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복의 백세시대 음식보감] 번잡한 삶 씻겨주는 `만능 녹차`

2023. 4. 26.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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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복 장수한의원 원장

장시간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코로 호흡하기가 힘들어 입으로 숨을 쉬게 되면서 구취가 심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아졌다. 구취의 원인이 구강 내의 문제가 대다수인데, 녹차나 홍차가 구취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녹차를 만드는 적기는 곡우(穀雨)와 입하(立夏) 사이인 5월이다.

전남 보성에 가보면 엄청난 규모의 녹차나무 재배지에 깜짝 놀라게 된다. 녹차를 만드는 작업은 갓 돋아난 차나무의 싹을 한 잎씩 따서 고온 가열하여 잎 속의 산화효소의 작용을 억제시킨 후 비비고 말리고 정제하는 등의 가공을 거쳐 만든다.

차의 종류는 찻잎의 발효(醱酵) 여부에 따라 녹차(綠茶), 우롱차(烏龍茶), 홍차(紅茶) 등으로 구분된다. 흔히 우리나라나 일본인들이 즐겨 마시는 발효시키지 않은 차가 녹차이다. 찻잎을 절반 정도만 발효를 시킨 것을 '우롱차'라고 한다. 중국인들이 많이 마시는 우롱차가 여기에 해당한다. 녹차 잎을 따서 열을 가하지 않고 완전 발효시킨 차가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홍차다.

또 자스민을 첨가한 화차(花茶)나 열을 가하고 나서 뒤에 발효시킨 보이차 같은 것도 있으나, 모두 같은 차나무의 잎을 달리 가공한 것에 불과하다. 이런 차이가 생긴 이유는 채식 위주의 식생활에는 녹차가, 기름진 식사를 하는 사람에게는 강한 맛의 홍차나 우롱차가 적합하기 때문이다.

녹차의 떫은 맛을 내는 주성분인 카테킨(catechin)은 음식이나 공기를 통해 들어오는 독성물질들을 중화시키는 작용이 있다. 인체가 산소를 들이마시고 신진대사를 할 때 세포 속에는 일종의 찌꺼기가 생기는데, 이것이 바로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이다. 녹차의 카테킨이 활성산소를 배출시키는 항산화 작용을 한다. 또 소화기관 내에서 콜레스테롤의 흡수를 저해하고, 지방의 체내 침착을 억제 한다. 또 혈압을 떨어뜨리고, 심장을 강화하며, 지방간이나 동맥경화를 예방한다.

최근 미국 예일대학교 연구팀은 높은 흡연율에도 한국인, 일본인의 동맥경화, 폐암 유병률이 서구인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녹차 소비량이 많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이들은 이 같은 '아시안 패러독스'의 비결로 녹차의 카테킨을 지목했다.

한방에서는 녹차가 서늘한 성질을 가져 우리 몸의 열을 식히는 작용을 한다고 본다. 따라서 머리가 아프거나 가슴이 답답하거나 갈증이 날 때 도움이 된다. 과식으로 소화가 되지 않을 때 소화를 촉진시키고, 간 기능을 활성화시켜 알코올의 해독을 도와준다. 숙취에 시달릴 때는 진한 녹차 한 대접에 꿀을 타서 마시면 금방 머리가 맑아지고 소변이 잘 나오면서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 모세혈관을 흐름을 좋게 하여 혈관의 상태를 개선해 주므로 심혈관질환을 가진 사람에게도 유익한 기호(嗜好)음료이다. 녹차는 평소 몸에 열이 있고 손발이 뜨겁고 땀이 많은 사람에겐 도움이 되지만, 찬물이나 맥주를 마시면 설사를 하는 사람에겐 맞지 않는다. 또 카페인이 있어 불면증이 있는 사람은 피해야 한다. 녹차는 찬 성질이 있어 몸이 찬 사람은 냉 녹차보다는 따뜻한 녹차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

이처럼 몸에 좋은 녹차이긴 하지만, 위장이 민감한 사람은 속쓰림 이나 소화불량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녹차의 탄닌산이 철분과 결합해 철분의 체내 흡수를 방해하므로 빈혈에도 좋지 않다. 찻잎 자체도 훌륭한 요리 재료가 된다. 녹차를 우려낸 물로 밥을 짓고 찻잎을 밤, 은행, 대추 등과 함께 쌀 위에 뿌려 주면 '녹차영양밥'이 된다.

돼지갈비, 삼겹살, 튀김 등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찍어먹는 소금이나 간장에 녹차가루를 뿌리면 느끼한 맛을 줄일 수 있다. 수육을 만들 때 녹차를 우린 물에다 넣고 삶으면 깔끔한 맛이 나며, 찻잎은 수육에 곁들여 먹어도 좋다. 중국 당(唐)나라 '다경(茶經)'에는 '정신을 맑게 하려면 차를 마신다'는 구절이 있다. 즉 한 잔의 맑은 녹차는 현대의 번잡한 생활 속에서 벗어나 인간의 진정한 삶을 깨우쳐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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