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개혁 아줌마·아저씨…검찰과 싸워야지, 왜 이재명 흔드나”

신승근 2023. 4. 22.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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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야당 민주당의 길][한겨레S] 커버스토리
‘문자 폭탄’ 민주당 지지자 17명 인터뷰
일러스트레이션 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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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 신문에 써도 돼요. 아니 꼭 밝혀주세요. 기자님께서 제 마음, 우리의 이런 마음을 민주당 의원들한테 제대로 좀 알려주세요. 대구에 살고, 56살입니다. 개딸 아닌 가정주부고, 권영의입니다. 영의정 할 때 영의….” 권씨는 최근 이상민·박용진·김종민·윤영찬·조응천 등 ‘비이재명계 의원’에게 이른바 ‘문자 폭탄’을 보냈다. 그는 정치에 별 관심이 없었다고 했다. “전 민주화운동도 안 했어요. 어른이 되고 광주 5·18을 알았고, 군인들이 대구는 봐주고 전라도는 너무 핍박했다는 걸 알게 됐고 미안했죠.” 그는 “전라도 사람이 경상도 출신 노무현·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지난 대선 땐 안동 출신인 이재명을 밀어주는 걸 보고 호남이 정말 민주주의를 생각한다고 생각해서 민주당 지지자가 됐다”고 했다.

권씨는 지난해 3월9일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낙선한 뒤 정치엔 신경을 끊고 살았다. ‘대장동 의혹’도 “이 대표가 뭔가 잘못한 게 있으니 언론이 그렇게 쓴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검찰이 이 대표를 끝도 없이 압수수색하는 걸 보고 “검사독재가 너무 심하다”고 확신해 서울에서 열리는 규탄 집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검찰과 싸워야 하는데 이재명 대표를 흔드는 민주당이 너무 실망스러웠고, 특히 2월27일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때 민주당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지는 걸 보고 치가 떨려 문자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의원 핸드폰에 제 번호가 남는 걸 알면서 문자를 보낸 건 제 이름 걸고, 진심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국민의힘 당원인 남편이 만날 <채널에이> <티브이조선>만 보는데 출근하면 전 그 흔적을 다 지웁니다. 남편은 ‘네가 언제부터 민주당원이었냐’고 말하지만 전 남편과 의견 차이를 무릅쓰고 있어요. 그런데 윤석열 정부, 검찰독재와 싸우지 않고 이 대표를 흔드는 민주당 의원 모습은 전쟁 중에 아군에게 총을 거꾸로 겨누는 것 같아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에요.”

