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 TO 강원] ④ 다트 동아리 ‘춘천다트’ - 짜릿한 손맛에 이끌려 선수까지 ‘다트에 꽂힌 사람들’

유승현 2023. 5. 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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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6명으로 구성된 ‘춘천다트’
코로나 불경기 다트로 외로움 극복
프로급 2명 보유, 전원 경력 10년 이상
자천타천 ‘다트 전도사’ 오효열 대표
“숨겨진 승부욕 발견, 경기마다 짜릿”
기계 임대·교육·동호회 교류전 연계도
200여팀 참가 피닉스오피셜리그 준우승
“다트가 춘천 생활체육 종목 등록됐으면”

 

 

④ 다트 동아리 ‘춘천다트’

마스크를 벗고, 되찾은 일상. 코로나19로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하나 둘 미뤄왔던 일들을 하느라 분주한 요즘, 사람들은 무엇을 할까. 많은 사람들이 모인 축제, 못 갔던 해외여행처럼 거창하지 않아도 차분히 잃었던 일상을 되찾는 사람들을 만나본다. 다양한 취미소모임을 통해 다시 관계 맺고 무기력을 조금씩 쓸어내고 있는 일반인 생활체육 소모임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 춘천다트 회원들의 개인 다트. 4월 중순 2022 윈터 피닉스 오피셜 리그 8강을 앞두고 승리를 다지고 있는 춘천다트를 만났다.

오효열(43) 춘천다트 대표는 프로 라이센스를 딴 실력자다. 다트 동호회 ‘춘천다트’는 총 6명의 자영업자들로 구성된 소규모 동호회지만 프로급 실력자가 2명이나 있다. 바로 오 대표와 이종석(42)씨다. 4명의 회원들 역시 코로나를 이겨낸 자영업자들로 실력이 대단하다. 코로나를 겪으며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외롭던 날들이 다트 실력을 갈고 닦을 수 있는 시간이 됐다.

현재 춘천 생활체육종목에 다트는 들어있지 않다. 오 대표에 따르면 전남 화순, 경남 거제 등 전국에서 일부지역만 생활체육종목으로 선정돼 있다고 한다.

화천이 고향인 오 대표는 고교 졸업 후 취업을 위해 서울로 이사했다. 바텐더가 되고 싶었던 그는 홍대, 대학로 등에서 일하며 10년간 바텐더 실력을 키웠다. 지난 2009년 결혼해 안양에서 3~4년 정도 다트바를 운영하다가 수도권보다 춘천이 아이들을 키우기 좋을 것 같고, 고향이 그리워 2015년 강원도로 돌아 왔다. 이후 지금까지 춘천 강원대 후문에서 다트바를 운영하고 있다.

춘천에 다트기계가 있는 가게는 15곳 정도 된다. 다트를 위주로 운영하거나 보드카페에 다트기계가 있어 낮에도 가볍게 다트를 즐길 수 있는 곳도 있다. 대부분 오대표가 전파(?)했다. 다트 기계를 임대해 주고, 교육도 한다. 다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동호회를 만들면 교류전 등을 할 수 있게 연계도 해준다. 그야말로 춘천 다트 전도사인 셈이다.

오 대표는 성인다트 동호회가 춘천 4개, 동해 1개, 강릉 1개 총 6개 정도 된다고 했다. 함께 경기를 해본 적은 없지만 전국대회에 나갈 수 있도록 격려 중이란다. 지난 3월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전국대회가 3년 만에 개최돼 춘천다트도 출전 중이다.

취재를 위해 찾은 날, 마침 16강에 올라 4대 0으로 우승한 뒤 8강 경기를 기다리고 있는 춘천다트 회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회원들은 좀 전에 이긴 16강 경기를 복기하며 8강 경기 전략을 짜는 데 한창이었다. 어떤 상대팀과 붙을지 예상해보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오 대표는 “결승가자! 야 우리, 강해!”라며 상기된 목소리로 회원들과 함께 승리를 다짐하고 있었다. 박재환(28) 씨 역시 “맞아, 우리 이길거야! 자신감 갖자!”라며 서로를 응원했다.

▲ 춘천다트 회원들. 사진 왼쪽부터 배준(43), 이종석(42) , 박재환(28), 오효열(43), 양유식(43) 씨

춘천다트 회원들은 전국 200여개 팀이 참가한 피닉스 오피셜 리그 최상위 레벨 30팀 중 8강에 오를 정도로 실력이 대단하다. 회원들 모두 다트경력이 평균 10년 이상이다.

춘천에서 다트바를 운영 중인 양유식(43) 씨는 ‘외로워서’ 다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에 장사가 힘들었고 그 시간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취미가 다트였다. 다트판 정중앙(bull)을 맞추며 꿋꿋이 가게를 이어올 수 있었다.

오 대표는 바텐더로 일하던 가게 한 편에 마련된 스틸다트로 다트를 시작했다. 스틸다트는 전자식이 아니라 수기로 점수를 계산한다. 그러다 자동으로 점수가 계산되고, 다양한 방식으로 다트를 즐길 수 있는 전자다트의 세계에 빠지게 됐다. 온라인으로 경기도 가능하고, 카드를 구매하면 자신의 다트 실력이 자동으로 기록된다.

오 대표는 다양한 대회에 100번도 넘게 참여해 왔다. 2018년 다트라이브대회에서 첫 2등을 달성, 그동안 전국대회에서 2등 2번과 3등을 3번 정도 했다. 이제 1등만 하면 된다.

오 대표는 국내에 다트가 많이 알려지기 전부터 다트를 시작해 지금처럼 다트인들이 많아지고, 규모 있는 대회들이 열리는 것이 감격스럽다고 했다.

“다트를 처음 시작했던 19년전만 해도 1000명도 안됐던 다트인들이 현재는 3만명이 넘는다. 술집에 있는 기계정도가 아니라 스포츠로 위상이 높아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춘천다트는 매주 일요일 오후 2시 또는 5시에 모여 함께 다트 연습을 한다. 다트를 치고 싶은 사람은 언제나 환영이란다. 다트가 제일 좋아하는 취미생활인 오 대표는 다트의 매력에 대해 다트판과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기 때문에 조금만 연습하면 다른 스포츠에 비해 빠르게 실력이 늘 수 있다고 했다. 전자다트의 팡팡 터지는 여러 효과들도 다트를 즐기는 데 한 몫 한다고.

“다트는 굉장히 쉽고, 금방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게임이다. 숨겨진 나의 승리욕을 발견할 수 있고, 짜릿하다. 많은 사람들이 한 번 씩 경험해보고 즐거운 취미가 됐으면 좋겠다.”

다트가 춘천시 생활체육종목으로 등록돼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다트를 즐기고 싶다고 말하는 진정한 다트 전도사, 오효열 씨.

취재 후 8강에서 승리를 거둔 춘천다트 팀은 지난 30일 4강 경기를 위해 서울을 방문했다. 팀은 홍대 인근 다트경기장에서 열린 4강전에서 이겨서 결승에 올라 당당히 준우승을 차지했다.

오효열 대표는 “준우승의 기쁨에 힘입어 앞으로 전국대회 우승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코로나19로 힘들었던 자영업자들에게 삶의 활력이 돼준 다트. 시원한 맥주와 함께 그 매력에 푹 빠지고 싶은 계절이다. 유승현·심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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