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미 의회 연설…“성공적 협력 확장해 나가자”
윤석열 대통령이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70년 한미동맹의 분야별 의미를 짚고, 미래 한미동맹은 첨단기술과 우주, 사이버 등으로 확장될 거라는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한미동맹은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로 맺어진 가치동맹이라며,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에 맞서 함께 싸우자는 제안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미국 현지시각 27일 오전, 워싱턴D.C. 미 의회 의사당 연단에 올라 영어로 이 같은 내용의 연설을 했습니다.
한국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은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10년 만입니다.
■ "한미동맹은 대한민국 번영 일군 중심축"
윤석열 대통령은 우선 "저는 지금 자유에 대한 확신, 동맹에 대한 신뢰, 새로운 미래를 열고자 하는 결의를 갖고 미국 국민 앞에 서 있다"며, 매우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의사당에 모인 미국 여야 의원들에게 "여러분께서 어떤 진영에 계시든 간에, 여러분이 대한민국 편에 서 계신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미국의 6.25 전쟁 참전을 시작으로 한미동맹의 역사를 되짚었습니다.
'전혀 알지 못하는 나라의,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국민'을 지키기 위해 미군이 치른 희생은 너무나 컸다면서, "대한민국은 우리와 함께 자유를 지켜낸 미국의 위대한 영웅들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뒤이어 윤 대통령은 "한미 양국은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면서 새로운 동맹의 시대를 열었다"면서 "전쟁의 참혹한 상처와 폐허를 극복하고 번영하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미국은 우리와 줄곧 함께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오늘날 우리의 동맹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며 함께 번영해 나가고 있고, 우리 두 나라는 그 누구보다도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면서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고 번영을 일궈 온 중심축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안보 분야에서, "한미 양국은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의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힘을 모아왔다"며 "대한민국은 2차 대전 후 아프간, 이라크 등지에 '자유의 전사'를 파견해 미국과 함께 싸웠다"고 말했습니다.
■ "한미, 상호 호혜적 협력 관계로 발전"
윤석열 대통령은, 경제 분야에서도 한미 양국이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면서 "초기의 일방적 지원에서 상호 호혜적인 협력 관계로 발전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난 10년간 양국 교역액이 약 68% 늘었고, 우리 기업들이 미국 곳곳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이런 호혜적 한미 경제 협력이 곳곳에서 이어질 수 있도록, 의원 여러분들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하와이 사탕수수 노동자들로 시작된 미주 한인의 역사가 지금은 영 킴 미 하원의원 등으로 이어졌고, 문화에서는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게임', 그룹 'BTS'와 '블랙핑크' 등으로 양국 국민의 관계가 가까워졌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 "민주주의 위기…함께 싸워야"
윤석열 대통령은 앞으로 한미가 함께 해 나가야 하는 일들도 하나씩 제시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우선 "지금 우리 민주주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세계 도처에서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가 진실과 여론을 왜곡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로 대표되는 반지성주의는 민주주의를 위협할 뿐 아니라 법의 지배마저 흔들고 있다"면서 "이들 전체주의 세력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부정하면서도, 마치 자신들이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인 양 정체를 숨기고 위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런 은폐와 위장에 속아서는 안 된다"면서 "피와 땀으로 지켜온 소중한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시스템이 거짓 위장 세력에 의해 무너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용감하게 싸워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70여 년 전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맺어진 한미동맹은 이제 세계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했다"면서 "인류의 자유를 위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해야 할 일을 반드시 하겠다. 미국과 함께 세계 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는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북한 인권의 참상 널리 알려야"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한미 양국의 단합된 의지도 강조했습니다.
'우리가 용납할 수 없는 지점이 있으며, 절대로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는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이것을 북한에게 분명히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날로 고도화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공조와 더불어 한미일 3자 안보 협력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에 나설 경우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도 언급하면서 "북한이 하루빨리 도발을 멈추고, 올바른 길로 나오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와 함께 "북한 주민의 비참한 인권 실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북한 주민에게 자유를 전달하는 의무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면서 "국제사회는 북한 인권의 참상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의원들에게도 당부했습니다.
■ "우크라이나 자유 수호·재건 돕는 노력 할 것"
윤석열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국제규범을 어기고 무력을 사용해 일방적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정당한 이유 없이 감행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대한민국은 자유세계와 연대해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유를 수호하고, 이들의 재건을 돕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펴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950년 6.25 전쟁 때 자유민주 국가들이 우리를 도왔던 일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구체적인 지원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 "성공적인 협력의 역사 확장해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말 발표한 우리의 첫 포괄적 지역 전략, '인도-태평양 전략'을 거론하면서 "포용, 신뢰, 호혜의 원칙에 따라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인태(인도-태평양) 지역 내 규범 기반의 질서를 강화하기 위해 주요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포괄적이고 중층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그만큼 한미동맹이 작동하는 무대 또한 확장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양국은 외교 안보를 넘어 인공지능, 퀀텀, 바이오, 오픈랜 등 첨단 분야의 혁신을 함께 이끌어 나갈 것"이라며 "최첨단 반도체 협력 강화는 안정적이고 회복력 있는 공급망 구축과 경제적 불확실성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동맹의 성공적 협력의 역사를 새로운 신세계인 우주와 사이버 공간으로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면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두 기술 강국의 협력은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동맹은 정의롭다. 우리의 동맹은 평화의 동맹이다. 우리의 동맹은 번영의 동맹이다"라며 "미래를 향해 계속 전진할 것이고, 우리가 함께 만들 세계는 미래 세대들에게 무한한 기회를 안겨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여러분과 미국의 앞날에 축복이, 우리의 위대한 동맹에 축복이 있기를 기원한다"는 말로 연설을 마무리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조태흠 기자 (jote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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