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미 의회 연설 “민주주의 위기···거짓 위장 세력에 힘 합쳐 싸워야”
“미국과 ‘자유의 나침반’ 역할 하겠다”
“제 이름 몰라도 BTS와 블랙핑크는 아실 것”
박수 60여차례, 기립박수 26번 쏟아져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연설에서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시스템이 거짓 위장 세력에 의해 무너지지 않도록 모두 힘을 합쳐 용감하게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방미 나흘째인 이날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의회에서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연설을 통해“전체주의 세력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부정하면서도 마치 자신들이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인 양 정체를 숨기고 위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 대통령의 미국 의회 연설은 2013년 5월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이후 10년만이다. 윤 대통령 연설은 ‘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Alliance of Freedeom, Alliance in Action)이라는 제목으로 영어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이 회의장에 입장할 때부터 연설을 마칠 때까지 미국 의원들의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연설 도중 60차례 박수가 나왔고, 그 중 26번은 기립박수였다.
“미국과 함께 자유의 나침반 할 것”···‘자유’ 46차례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가 진실과 여론을 왜곡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민주주의의 위기를 짚었다. 그는 “허위 선동과 거짓정보로 대표되는 반지성주의는 민주주의를 위협할 뿐 아니라 법의 지배마저 흔들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정 핵심 철학으로 삼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70여년 전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맺어진 한·미 동맹은 이제 세계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했다”면서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는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연설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자유’로, 한글 번역본을 기준으로 46번 나왔다.
북한에 “절대 넘어선 안될 것 있다”고 알려줘야
북한을 두고는 “(한국과) 정반대의 길을 고집한 세력”이라며 “자유주의를 선택한 대한민국과 공산 전체주의를 선택한 북한은 지금 분명히 비교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우리가 용납할 수 없는 지점이 있으며 절대로 넘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는 발언을 인용해 “(이를) 북한에게 분명히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핵 위협 대응책으로는 한·미간 확장억제 강화와 한·미·일 3자 안보 협력 가속화 등을 들었다. 윤 대통령은 “저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층 강화된 확장억제 조치에 합의했다”면서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하되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문은 열어둘 것”이라고 말했다.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한·미간 ‘핵 협의그룹’(NCG) 창설을 골자로 한 ‘워싱턴 선언’을 채택한 바 있다.
러시아 침공으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정당한 이유 없이 감행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자유세계와 연대해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유를 수호하고 이들의 재건을 돕는 노력을 적극 펴겠다”고 말했다.1950년 한국 쟁 당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한국을 도운 점을 들어 “우리의 경험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준다”고 했다.
<기생충>과 BTS 등 언급하며 문화 교류 강조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미 동맹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언급하며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연설 첫머리에선 미국을 ‘자유 속에 잉태된 나라, 인간은 모두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신념에 의해 세워진 나라’라고 표현하면서 “저는 지금 자유에 대한 확신, 동맹에 대한 신뢰, 새로운 미래를 열고자 하는 결의를 갖고 미국 국민 앞에 서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국 참전 용사들의 희생에는 “대한민국은 우리와 함께 자유를 지켜낸 미국의 위대한 영웅들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연설 도중 ‘이 자리에 (참전 용사인) 윌리엄 웨버 대령의 손녀를 모셨다’며 직접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한국이 전쟁을 극복하고 번영하기까지 “미국이 우리와 줄곧 함께 했다”면서 한·미 동맹을 국가 번영의 중심축으로 표현했다. 정치·경제 분야를 넘어 문화 콘텐츠가 양국 국민들이 우정을 쌓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면서 다수의 한국 콘텐츠를 언급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가 아카데미 수상을 하고 <탑건> <어벤저스>와 같은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가 한국에서 엄청난 사랑을 받아왔다”며 “제 이름은 모르셨어도 BTS와 블랙핑크는 알고 계셨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미래로 전진하는 행동하는 동맹’ 공동성명을 들어 동맹의 미래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동맹은 정의롭다. 우리의 동맹은 평화의 동맹이다. 우리의 동맹은 번영의 동맹”이라며 “우리의 위대한 동맹에 축복이 있기를 기원한다”는 말로 연설을 맺었다.
워싱턴 |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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