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N수학] 나란히 의대 입학...수학 상위 1%의 비밀무기는

김진화 기자 2023. 4. 22.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동우(왼쪽), 권태영 (오른쪽), 수학동아 제공

이렇게 사이좋은 전교 1, 2등은 처음 봤습니다. 치열한 대학 입시를 앞두면 둘 사이에 미묘한 경쟁 구도가 생기기 마련인데요. 이 친구들은 뭔가 다릅니다. 서로 모르는 수학 문제를 알려주고, 둘만의 수학 법칙도 만들었습니다.

심지어는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는 같은 대학 같은 과 입시 면접을 함께 준비했지요. 그 결과 두 명 다 사이좋게 원하는 의과대학에 합격해 23학번 새내기가 됐습니다. 이 친구들의 특별한 공부 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Q. 언제부터 서로 알고 지냈나요.

권태영 "같은 중학교에 다녀서 이름은 알고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친해진 것은 중3 때 같은 반이 되면서부터예요. 이후 같은 고등학교에 나란히 입학했지요. 고등학교에서 같은 반이 된 적은 없지만, 쭉 친하게 지냈어요."

Q. 둘 다 의대를 목표로 했는데 서로 경쟁상대라는 생각은 안 했나요.

김동우 "없지 않았죠. 내신을 두고 경쟁해야 하니까요. 그치만 원래 친한 친구 사이라 경쟁하고 싶지 않았어요. 태영이는 좋은 자료가 생기면 견제도 안 하고 제게 건넸어요."

권태영 "동우가 제 경쟁자이긴 했지만, 한 과목당 1등급을 받는 학생은 총 8명이라 동우에게 한자리를 내줘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같이 잘 되면 좋잖아요."

Q. 수학 공부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요.

김동우 "처음 개념을 배울 때 이 개념이 어디에 쓰일지 아는 게 가장 중요해요. 1학년 때 배운 내용이 3학년 때도 연결되잖아요. 단순히 공식만 외우면 당장은 대입해서 풀 수 있지만, 나중에는 생각도 안 나고 활용할 수도 없어요.

예를 들어 고1 합성함수를 배울 때 관련 모의고사 기출 문제를 보면서 어떻게 활용하는지 미리 봐두면 나중에 문제를 풀 때 응용하기 쉬워요."

권태영 "나중에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게끔 개념을 알고 있어야 해요. 문제 하나를 풀더라도 여러 갈래 풀이가 있거든요. 정석적인 풀이도 있지만, 특정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면 더 빨리 풀 수 있지요.

예를 들어 지수함수와 로그함수가 y = x 대칭이라는 것을 모르면 각 함수의 특징에 대한 문제를 풀 때 비효율적일 거예요. 그런데 이 개념이 잡혀 있으면 함수를 대칭이동시켜 문제를 더 빨리 풀 수 있어요."

김동우 "문제를 봤을 때 바로 계산하려고 하지 말고 잠시 생각하는 것도 필요해요. 그래프를 그려서 풀지, 대칭성을 이용해서 풀지 등 쉽게 푸는 방법이 있는지 살펴보고 마지막에 계산에 들어가야 문제를 잘 풀 수 있어요."

권태영 "저도 생각하는 훈련을 많이 했어요. 어떤 날은 집에서 어려운 문제를 가만히 보기만 했어요. 계속 보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지요."

Q. 문제가 안 풀릴 땐 어떻게 하나요.

권태영 "동우한테 물어보고 같이 풀어요. 동우가 어떻게 푸는지 보면 감이 잡히거든요."

김동우 "둘 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도 못 푸는 진짜 어려운 문제도 있어요. 그때는 칠판에 써놓고 함께 풀어요."

권태영 "각자 분필을 잡고 생각날 때마다 풀이를 써나갔어요. 칠판에 적어 놓고 한 시간 동안 매달려서 겨우 푼 문제도 있어요. 그렇게 풀면 그 유형의 문제를 푸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체득해서 다음에 같은 유형의 문제가 나왔을 때 안 틀려요."

