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채소·달걀 포기하면 갈만함”… 한국 물가 어느 정도인지 봤더니 [미드나잇 이슈]

이희진 2023. 5. 2.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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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오렌지·사과·토마토 특히 비싸
저렴한 건 기호식품인 담배와 맥주
도쿄와 비교해도 “한국이 더 비싸”
외식, 2022년 동기 대비 7.6% 올라

“과일과 채소, 그리고 달걀을 포기한다면 (한국에) 갈만함.”

글로벌 물가조사 사이트 넘베오 한국 물가 페이지에 한 누리꾼이 남긴 댓글이다.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일 등의 물가가 지나치게 비싼 걸 풍자한 것이다.

최근 외식물가가 가파르게 뛰면서 서민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만원’만 있으면 한 끼를 거뜬하게 해결할 수 있었지만 이젠 쉽지 않다. 대표적인 서민음식인 순댓국도 특 사이즈를 시키면 1만원 이상을 받는 식당이 많아졌고, 냉면과 치킨은 더는 서민음식으로 볼 수 없는 가격이 됐다. 치킨은 배달값을 합치면 3만원을 내야 하는 시대다.

지금 우리나라 물가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비싼 걸까. 비싸면 얼마나 비싼 걸까. 체감물가를 파악할 수 있는 넘베오를 통해 알아봤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2개월 만에 3%대를 기록했다. 사진은 2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뉴스1
◆과일, 채소 비싼 한국

우선, 넘베오는 사용자가 직접 입력하는 자료를 기반으로 통계를 내는 사이트다. 국제기구 등으로부터 통제를 받는 사이트는 아니다. 이에 통계를 100% 신뢰할 순 없지만 한 국가 물가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로는 활용할 수 있다. 넘베오는 국가별 통계를 낼 때 제보된 물가의 상위 25%와 하위 25%는 제외한다고 한다. 통계 정확성을 담보하기 위함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서울 저렴한 식당에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할 땐 평균 9000원이 든다고 평가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먹는 백반 가격 등을 고려하면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명이 중간 가격대 식당에서 후식까지 나오는 요리를 먹으면 6만5000원이 든다고 봤다. 고깃집이나 양식집 등을 생각해보면 납득이 가는 가격대다. 마트에서 살 수 있는 물건들로 넘어가보자. 우유는 1리터에 2953원, 쌀은 1㎏에 4888원, 달걀은 12구에 4957원이 평균적으로 든다고 평가한다. 실제 최근 마트에 가서 본 가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한국 물가는 어느 정도 수준인 걸까.

넘베오에 따르면, 한국은 과일과 채소의 물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특히 비싸다.
넘베오가 지난 4월 서울의 물가를 평가한 결과. 대부분 항목이 ‘Very high’ 혹은 ‘high’로 평가돼 있다. 넘베오 캡처
상대적으로 가장 비싼 건 바나나. 서울은 바나나 1㎏당 약 5000원으로 전 세계 568개 도시 중 5번째로 비싸다. 오렌지도 비슷하다. 오렌지 역시 1㎏당 약 8300원으로 전 세계 553개 도시 중 6위를 차지했다. 토마토와 사과도 마찬가지. 두 과일은 1㎏당 각각 8450원, 8560원으로 전 세계 550여개 도시 중 10위다.

상추도 비싼 편이다. 서울은 상추 1개에 약 3100원인데, 이는 전 세계 524개 도시 중 54위에 해당되는 위치다. 넘베오는 서울 상추 가격에 대해 ‘very high’라고 평가했다. 달걀 가격 역시 546개 도시 중 101위를 차지에 ‘very high’로 평가됐다.

“과일과 채소, 그리고 달걀을 포기한다면 (한국에) 갈만하다”는 누리꾼의 말엔 뼈가 있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건 뭘까.

안타깝게도, 마트에서 살 수 있는 것 중 대다수는 ‘매우 비싸다’ 혹은 ‘비싸다’로 평가됐다. 넘베오가 수집 중인 항목 중 저렴하다고 평가된 건 말보로 담배 뿐이다. 말보로 담배 1갑은 4500원으로, 이는 전 세계 504개 도시 중 396위였다. 수입맥주 300ml도 약 3300원으로 전 세계 482개 도시 중 194위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평균 정도 되는 셈이다.
일본 도쿄의 한 유니클로 매장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도쿄보다 서울이 물가 더 비싸”

물가가 비싸기로 소문난 이웃 나라 일본 수도 도쿄와 비교해보면 어떨까.

놀랍게도 넘베오는 같은 생활을 영위한다고 가정했을 때 도쿄보다 서울에서 돈이 더 든다고 판단했다. 넘베오는 “두 도시 모두에서 집을 빌려 생활한다고 가정했을 때 도쿄에선 633만원, 서울에선 667만원이 든다”고 했다.

뭐가 더 비싸길래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

우선, 외식 물가가 전반적으로 서울이 더 비쌌다.

2명이 중간 가격대의 식당에서 후식까지 나오는 음식을 먹는다고 쳤을 때 서울은 6만5000원, 도쿄는 약 6만2000원이다. 맥도날드 역시 서울은 8000원, 도쿄는 6800원으로 서울이 17.3%나 비쌌다.

맥도날드는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 점포를 내고 있어 물가를 비교할 때 주로 활용되곤 한다. 특히 대표 메뉴인 빅맥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 구매하더라도 가격과 크기가 비슷해 ‘빅맥지수’라는 지표도 있다.
사진=뉴시스
커피도 도쿄보다 서울이 비쌌다. 서울은 카푸치노 한 잔에 약 5100원, 도쿄는 약 4500원이었다.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식료품 등도 서울이 도쿄보다 비쌌다. 넘베오에서 제공하는 19개 항목 중 12개 항목이 그랬다.

가장 차이가 크게 나는 건 빵으로, 도쿄는 500g에 약 2000원이었지만 서울은 4200원이었다. 서울이 105%나 더 비싼 것이다. 이외에도 소고기 1㎏(96.5%)과 달걀(84.2%), 중간 가격의 와인 한 병(71.1%), 우유(57.2%), 상추(53.4%) 등이 도쿄보다 월등하게 비쌌다. 도쿄보다 서울이 싼 품목은 치즈와 사과, 오렌지, 감자, 양파로 10~20% 수준이었다. 비싼 건 월등하게 비싼데 저렴한 건 상대적으로 덜 저렴한 것이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위치한 한 음식점 앞에 메뉴 및 가격표가 부착돼 있다. 뉴스1
◆외식, 전년 동기 대비 7.6% 올랐다

한편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4월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10.80(2020년=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올랐다. 전월 상승률(4.2%)보다 0.5%포인트 낮은 것이지만 석유류 가격 하락의 영향이 컸다.

외식 등으로 대표되는 개인서비스 가격은 외려 상승 폭이 확대됐다. 외식이 7.6% 올라 전월(7.4%)보다 상승 폭이 커졌고, 외식외 개인서비스는 5.0% 올랐다. 이는 2003년 11월(5.0%) 이후 약 20년 만의 최고치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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