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Zoom] 날씨에 얽힌 잊지 못할 기억이 있다면.. "여기에 하나는 있을 수도"

제주방송 이효형 2023. 4. 3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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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Zoom'은 제주에 대해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지만, 알고 있다고 하기엔 애매한 '그 무언가'를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박식한 수준까진 아니지만 애매한 '그 무언가'를 조금이나마 긁어줄 수 있도록 준비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맑은 날씨의 해안도로 모습


■ 예나 지금이나 날씨로 먹고사는 제주

어디든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그 중에서도 제주는 관광이 중심 산업인 만큼 '먹고사는' 문제에 있어서도 날씨와 무척 연관이 깊죠.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네이버에서 검색된 제주 관련 500만개의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1위는 역시 '날씨'였습니다.

이어 맛집이나 관광지 등이 뒤를 이었는데, 이 모든 것 역시 '날씨'와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죠.

JIBS기사로 유입되는 검색 키워드도 날씨와 태풍, 공항 등의 키워드는 시기를 타지 않고 항상 상위권입니다.

그래서 이번 [제주Zoom]은 날씨 관련으로 준비했습니다.

앞서도 날씨 관련 내용은 종종 다룬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시간의 폭을 좀 넓혀 100년입니다.

참고로 올해는 제주에서 기상을 관측한지 100년이 되는 해인데, 같은 장소에서 100년 이상 기상 관측이 이뤄진 것은 부산과 서울에 이어 제주가 3번째 입니다.

2007년 9월 태풍 '나리' 당시 제주의 모습 (사진, 제주기상 100년사)


■ 앞으로 100년은 더 회자될 기록들.. "잊힐 리가"

지난 1923년부터 2023년까지 100년 동안 제주의 날씨는 실로 '어마어마' 했습니다.

우선 제주지역 하루 강수량 1위는 420㎜(2007년 9월 16일) 이었습니다.

2위는 310㎜(2018년 10월 5일), 3위 301.2㎜(1927년 9월 11일), 4위 299㎜(2011년 8월 7일), 5위 281.7㎜(1927년 8월 4일)로 시기를 보면 짐작이 가겠지만 태풍이 만든 기록입니다.

그 중에서도 2007년 9월 16일은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텐데, 바로 최악의 태풍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나리'입니다.

제주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물난리가 났고, 1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참고로 2위인 2018년 10월 5일은 태풍 '콩레이', 4위인 2011년 8월 7일은 '무이파'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1927년 대홍수로 무너진 산지천 홍예교 (사진, 제주기상 100년사)


또 3위와 5위는 모두 1927년로 '산지천 대홍수'로 기록된 해입니다.

당시 언론보도를 보면 "암흑세계", "침수된 가옥이 1,000여호, 죽은 사람이 열명"이라는 언급이 있는 것으로 엄청난 재앙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바람 기록을 순간최대풍속으로 살펴보면 1위는 초속 60m(2003년 9월 12일), 2위 47m(2016년 10월 5일), 3위 45.9m(1959년 9월 17일), 4위 41.6m(1986년 8월 28일), 5위 41.5m(1972년 7월 26일)로 나옵니다.

역시 태풍에 의한 것으로 2003년 9월 12일은 역시 역대급 태풍으로 꼽히는 '매미'입니다.

2위인 2016년 10월 5일은 '차바', 3위인 1959년 9월 17일은 아직도 회자되는 최악의 태풍 '사라'입니다.

가장 더웠던 날은 2022년 8월 10일로 무려 37.5℃를 기록했고, 반대로 가장 추웠던 날은 1977년 2월 16일로 영하 6℃입니다.

당시 언론보도를 보면 수도관이 얼고 학교는 휴교령이 내려졌다고 하네요.

그런데 잘 살펴보면 가장 더웠던 날은 최근이고, 가장 추웠던 날은 40여 년 전의 일입니다.

실제 가장 더웠던 날의 10위를 보면 2022년이 3일이나 포함됐고, 1942년과 1971년을 빼면 모두 1990년대 기록입니다.

