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에 도전장 내민 中, 美 패권 무너뜨리나

박주현 기자 2023. 4. 2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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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난해 해외무역 위안화 결제 40% 급증
‘위안화 굴기’ 나선 중국, 달러 패권 넘본다
ECB 총재 “弗 기축통화 지위 당연치 않다”
“이미 달러 모든 사람 쓰고 있다” 낙관론도

미국 ‘달러 패권’에 도전장을 내민 중국의 지난해 해외무역 위안화 결제 규모가 40% 가까이 증가했다. 서방의 금융 제재를 받는 러시아는 위안화 의존이 커졌다. 일각에선 위안화의 부상으로 ‘팍스 달러리움(Pax Dollarium·미국 달러화가 주도하는 세계경제 질서)’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달러 패권’에 도전장을 내민 중국의 지난해 해외무역 위안화 결제 규모가 40% 가까이 증가했다. 서방의 금융 제재를 받는 러시아는 위안화 의존이 커졌다. 일각에선 위안화의 부상으로 ‘팍스 달러리움(Pax Dollarium·미국 달러화가 주도하는 세계경제 질서)’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해 중국 해외 무역의 위안화 결제 금액이 2021년보다 37% 증가했다”고 중국중앙TV(CCTV)가 24일 보도했다. 이에 중국 해외 무역의 위안화 결제 비중은 19%로 전년 대비 2.2%포인트 올랐다.

인민은행은 “위안화 결제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해외 무역의 위안화 결제 편의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러시아 모스크바 외환거래소에선 위안화가 역대 처음 달러를 제치고 거래량 1위 외화에 올랐다.

지난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퇴출당하자 중국과 교역에서 자국 화폐로 결제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의 위안화 의존이 커지면서 모스크바 외환거래소의 지난 2월 위안화 거래량은 1조4800억 루블(약 24조2200억 원)에 달했다. 달러(약 23조2000억 원)를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월간 거래량 1위 외화에 올랐다고 신화통신이 23일 보도했다.

모스크바 거래소의 2월 위안화 거래량은 전달보다 30% 이상 늘어 전체 외환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육박했으며 달러는 38%, 유로화는 21.2%에 그쳤다.

서방의 금융제재 이전인 지난해 2월 러시아 외환 거래에서 달러 비중은 87.6%, 유로화는 11.9%, 위안화는 0.32%에 불과했다.

한편 신화통신은 러시아 재무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자산 투자 배분 방안으로 러시아 국부 펀드가 달러 표시 자산에 투자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대신 위안화 자산 투자 지분 한도는 종전 30%에서 60%로 늘렸다.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부총리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자국 국영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수출 에너지 결제 통화로 루블화와 위안화를 계속 사용할 것”이라며 “중국은 이미 위안화로 (러시아산) 천연가스·석유 일부를 사들이고 있으며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CCTV는 전했다.

신화통신은 또 “중국 해양석유그룹이 지난달 28일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로부터 아랍에미리트(UAE)산 액화천연가스(LNG) 6만5000t을 수입하면서 위안화로 결제했다”며 “석유·천연가스 해외 무역에서 위안화로 결제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작년 12월 중국·걸프협력회의(GCC) 소속 국가 정상회의에 참석해 이들(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로부터 석유 가스 수입을 늘리면서 위안화로 결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은 지난달 주요 석유 공급국인 사우디에 위안화를 대출해주고 이를 자국과의 무역 대금 결제용으로 사용토록 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에 인사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시 주석은 지난 14일엔 중국을 방문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미국 1강’ 체제에 맞서는 다자주의 강화에 합의하고 양국 간 교역에서 달러 대신 자국 통화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팍스 달러리움의 붕괴?

중국이 미국 달러화를 향해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밀면서 달러 패권의 흔들리기 시작한 셈이다. 미국 달러화가 중국 위안화의 부상으로 기축통화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경고음이 들린다.

특히 50년 넘게 미국의 우방이었던 사우디가 중국과 손잡으면서 ‘페트로 달러(Petrodollar·오일머니)’ 체제의 금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달러 패권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은 1970년대부터 사우디에 군사 지원을 하는 대가로 오직 달러화로만 원유를 결제하도록 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외교협회 연설에서 “지금까지의 데이터는 국제 통화 사용에 큰 변화를 보여주지 않는다”면서도 “(미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더 이상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15일 CNN에 “달러의 역할과 관련된 금융 제재를 사용하면 시간이 지나며 달러 패권을 약화시킬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제재를 받는 중국 러시아 이란이 미 달러화의 대안을 모색하면서 달러의 지배력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까진 견고한 달러 패권이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14일 뉴욕타임스에 낸 칼럼에서 “이미 달러는 모든 사람이 쓰고 있다. 또 중국과 달리 미국 금융 시장은 개방돼 있으며 통제하지 않는다. 중국에선 최고 권력자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을 하면 자산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미국에선 이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달러의 장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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