김희성씨는 박용진 의원 지역구인 서울 강북을 권리당원이라고 했다. 호남 출신, 61살 남성이다. “당원 입장에서 민주당의 방침을 따라야지 이재명을 구속해야 한다고 하고, 국민의힘 주장을 따라 하는 게 너무 화가 나서 문자를 보냈어요. 문자를 보낸 게 죄가 된다면 처벌받겠습니다.” 그는 ‘비이재명계 의원들은 이재명 구속을 주장한 게 아니라 당당하게 검찰 수사를 받으라고 한 거 아니냐’고 물으니 “그게 그것 아닌가. 말은 그렇게 해도 윤석열 검사독재 정권에 맞서 당원이 똘똘 뭉쳐야 할 때 그런 말로 당을 분열시키고 자신들이 민주당을 먹으려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김씨는 자신들을 ‘개딸’로 규정하고 이재명 대표에게 ‘개딸과 헤어질 결심을 하라’고 외치는 비이재명계 의원들의 행태에 분노가 치민다고 했다. “그건 바닥 민심을 전혀 모르는 얘깁니다. 내가 61살인데 개딸입니까? 바닥에서 민주당을 걱정하고, ‘폭탄 문자’ 보내고 당원을 가입시키며 움직이는 사람은 나 같은 60~70대라고요. 우린 군사독재 정권을 겪은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에 검찰독재에 대한 두려움도 잘 알아요. 그래서 나서는 것입니다. 내 딸이 개딸인데 걔들은 우리처럼 절대 안 움직여요. 개딸 어쩌고 하는 건 만날 보수 언론, 보수 종편 채널이 만든 구실인데 의원들이 민주당 열성 지지자들의 밑바닥 정서도 파악 못 하고 헛소리하는 거라고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가까스로 부결된 뒤인 지난 3월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더불어수박깨기운동본부’ 회원들이 ‘수박 깨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27일 민주시민촛불연대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 촉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체포동의안’ 계기 증폭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때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적극 지지한 2030 여성을 ‘개혁의 딸’로 불렀다. 노무현 대통령을 만든 팬덤 ‘노사모’처럼 이 대표에겐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고 1년을 넘긴 시점에선 ‘개딸’은 민주당 악성 팬덤, 극렬 지지, 욕설·문자 폭탄, 트럭·상복 시위와 겹쳐지며 혐오의 낱말이 됐다. ‘문자 폭탄’ 방식에 머물던 이들이 오프라인으로 뛰쳐나온 계기는 지난 2월27일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었다. 민주당 의원 30명 이상이 반란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되자 민주당 지지자들은 민주당 당사 앞에서 ‘수박 깨기 퍼포먼스’를 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른 민주당 정치인을 가리키는 멸칭이다. ‘새날’ 등 민주당 지지 성향의 유튜브 채널은 의원들에게 체포동의안 표결 가부를 따져 물으라며 ‘수박 색출’을 독려했고, 많은 이들이 행동에 나섰다. 이른바 ‘수박’으로 의심되는 비명계 의원 지역 사무소와 자택 앞 시위도 이어졌다.

과열 양상을 보이자 이재명 대표는 “단합을 해친다”며 자제를 요청했고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표를 겨냥해 “진심이라면 말로만 경고할 게 아니라 개딸이 폭력적 행위를 거듭하도록 만든 물적 기반을 없애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4선 중진 의원 4명(김상희·안규백·우원식·정성호)은 ‘2023 버스에서 내려와’ 캠페인까지 시작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 때 경찰 버스에 올라가는 등 과격한 행동을 한 이들에게 다수 시민이 “버스에서 내려와”라고 외치며 국민 공감대를 넓혀 탄핵을 끌어낸 것처럼 평화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도 지난 5일 “우리를 하나로 만들 설득과 경청의 힘을 믿는다”며 이 캠페인에 동참했다.

악성 문자 폭탄을 퍼붓고, 오프라인 시위에 나선 이들은 누구인가? ‘개딸’이라고 지칭할 수 있을 정도로 이 대표를 지지하는 젊은 여성들이 주축인가? 실체를 추적하기 위해 주요 표적이 된 이원욱·박용진·윤영찬·김종민 의원 등의 협조를 얻었다. 의원들에게 원색적인 내용의 문자를 보낸 이들의 전화번호를 받았다. “지역민 배신하면 당신도 실업자야.” “어제 과일 먹은 게 체했나 봐요. 수박은 진짜 싫어해요.” 이 정도는 평범한 항의의 내용이다. “수박 ××들 모조리 사료분쇄기에 갈아 악어 우리에 던지고 싶습니다” “천벌 아니면 벼락 맞아 뒤질 것”이라는 등의 욕설과 혐오 문자도 많다. 표적이 된 의원들은 “당원은 의사 표현의 자유가 있다”면서도 “내용을 볼 때 특정 세력이 작전하듯 개입된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도 했다.

문자 폭탄을 보낸 이들과 전화로 접촉을 시작했다. 왜 이런 원색적인 항의를 멈추지 않는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연배가 어떻게 되는지 등을 물었다.