2016년 1월 공항 활주로 폐쇄로 대합실에서 노숙하는 사람들


반면 가장 추웠던 날 10위 안을 보면 2000년 이후는 2016년 1월 24일 하루 뿐입니다.

지구 온난화의 여파를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참고로 2016년 1월 23~25일은 폭설과 강풍으로 제주공항 운항이 중단됐던 바로 그 때입니다.

당시 제주공항 대합실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노숙하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지금도 제주에 겨울에 눈이 좀 온다 싶으면 이 때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비 날씨 속에서 진행된 탐라문화제 행사 (사진, 제주기상 100년사)


■ "행사 날 비가 내렸다.. 우리 담당자 눈에도 비가.."

예나 지금이나 중요한 행사 날짜가 잡히면 하루에도 몇 번씩 날씨 정보를 보곤 합니다.

특히 많은 사람이 동원되는 대규모 행사에선 더더욱 그렇겠죠.

제주를 대표하는 문화 축제로는 '탐라문화제'가 있는데 1962년부터 2021년까지 60년 동안의 기록을 살펴보면 축제 기간 하루라도 비가 내렸을 확률은 61%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어지간한 비에는 행사가 진행됐는데, 2012년 9월 12일부터 19일까지 대형 태풍인 산바가 제주를 통과하면서 당시 행사는 9월 16일 정오 이후 전면 중단돼 사실상 폐막됐습니다.

강풍으로 중단된 제주들불축제 (사진, 제주기상 100년사)


지금은 존폐가 거론되고 있는 들불축제 역시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축제기간 하루라도 비가 내렸던 확률은 47%였는데, 들불축제는 강풍에 더 시달렸습니다.

2009년 2월 열렸던 들불축제는 당시 초속 26m의 강풍으로 당일 행사가 취소됐고, 2019년 행사는 바람이 너무 세 2월 행사를 3월로 미루기도 했습니다.

이밖에 1989년 9월 25일부터 10월 1일까지 제주에서 처음 열린 전국체전 당시는 311.3㎜의 많은 비가 내렸고, 태풍도 직접영향권에 들었지만 그럼에도 야외 종목이 진행됐습니다.

참고로 비바람 속에 진행된 마라톤 경기에서는 창원시청 김병렬 선수가 2시간 23분 53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끊었다고 하네요.

1920년대 제주측후소의 모습 (사진, 제주기상 100년사)


■ "제주보다 제주를 더 잘 아는 사람"의 '라스트 댄스'

제가 앞서 소개한 주요 기상정보는 제주지방기상청이 발간한 '제주기상 100년사'에 대부분 녹아 있는 내용입니다.

올해로 퇴임하는 전재목 제주지방기상청장의 '라스트 댄스'가 바로 이 책이라 할 수 있겠네요.

200쪽에 달하는 책에는 1923년 일제강점기 제주측후소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단순한 기록만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마가둠(장마의 끝)을 결정하고 마가지(조농사)를 시작한 날씨와 연관된 제주의 문화까지 잘 녹여냈습니다.

전재목 청장은 경북 출신으로 제주가 고향은 아니지만 제주에 있는 동안 여러 밭작물 맞춤 정보를 농가에 배포하는 등 제주를 위해 노력했고, 이제는 '제주 사람보다 제주를 더 잘 아는 사람'으로도 통할 정도입니다.

전재목 청장이 이 책에 남긴 발간사만 봐도 제주와 날씨에 대한 진심이 오롯이 전해집니다.

"제주 역사·문화와 함께 한 제주기상 100년은 제주도민들과 희로애락을 같이한 감동의 스토리텔링이었습니다. 새로운 100년 제주지방기상청은 이 책을 이정표 삼아 제주도민의 삶이 녹아있고, 누구나 공감하는 날씨 서비스 제공을 약속드립니다"

"직원 여러분 한분 한분이 제주지방기상청 100년을 만들어낸 진정한 주인공들입니다. 지난 100년 헌신해오신 선배님들께도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제주기상 100년사

JIBS 제주방송 이효형 (getstarted@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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