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게스트 방송의 피해자들, 벗어날 수 없는 유출 영상의 고통
- “친구가 어디 사이트에 네가 있다고 그래서...” 하루도 안 빠지고 자신의 유출 영상을 검색하는 피해자
25일 밤 PD수첩 <위험한 초대장, 게스트 방송의 함정>에서는 단기 고수익 알바를 빙자한 게스트 방송 초대의 위험성과 일명 '벗는 방송(이하 벗방)'을 통해 몸집을 불린 인터넷 성인 방송 산업의 실상을 추적했다.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술을 마시며 간단한 미션 게임을 하는 등 게스트 방송의 시작은 평범한 인터넷 방송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여성 게스트가 계속되는 술 게임에 점차 자신의 주량을 넘길 무렵이 되면, 전혀 다른 장르의 방송이 펼쳐졌다. BJ는 게스트에게 신체접촉이나 요구사항의 수위를 점차 높였고, 그것을 거부하기 힘들도록 상황을 만들었다. 급기야 BJ가 요구하는 금액을 후원해야 시청할 수 있는 ‘팬방’으로 방송이 전환되면, 그곳에서는 유사성행위까지 이루어졌다. 동양대 경찰범죄심리학과 이미선 교수는 이런 과정을 ‘문간에 발 들여놓기 기법’이라고 말하며 “쉽게 알겠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조금씩 수위를 높여가면서 어느 순간 거부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측면에서, 명백하게 성착취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제작진이 만난 게스트 방송의 피해자는 수십 명에 이르렀다. 그중에는 방송 출연 당시 미성년자였던 A씨도 있었다. A씨는 팬방에 대해 “그냥 속옷까지 다 탈의가 되고, 그런 상황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자신이 술에 취해 기억을 잃은 사이 팬방이 진행됐고 이후 방송 영상까지 유출되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방송 중 신체접촉을 거부하는 내색을 하면, BJ는 마이크 소리를 끈 상태에서 자신을 압박했다고 말했다. 게스트 방송 BJ들은 방송 시작 전 게스트에게 내용을 설명하고 출연동의서를 받는다고 주장했다. 출연동의서에는 방송 출연에 강요나 유인 등의 사실이 없고 성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내용과 함께 성적인 행위에 동의한다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동의서를 쓸 당시엔 BJ가 성적 행위의 수위가 낮은 것처럼 얘기하지만 정작 방송에서는 그렇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 디지털영상 삭제 업체에서는 최근 2, 3년 사이에 게스트 유출 영상에 대한 삭제 의뢰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게스트 방송에 출연한 피해자 C씨의 동의를 얻어 그녀의 영상을 확인해 보았다. 무려 음란물 사이트 14곳에서 영상이 유출되어 있었다. C씨는 해당 BJ가 지금도 게스트 방송을 한다는 사실에 “저 말고 피해자가 계속 나올 텐데 너무 속상하네요”라고 말했다. C씨의 피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해당 BJ는 “제가 왜 미안해요. 게스트 출연하는 애들은 결국 돈 때문에 나오는 거예요”라고 답했다.
지난 3월, 김우주(가명) 씨는 인터넷을 통해 자신이 장기간 벗방을 강요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딸의 양육비를 벌기 위해 부업을 찾던 중, 우주(가명) 씨는 한 BJ의 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우주(가명) 씨는 거기서 성착취를 당했고, 이후 BJ는 해당 출연 영상을 빌미로 우주(가명) 씨에게 BJ 계약을 강요했다. 관련 업계에서 흔히 ‘엔터’로 불리는 소속사와 3년간 BJ 계약을 맺은 우주(가명) 씨. 우주(가명) 씨가 성인방송 플랫폼에서 벗방을 진행하며 5개월 동안 약 7천만 원의 수익이 발생했지만, 우주(가명) 씨가 실제로 받은 돈은 5백여만 원에 그쳤다고 밝혔다. 우주(가명) 씨는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계약서에 따르면 엔터 측이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 금액은 최고 2억 8천만 원에 달해 그러지 못했다고 전했다. 성인방송 플랫폼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한 플랫폼은 매출액 대비 영업 이익의 비율이 60퍼센트가 넘었으며, 높은 수익을 차지하는 콘텐츠 대부분이 게스트 방송이거나 여성 BJ의 신체를 노출한 방송이었다. 제작진이 만난 내부 관계자는 플랫폼 경영진들 역시 자극적인 콘텐츠를 장려하는 분위기라고 주장했다. 제작진은 해당 플랫폼 측에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음란물을 유통해도, 피해자가 발생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 우리가 목격한 게스트 방송의 현주소이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3/society/article/6477655_361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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