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올빼미’ 리뷰, 오랜만에 만나는 웰메이드 팩션 사극

2023. 5. 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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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영화
목격한 진실을 그대로 말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예부터 ‘보고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이 권력과 힘없는 이들에게 필요한 처세와 생존의 덕목이었기에 진실이 권력에 맞선 것이거나, 자신에게 독이 되는 길이라면 묵인하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다.

그러나 ‘올빼미’의 경수(류준열)는 다른 선택을 한다. 어둠 속에서만 어렴풋이 볼 수 있는 맹인 침술사 경수는 소현세자(김성철)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 있는 목소리를 낸다. 맹인이지만 뛰어난 침술을 갖춘 경수는 어의 이형익(최무성)에게 재능을 인정받아 궁으로 들어간다. 그 무렵 병자호란 후 청에 인질로 끌려갔던 소현세자가 8년 만에 귀국하고, 인조(유해진)는 아들을 향한 반가움도 잊은 채 왕위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어느 밤, 어둠 속에서 소현세자의 죽음을 목격하게 된 경수는 진실을 알리려던 순간 더 큰 음모와 비밀을 알게 된다.

소현세자의 죽음은 그동안 많은 드라마에서 소재로 사용되었다. 학질이 사인이었으나 ‘소현세자가 죽을 때 눈, 코, 입 등 8개 구멍에서 선혈이 흘러나왔다’는 인조실록의 기록처럼 일반적인 학질의 증상과 차이가 있었기에 끊임없이 독살설이 제기되어온 흥미로운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상상과 창작의 욕구를 자극할 수밖에 없는 소재임이 분명하다.

‘올빼미’는 기존 작품들과 다른 상상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맹인 침술사라는 독창적인 캐릭터가 이야기를 그리는 주축이 된다. 주맹증을 앓는 경수는 다른 사람들 앞에선 항상 안 보이는 것처럼 행동한다. 정치싸움을 벌이는 인조와 소현세자 사이에서 ‘관찰자’ 역할을 하는 경수는 보고도 못 본 척하며 지낸다. 그러나 소현세자의 죽음을 우연히 목격하면서 경수의 입장은 관찰자에서 ‘해결사’로 전환된다. 소현세자 죽음의 비하인드가 드러나면서 스릴러 장르색이 본격화된다. 소현세자를 죽인 자, 이를 지시한 자의 정체가 드러나고, 경수를 옥죄는 상황이 강화되면서 한층 흥미로워진다.

이 영화의 매력은 ‘진실을 밝히는 용기’라는 주제의식을 관철해 나가는 데 있다. 사건의 진실을 목격한 후 묵인할 것인가, 알릴 것인가에 대한 용기와 결정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역사 왜곡의 논란을 부를 만한 설정이지만, 장르적 특성을 감안한다면 문제되지 않는다. 참신한 상상력, 촘촘하게 구성된 스토리, 만족할 만한 미술, 무엇보다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까지. 흡인력이 상당한 작품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웰메이드 팩션 사극이다.

최따미(최다함) 우버객원칼럼니스트(영화 인플루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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