Q. 친구와 함께 수학을 공부하는 게 도움이 되나요.

김동우 "일단 재밌어요. 둘 다 예능 프로그램 ‘문제적 남자’에 나오는 퀴즈 풀기를 좋아해요. 수학 문제도 수로 이뤄진 퀴즈잖아요. 친구와 같이 퀴즈처럼 풀 수 있어 수학을 좋아해요. 친구와 한 문제에 대해서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볼 수 있으니까요. 문제를 풀어서 친구가 박수를 쳐주면 자신감도 생기고요."

권태영 "친구와 문제를 풀면 문제를 보는 다양한 시각을 기를 수 있어요. 한 문제를 풀어도 각자 풀이법이 다르잖아요. 특정 유형의 문제는 제 방식대로 풀면 복잡한데, 친구 방식대로 풀면 바로 풀릴 때도 있어요. 물론 그 반대인 경우도 있고요. 그러니 함께 문제를 풀다 보면 문제를 보는 눈이 생겨서 어떤 문제에서 어떤 풀이법을 쓰는 게 효율적인지 알게 돼요."

김동우 "한 예로 합성함수의 미분을 표기할 때 ‘뉴턴 방식’과 ‘라이프니츠 방식’이 있어요. 저는 뉴턴 방식을, 태영이는 라이프니츠 방식을 선호해요. 어떤 방식을 사용해도 똑같은 답이 나오지만, 문제 유형에 따라서 더 깔끔한 풀이가 나오는 방식이 있어요. 2023학년도 수능 수학 29번 문제는 라이프니츠 방식이 더 알맞은 문제였어요. 평소 태영이와 공부하면서 보던 유형이라 잘 풀 수 있었지요."

권태영 X 김동우 제공

Q. 같이 공부를 하다가 수학 법칙도 만들었다면서요.

권태영 "맞아요. ‘초초말말 동일의 법칙’이에요. '고등수학1'에 나오는 등비수열의 합에서 활용 문제인 대출 상환, 연금 문제를 푸는 방법이에요. 이런 문제를 풀 때마다 항상 아깝게 틀려서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았어요.

이 문제를 풀려면 이자가 붙는 횟수를 구해야 하는데 월초와 월말 중 언제 돈을 넣고 빼냐에 따라 총 4가지 경우가 있어서 굉장히 헷갈려요. 그래서 인터넷에 공식이 있는지 찾아봤는데 그럴듯한 공식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만의 언어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함께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김동우 "야간 자율학습 시작 전에 30분씩 모여서 일주일 동안 연구했어요."

권태영 "둘이 활용 문제 여러 개를 각자 풀어서 풀이를 비교했어요. 한번은 제가 돈을 월초에 넣어서 월초에 빼는 문제를 풀고, 동우가 월말에 넣어서 월말에 빼는 문제를 풀었는데 풀이가 똑같은 거예요. 이 둘이 똑같다는 데서 초초말말 동일의 법칙이라는 이름이 탄생했어요.

월초는 전 달 말로 생각할 수 있잖아요. 따라서 4가지 경우 모두 월초에 돈을 넣어서 월말에 뺀다고 바꿔서 계산할 수 있어요. 그렇게 문제의 특정 부분을 포착해서 답을 쉽게 구하는 일반화 법칙을 개발하고 다른 친구들에게도 가르쳐줬어요."

수학동아DB
권태영 X 김동우, 수학동아 제공

Q. 둘이 같이 공부할 때 있었던 재밌는 일화가 있나요.

김동우 "태영이랑 저는 천문학에 관심이 많아요. 수능을 10일 정도 앞두고 달이 지구 그림자에 가려지는 ‘개기월식’과 달이 천왕성을 가리는 ‘천왕성 엄폐’를 동시에 관측할 수 있는 날이 있었어요. 그때 야간 자율학습 중이었는데 같이 몰래 나가서 보고 왔어요. 수능이 코앞이었지만 저희는 이미 공부를 충분히 했으니까 딱 한 번만 보고 오자 해서 1시간만 보고 들어왔어요."