전화를 받은 이들은 우선 “어떻게 내 전화번호와 문자를 확보했냐?”고 따졌다. 비명계 의원들이 자신을 공격하라고 기자에게 먹잇감을 던져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었다. “의원이라고 내 문자와 전화번호를 동의 없이 기자에게 전하는 건 불법 아니냐? 고발하겠다”고 목청을 높이는 이도 있었다. 오랜 기간, 여러 의원에게 반복적으로 문자 폭탄을 보낸 한 휴대전화 소유자는 “나는 여류 시인인데 모임에서 핸드폰을 빌려줬을 뿐이다. 그런 문자가 왜 갔는지 모르는 일”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 권영의·김희성씨처럼 당당했다. 이재명 대표의 거듭된 ‘자제 요청’에도 왜 ‘행동’을 멈출 수 없는지, 그 속내를 털어놨다.

의원 100여명에게 수시로 문자

지난 4일부터 19일까지 보름 동안 통화하고 접촉한 17명은 모두 자신을 ‘개딸’로 통칭하는 것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개딸은 없다”며, 비명계 의원들이 보수 언론의 ‘개딸 악마화 프레임’을 그대로 복제해 열성 지지자, 정치 고관여층인 자신을 비난하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실제 이들 가운데 ‘개혁 성향 2030 여성’을 의미하는 ‘개딸’은 없었다. 스스로 ‘개혁 아줌마’ ‘개혁 아저씨’라 부르는 5060세대가 대부분이다. ‘개혁 할아버지’를 자처하는 70대도 있었다. 대부분 당비를 내는 민주당 권리당원이었다.

부산에 거주하는 60대 남성 송아무개씨는 열변을 토했다. “개딸이 민주당에서 분탕질 친다고 하는 건 수박들이 씌운 프레임이라고요. 솔직히 내가 60대인데 우리 입장에선 정말 2030 개딸이 있다면 그들이 할 소리 한다, 맞는 일 한다고 얘기할 겁니다. 당하는 의원들 입장에선 화나고 꼴도 보기 싫겠지만 비난 문자 받기 싫으면 국회의원을 잘하든지, 잘할 수 없으면 때려치우면 되는 것 아닙니까? 욕먹을 짓 하니까 그런 문자 받는 건데 왜 개딸을 들먹입니까?” 그는 민주당 의원 180명(2020년 총선 당선자) 휴대전화 번호를 거의 다 알고 있으며 의원 140명에게 수시로 항의 문자를 보낸다고 했다.

인천 계양구에 사는 50대 여성은 “난 개딸 아니고 개아줌마, 개혁의 아줌마”라고 했다. 2020년 총선 때 민주당에 가입한 권리당원이라고 밝힌 그는 “그들이 이재명이 대통령 후보 됐을 때 한 짓이 뭐냐. 돕지도 않고 흔들었다. 그런데 당원 77.7%가 뽑은 당대표를 흔들고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다? 그런 수박들은 가장에게 총부리를 겨눈 거다. 정치를 몰랐을 땐 가만히 있었지만 이젠 다르다”고 했다. 당원으로서 정당한 권리인 의사 표현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50대 여성 유아무개씨는 “권리당원이자 전국 대의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고, 김종민 등 민주당 의원 85명의 휴대전화 번호를 확보하고 문자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난 50대 후반 아줌마입니다. 지역구의 이용우 의원과, ‘버스에서 내려와’ 캠페인을 하는 우원식·김상희 의원에게도 문자를 보냅니다. 민주당은 당원과 지지자의 정당인데, 그들은 의원의 정당인 것처럼 얘기하니 어쩔 수 없어요. 지금 밑바닥엔 20대, 30대는 없어요. 개딸보다 50대 개아줌마, 60~70대 개할아버지가 문자를 보내는 겁니다. 개딸 프레임, 그건 똥파리, 수박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고 만들어낸 게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유씨는 2020년 총선 때 제대로 개혁하라고 민주당에 절대다수의 의석을 몰아줬다며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에게 화살을 돌렸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에서 개혁한다고 의석 달라고 해, 민주당에 180석 깡패의석을 몰아줬을 뿐입니다. 희망고문만 당하고 검찰개혁도 언론개혁도 못 했어요. 그런데 문재인 정부 총리, 180석 깡패의석을 가진 민주당 대표를 한 이낙연씨는 뭘 했나요? 당비 내고 깡패의석까지 만들어줬으면 윤석열하고 싸워야지 왜 당원을 개딸로 몰면서 우리한테 깡패 짓을 합니까?”

