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피해자 도우면 끝?…이대로면 제2 빌라왕 또 줄줄이 나온다

방윤영 기자 2023. 4. 27. 05: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인천 미추홀구 등을 시작으로 경기 동탄, 구리,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전세사기 피해 사례가 줄줄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책 마련에만 몰두한 채 제2의 빌라왕, 건축왕을 막을 예방책 논의는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구제책도 중요하지만 전세사기 피해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은 그대로여서 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무자본 갭 '투기'를 막기 위한 전세가 상한제, 적정 전세가 산정을 위한 감정평가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무자본 갭투기 환경 여전…'전세가격 상한선' 법으로 정하자
26일 부동산 업계에서는 여전히 제2의 빌라왕, 건축왕이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는 무자본 갭 '투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자본 갭 투기는 시세 확인이 어려운 신축빌라 등을 대상으로 임차인에게 주택 매매가격 이상의 높은 보증금을 받아 전세·매매계약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매수자는 돈 한 푼 내지 않거나 소액만 투자해 집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정부는 '전세금반환 보증보험'이 전세사기의 미끼상품이 됐다고 판단하고,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90% 이하인 주택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전세가율 100%에서 10%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전세가율이 너무 높은 주택은 보험 가입 자체를 불가능하게 해 해당 주택이 위험하다는 걸 알 수 있도록 만든 장치다.

하지만 전세가율 90%도 여전히 높아 이를 50~6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주택 평균 전세가율은 지난달 기준 63.3%, 서울은 58.1%다. 평균치를 고려했을 때 전세금을 매매가격 대비 50~60%로 제한하는 이른바 '전세가 상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종합주택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평균 비율 추이 /사진=한국부동산원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정상적인 전세가격은 매매가의 50~60%인 점을 고려해 이 수준으로 전세가격 상한제를 정하자는 것"이라며 "개개인이 깡통전세를 식별하도록 방치하는 게 아니라 법으로 막아 깡통전세 위험이 있는 주택은 아예 전세계약이 불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와 달리 이전 거래가 없는 신축 빌라, 다세대의 경우 적정한 시세를 알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런 점을 노려 건축왕, 빌라왕 등은 집값을 부풀려 전세가격을 높게 잡았고, 자기 자본 없이 수백, 수천채의 주택을 소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세가격 상한제를 도입하면 정상적인 전세 거래를 유지하면서도, 전세피해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갭투기 먹잇감 된 '전세대출 한도 80%'…점진적으로 줄이는 방법도
적정 시세 측정을 위해서는 감정평가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신축 빌라의 경우 새로 지어졌기 때문에 집주인이 감정평가사를 통해 원하는 시세를 얻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가가 지정하는 공신력 있는 감정평가사에게 감정평가를 받도록 하면 집값을 부풀리는 일을 차단할 수 있다.

전세대출 제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전세대출은 서민 주거안정을 취지로 임차 보증금의 80%까지 허용한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무자본 갭투기자들의 먹잇감이 돼 왔다. 임차인들의 전세대출은 오히려 갭 투기자들이 주택을 소유하기 위해 받은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는 데 사용되는 구조다. 전세대출은 결국 임차인을 위한 금융상품이 아닌 갭 투기자들의 주머니로 들어가므로 전세대출 한도를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세대출이라는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거품이 끼고, 전세가격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며 "연 5%씩 한도를 점차 낮추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제한하면 갭투기를 방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전세가격 거품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방윤영 기자 byy@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