권태영 "저희 둘 다 노래를 들으면서 수학 문제를 푸는 걸 좋아해요. 그런데 선생님이 공부할 때 노래를 듣는 걸 반대하셨어요. 그래서 둘이 설문지를 직접 만들어서 서명 운동까지 했어요. 전교생 서명을 다 받았을 때는 이미 선생님이 수학 문제 풀 때 노래를 들어도 신경을 안 쓰셔서 허무하게 끝났지만요(웃음)."

Q. 수학 내신은 어떻게 관리했어요.

김동우 "저희 학교는 지필고사 난이도가 그렇게 높지 않았어요. 대신 내신에 20%가 들어가는 서술형 평가를 봐요. 이게 내신 등급을 결정했어요. 수능 수학 29, 30번 문제와 비슷한 수준으로, 어려운 문제 4개를 20분 동안 풀어야 해요. 그런데 제가 문제를 제대로 안 읽고 덤벙대다가 실수를 많이 했어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서술형 평가 1, 2주 전부터 연습장에 엄선한 문제를 20분 안에 푸는 연습을 계속했어요."

수학동아 제공

Q. 수능은 어떻게 준비했나요.

김동우 "수학 모의고사를 보면 문제 번호별로 유형이 정해져 있어요. 14번은 다지선다형, 28번은 삼각함수, 30번은 합성함수가 대표적이지요. 그래서 문제 유형을 파악하고 태영이랑 유형별 전략을 세웠어요."

권태영 "고3 9월 모의고사를 친 뒤 동우와 함께 진지하게 수능 준비에 임하는 친구들 몇 명만 선별해서 스터디그룹을 만들었어요. 그 친구들과 주말마다 영어실에서 수능 안내 멘트를 틀어놓고, 수능 시간표와 똑같이 8시간 동안 앉아서 모의고사를 풀었어요. 시험지는 각자 준비하거나 모의고사 1회분 문제집을 다같이 구매해서 풀기도 했지요."

Q. 의대 면접은 어떻게 대비했나요.

김동우 "태영이랑 같은 대학교 의과대학에 지원했는데 둘 다 서류전형에 붙었어요.  둘이서 한 달 동안 거의 매일 저녁 시간에 영어실에서 면접 연습을 했어요. 그 학교는 제시문 면접이라고 해서 제시문을 보고 잠시 준비한 다음 풀이를 설명하는 면접을 봤어요."

권태영 "최근 몇 년 동안의 기출문제가 공개돼 있어서 그 문제로 실전과 똑같이 연습했어요. 한 명은 면접관 역할을 하고, 다른 한 사람이 면접장에 들어오는 것부터 문제를 푸는 과정까지 거쳐요. 그다음 서로 조언해주고 또 역할을 바꿔서 해봤지요."

Q. 앞으로 어떤 의사가 되고 싶어요?

권태영 "생명과학을 공부하다 보니 바이러스, 세균, 호르몬 같은 주제에 관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환자를 열심히 치료하면서 관심 주제를 지속적으로 탐구하는 ‘연구하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김동우 "저는 뇌, 신경 쪽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알츠하이머병 같은 질병의 치료법을 찾아내고 싶어요. 또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간적인 의사가 되고 싶어요."

Q. 수학을 잘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조언해주세요.

김동우 "공부는 절대 노력을 배신하지 않아요. 특히 수학은 많이 풀어볼수록 실력이 늘거든요. 수학을 공부하면서 개념이 쌓이면 쌓일수록 수학 실력이 쑥쑥 오를 거예요."

권태영 "수학을 공부하면서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처음 배우면 모르는 게 당연한 거고, 맨날 아는 것만 공부하면 발전이 없어요. 모르는 것을 공부하면서 한 단계씩 계속 성장할 거예요.

또 자신을 의심하지 말라고 전하고 싶어요. 저도 수험 생활 때 가끔 ‘다른 친구들보다 성적이 안 나오면 어떡하지’ 하고 불안했어요. 하지만 자신을 의심하지 말고 우직하게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결과가 따라올 거예요."

※관련기사

수학동아 4월,  [수학상위1% 비밀무기] 의대 합격 비결은 친구와 함께 수학 공부

[김진화 기자 evolution@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