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미끼’ 돈봉투 의혹... 김현아 육성파일 “회비 완납하세요”
① ‘공천 미끼’ 돈봉투 의혹 담긴 녹음파일 공개...김현아 육성 “회비 납부 마무리하자”
② ‘당협 운영회비’ 명목 시의원 200만 원씩, 불법 정치자금 조성 혐의...경찰은 1년 넘게 수사 중
③ 김현아 지역구 회계책임자의 폭로 “불법이라고 말했는데, 걱정 말라면서 돈 걷어”
④ 차명 계좌 및 돈봉투 수수로 만든 불법 자금 규모는 약 6천만 원...내부 문건에 기록 남아
국민의힘 김현아 전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해 4월, 보수 우파 성향의 경기도 고양시 소재 시민단체(P-플랫폼)가 김 전 의원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고발장에는 김 전 의원이 수천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가 적혀 있다. 검찰은 이 사건을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겼다.
이후 경찰은 김 전 의원에게 돈봉투를 줬다는 시의원의 진술과 돈봉투를 상납하는 현장음이 담긴 녹음파일을 확보했다. 구체적 물증을 확보했지만, 경찰 수사는 1년이 넘게 진행 중이다. 김성호 P-플랫폼 대표는 “수사가 너무 지연돼서 경찰에 수차례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모종의 외압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현아 전 의원은 현재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경제정책센터장과 국민의힘 경기도 고양정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 고발로 시작된 취재...검증 과정에서 김현아 당협 회계책임자 인터뷰
뉴스타파는 올해 초, 국민의힘 당원들로부터 이 사건을 제보받았다. 제보자가 건넨 자료를 토대로 김현아 전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조성 의혹을 검증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의원의 지역구(고양정) 당협의 사무국장을 지낸 이강환 씨를 만났다. 정당의 하부 조직인 당협 사무국장은 통상 당협 회계책임자를 겸한다.
이 전 국장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불법으로 정치자금을 받은 것이 맞다”면서 사건 전말을 털어놨다. 이 전 국장은 지난해 시민단체의 고발인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인물이다.
차명 계좌로 ‘회비 명목’ 모금... 사무국장 “김 위원장이 차명이니 걱정 말라고 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김현아 전 의원은 차명 계좌를 통해 운영 회비를 걷었다. 처음엔 사무소 운영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모으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정당법 제37조 3항은 ‘누구든지 시ㆍ도당 하부조직의 운영을 위하여 당원협의회 등의 사무소를 둘 수 없다’고 규정한다. 당협 사무소를 설치할 수 없기 때문에, 사무소 운영을 위한 ‘운영 회비’도 존재해선 안 된다.
또한 정치자금법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은 계좌로 후원금을 받으면 불법이다. 김현아 전 의원은 당협 운영위원인 A씨의 개인 계좌를 이용해 돈을 걷었다. 결국 당협이 회비를 걷는 것도, 차명 계좌도 모두 불법이란 얘기다.
이에 대해 이강환 전 사무국장은 “최초에 제가 들어갔을 때 이미 운영위원회 회비를 모금하고 있는 상태였고, 이게 정치자금법상 문제가 된다는 거를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전 국장은 또 “당협의 회계책임자로서 명백한 불법이라고 두 차례나 경고했는데, 김현아 위원장이 남의 계좌라 상관없으니 걱정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 전 의원도 불법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사무국장 “회비 납부는 공천을 받는 관문”...지인 동원해 쪼개기 납 정황도
뉴스타파는 고양정 당협 ‘운영 회비’ 계좌 내역을 입수했다. 여기엔 2021년 2월 4일부터 이듬해 3월 18일까지 회비가 들어오고 나간 내역이 기록됐다. 2021년 3월 18일 기준으로 입금 총액은 3천 2백만 원가량이다.
돈을 낸 사람은 거의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경기도의회 의원들과 고양시의회 의원들이다. 이들의 가족이나 지인들의 이름도 등장한다. 이 전 국장은 “본인 이름으로 거액을 넣으면 눈에 띄니까, 여러 사람의 이름으로 쪼개서 입금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일반 운영위원은 1년 치 회비가 120만 원, 현직 시의원은 200만 원이었다. ‘특별 회비’란 명목으로 300만 원을 낸 사람도 눈에 띈다. 이강환 전 국장도 누구인지 모르는 입금자가 꽤 있다고 한다.
