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서 명품 패션쇼… 서울, 세계의 런웨이 되다
29일 저녁 8시 서울 한강 잠수교 위에 푸른빛 조명이 일제히 켜졌다. 김덕수 사물놀이가 연주하는 호남농악 가락이 터져 나오더니, 밴드 산울림의 노래 ‘아니 벌써’가 울려 퍼졌다.
세계적인 명품 회사 루이비통의 2023년 여성 프리폴(Prefall·초가을 컬렉션) 패션쇼의 시작을 알리는 배경음악이 흘러나오자 드라마 ‘오징어게임’ 주인공이자 모델인 정호연이 푸른빛 재킷에 붉은 가방을 들고 잠수교 차로에 795m 길이로 만들어진 런웨이를 걸었다. 배경음악은 펄시스터즈가 부르는 ‘첫사랑’으로 바뀌었고, 외국 톱 모델 50여 명이 휘황찬란한 서울 야경을 배경으로 행진했다.
VIP 고객들과 미국 가수 제이든 스미스, 영화배우 클로이 머레츠, 피에트로 베카리 루이비통 CEO, 배우 배두나 등 유명인 1700명이 관객석에서 패션쇼를 지켜봤고, 유튜브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관객들은 패션쇼를 보면서 한강 물결 위로 흘러가는 쾌속정과 멀리 보이는 남산타워 야경을 함께 즐겼다. 패션쇼 마지막엔 서울 잠수교 상징으로 꼽히는 달빛 무지개 분수가 쏟아졌다. 이날 루이비통 패션쇼의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서울’이었고, 서울을 향한 찬가(讚歌)였다.
◇루이비통, ‘서울 찬가’를 부르다
루이비통이 프리폴 패션쇼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장소를 해외 유명 관광지가 아닌 서울 한강을 선택했다. 피에트로 베카리 루이비통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에 대해 “서울은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 허브 도시”라고 했다. 루이비통 측은 “한강은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상징적 공간이자 서울의 정서가 담긴 곳”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번 쇼의 연출·자문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만든 황동혁 감독이 맡았다. 음악은 외국인에게 서울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리스트로 채워졌다. 산울림과 펄시스터즈 노래 외에도 김덕수 사물놀이가 연주하는 호남농악소리,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 국립국악원이 연주한 전통 관악합주곡 ‘수제천(壽齊天)’ 같은 곡이었다
잠수교 인근 한강변에 떠 있는 세빛섬에서 이어진 게스트 환담 파티에서도 모든 주제는 ‘서울’로 통했다. 파크하얏트 셰프들은 회오리감자 같은 서울의 대표 길거리 음식 1700인분을 준비했다. 배경음악도 K팝이었다. 아이돌 여성 그룹 뉴진스, 르세라핌이 무대에 나와 노래했다. 한 패션 업계 관계자는 “루이비통이 이번 패션쇼에 고객 초청과 세빛섬 대관 같은 비용으로 100억원가량 썼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유례 없는 도시 마케팅 기회
이날 공연은 서울시와 한국관광공사가 2023~2024 한국 방문의 해를 맞아 한국을 홍보하기 위해 루이비통과 손잡고 진행했다. 로버트 칼자딜라 루이비통 북아시아 대표가 지난 2월 서울시에 먼저 ‘잠수교 패션쇼’를 제의했고, 서울시도 이번 패션쇼를 통해 서울 한강과 세빛섬을 알릴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협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이날 루이비통이 잠수교를 반으로 나눠 차로에는 관람객 좌석을, 자전거 도로에는 795m 길이의 ‘런웨이(모델이 걷는 무대)’를 만들고, 패션쇼를 진행하는 것을 돕기 위해 29일 0시부터 자정까지 24시간 차량 진입을 막았다. 잠수교 근처에 있는 LED 전광판을 통해서도 루이비통 쇼를 생중계했다.
패션쇼가 끝나고 칼자딜라 대표는 오세훈 서울 시장에게 “마술 같은 쇼였다”며 “서울시의 전폭적인 지원에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세빛섬이 전 세계 유명인으로 북적이는 모습을 보니 감개무량하다”며 “애초 계획했던 국제 컨벤션 시설로 부활의 신호탄을 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패션쇼는 루이비통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공식 유튜브 구독자는 104만명에 달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유튜브와 네이버 같은 다양한 채널로 전 세계에 생중계된 만큼 누적 조회 수 2억뷰 달성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서울 행사는 계속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5월에는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디올 패션쇼가 열렸고, 이달 16일엔 경복궁 근정전에서 구찌의 패션쇼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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