 겁니다. 특히 의사들의 병원 광고가 많았습니다.

임지수 기자입니다.

[임지수 기자]

주가조작단 핵심 관계자 변 모씨 명의 법인의 등기 상 사무실 건물입니다.

변 씨는 주로 의사들을 상대로 투자금을 끌어왔습니다.

[한상준/변호사 (주가조작단 투자자 소송 대리) : 변모 씨는 의사들만 담당했어요. 웬만한 의사분들 투자하시는 금액 보면 일반인 10배 이상 투자를 하시니까.]

그런데 같은 장소를 주소지로 올려놓은 곳이 또 있습니다.

지금은 운영을 멈춘 한 온라인 경제 전문 언론사입니다.

이 온라인 매체 보도국장은 라덕연 대표의 측근 조모 씨로 돼있습니다.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있는 배너 광고를 눌러보니 한 병원 홈페이지로 연결됩니다.

취재진이 확보한 이 매체 회계 자료에 따르면, 이 병원 원장은 주가조작단에 수년간 돈을 맡겨온 투자자 중 한 명으로 확인됩니다.

주가조작단은 의사들로부터 수수료로 받을 돈을, 이 매체 배너광고비로 돌려 받아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정종혁/세무사 : 실제로 집행되지 않은 광고 건이 있거나 수수료를 포함한 금액으로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했다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중대한 범죄입니다.]

주가조작단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이런 기능을 할 또다른 온라인 언론사 지분을 몇달전 새롭게 사들였습니다.

해당 매체는 투자자들이 주가 조작에 연루된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자신들도 피해자란 취지를 밝혔습니다.

[앵커]

주가조작단은 이렇게 번 천문학적인 돈으로 수백억원에 달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골프장을 사려고도 했습니다. 해당 골프장을 팔려던 사람은 골프업계의 한국계 '큰 손'이었는데 이 사람도 주가조작단에 일부 투자했습니다. 아난티 그룹의 전 회장이 주가조작단 일당이 수익을 잘 올려 암도 나았다며 투자를 권유했다고 했습니다.

박준우 기자입니다.

[박준우 기자]

주가조작단이 지주사로 활용한 골프 회사의 홈페이지입니다.

미국과 일본에 모두 4곳의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다는 광고가 눈에 띕니다.

실제 주가조작단 라덕연 대표는 지난달 초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골프장을 사겠다며 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차로 보낸 돈만 2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매각자는 한국산업양행 유신일 회장, 미국의 명문 골프장 등을 포함해 해외에만 20여개의 골프장을 갖고 있는 골프계의 큰손입니다.

계약 당시 주가조작단과 가수 임창정 씨도 함께 왔다고 밝혔습니다.

[유신일/한국산업양행 회장 : 난 그때 처음 임창정이를 처음 본 겁니다. 임창정 애들이 골프를 한답니다. 캐나다에선가 그래서 골프도 잘 알고 와서 보니까 정말 좋거든요. 바로 이제 하겠다고 그래서 그렇게 해서 이제 계약을 하고…]

유 회장이 라 대표를 알게 된 건 지난해 11월, 국내 고급 리조트그룹 아난티의 이중명 전 회장 소개였습니다.

[유신일/한국산업양행 회장 : 이게 어떤 사람은 암 걸려서 이제 제주도로 이사를 갔는데 여기다가 주식을 투자를 해놓고 계속 올라가니까 병이 나았답니다. 아주 금융치료사래요.]

이 말에 유 회장도 라 대표에게 20억원을 맡겼습니다.

최초 몇 달 동안 15억원 가까운 수익을 올리며 라 대표를 신뢰하게 됐습니다.

라 대표 일당이 세운 골프 회사의 지분 1억원치를 산 것도 이런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본인 소유의 일본 골프장 3곳의 지분도 절반씩 나누기로 약속했지만 결국 물거품이 됐습니다.

지금은 투자금을 모두 잃고 빚까지 지게 된 유 회장은 라 대표 측에 일본 골프장 광고는 내려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VJ : 한재혁·김민재·장지훈 / 영상디자인 : 신하림·강아람)
(화면출처 : 유튜브 'Golf Inc Korea')
(리서처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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