이 전 국장은 “시의원 200만 원, 운영위원 120만 원은 김현아 위원장이 정했다”면서 “회비 입금은 일종의 공천 관문이었고 실제로 입금자 중 5명 이상이 국민의힘 소속 기초의원으로 공천받아서 당선됐다”고 폭로했다. 시·도의원의 공천권을 사실상 그 지역구 당협위원장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차명 계좌를 제공한 A씨도 현재 국민의힘 고양시의회 의원이다.
더구나 운영 회비는 당협의 운영에만 쓰이지 않았다. 김 전 의원의 이름으로 나가는 경조사비와 화환은 물론, 본인이 사적으로 운영하는 포럼의 식대나 뒤풀이 비용, 심지어 개인 사무실의 전기 공사 비용까지 이 통장에서 지출된 것으로 나온다.
돈봉투 상납한 날에 녹음된 음성파일...김현아 “1월 말까지 납부 마무리하세요”
뉴스타파는 김현아 지역구 당협의 ‘회비 수납 현황’이란 제목의 문건도 확보했다. 이 전 국장에 따르면, 1년 치 회비(일반 운영위원 120만 원, 시의원 200만 원)을 한 번에 다 내면 ‘완납’이라고 적었다.
그런데 현직 시의원들은 계좌 입금 말고 현금을 내기도 했다고 한다. 현금으로 완납한 사람은 ‘직불’이라고 추가로 표시했단 것이다. 문건에 ‘직불’로 표기된 돈봉투 현금의 총액은 약 1천만 원이다. 계좌에 입금된 3천 2백만 원을 더하면 불법 정치자금으로 의심받는 액수는 총 4천 2백만 원에 이른다.
2022년 1월 21일, 이날 김현아 전 의원은 당협 운영위원들을 불러 모아 ‘회비 납부’를 독려했다. 녹음파일 속 김 전 의원의 육성은 다음과 같다.
“당협 사무실 임차보증금도 시의원이 대납”...불법 정치자금 의심 총액은 5,700만원
취재 결과, 고양정 당협 사무실의 임차인은 전직 시의원 C였다. 그런데 임차보증금 1,500만 원을 실제로 지급한 건 당시 현직 시의원 D였다. 즉, C는 명의만 대여해줬고, D가 돈을 냈다.
사무실 임차 비용까지 포함하면 불법 정치자금으로 의심 받는 돈은 ▲차명 계좌로 받은 3,200만 원 ▲돈봉투 현찰 1,000만 원 ▲임차보증금 대납 1,500만 원 등 총 5,700만 원이다. 여기에 사무실을 임차하면서 미리 납부한 선수관리비까지 더하면 불법 자금 규모는 6천만 원에 육박한다.
김현아 전 의원 “가짜 뉴스, 허위 사실”...선관위 “불법의 소지 있다”
김현아 전 의원은 일련의 의혹이 명백한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밝힌 입장문에서 “정치자금은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걷은 운영회비이고, 정치 자금이 아님을 경찰에 소명했고, 돈봉투를 요구한 적도 받은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또, 녹음파일과 관련해서는 “돈봉투를 주고받는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이 아니며, 이 역시 경찰에 이미 소명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김 전 의원의 해명을 더 듣기 위해 연락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이후 그는 취재진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현재 수사기관에서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므로, 차분히 수사 결과를 기다려 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됩니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김 전 의원의 주장대로 당협 운영위원들이 자발적으로 모금을 했다고 하더라도 불법이다. 더구나 당협 내부 문건에는 김 전 의원이 모금한 돈을 사적으로 유용한 정황도 담겼다.
뉴스타파는 이번 사건을 선관위에도 문의했다. 고양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당협 사무소 설치는 사전 선거 운동이 될 수도 있고, (회비 모금은) 정치자금법 위반이 될 수도 있는 만큼 구체적으로 위반 여부를 조사할 수 있도록 제보자를 연결해달라”고 말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북부경찰청 관계자는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으므로, 5월 중에는 사건 처리를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봉지욱 b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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