지난 14일 ‘버스에서 내려와’ 캠페인의 하나로 민주당사에서 열린 당원들과의 대화. 김상희 의원실 제공

지난 3월24일 이원욱 의원 동탄 지역구 사무실과 자택 앞 시위에는 지역주민 10여명이 모였다. 동탄민주시민연대를 꾸려 시위를 주도한 이는 김한메 ‘사법정의 바로 세우기 시민행동’(사세행) 대표다. 50대 남성인 그는 지난 1년 동안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그리고 이들에 대한 수사를 게을리한 검사 등을 100여차례 고발했다. 자신이 주도한 집회에는 “소위 ‘개딸’로 불리는 2030 여성 당원 및 지지자가 단 한명도 참여한 사실이 없다”며, “개딸에게는 분노도 아깝다”고 한 이원욱 의원과 “개딸과 헤어질 결심을 하라”는 박용진 의원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고소했다.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모욕 등의 혐의다.

이원욱 의원 집 앞에서 상복을 입고 시위를 한 김원태씨도 “내 나이가 60인데, 난 그저 당비 내는 당원으로 이 의원한테 내 의견, 불만을 표출했을 뿐이다. 그런데 비명계 의원들이 확인도 없이 나를 개딸로 매도하고, 이건 아니지 않나”라고 분노했다. 김씨는 이 의원 지역구민이 아니지만 화성시민, 화성지킴이 사무국장, 민주당 권리당원으로서 당원이 뽑은 이재명 대표를 흔드는 의원에게 반대할 자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나는 화성 동탄민주시민연대 사람들에게 집단시위보다 1인시위가 옳다고 집단행동을 말린 사람입니다. 난 이 의원 집 앞에서 1인시위를 했어요. 상복 입고 30분 정도 하다 혐오감 주고 당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해 상복도 벗었는데, 내가 그렇게 나쁜 사람입니까?”

<한겨레>가 접촉한 17명이 문자 폭탄을 보내고 오프라인 시위를 주도하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 전체를 대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느 정도 공통 정서가 드러난다. 열성 지지자, 당원인 자신들을 ‘개딸’이라는 용어로 악마화하는 보수 언론의 프레임을 민주당 내부에서 활용해 자신들의 입을 막으려 한다는 믿음이다. 실제 지난 14일 민주당 ‘2023, 버스 에서 내려와’ 당원과의 대화에선 한바탕 논쟁이 일었다. 한 참석 당원은 “(원래) ‘개딸과의 대화’를 기획했으나 개딸이 안 보이니 당원과의 대화로 바꿨다”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이재명 대표도 버스 에서 내려와에 동참했다”며 “어디서부터 손에 든 칼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이재명 대표를 좋아하는 분들부터 (칼을) 내려놔야 좋지 않겠나”라며 자제를 요구했다. 대화에 참석한 당원들은 반발했다. 당원 임세은씨는 “기득권 가진 분들부터 먼저 입 닫는 게 좋지 않을까? 사법리스크 아닌 검찰리스크다. 당대표 흔들기는 납득이 안 된다”고 퍼부었다. 박예슬씨는 “왜 당원이 내려와야 하나. 국회의원이 당원과 지지자가 못 믿게 하고 사과를 강요하는 거냐”고 맞받았다. 일부 당원들은 ‘3선 이상 의원, 버스 에서 내려와’로 대응하겠다며 우 의원 낙선 운동을 벌이겠다고 압박했다.

“자제하라는 이 대표 입장 이해”

지난 3월15일 전해철·이원욱·윤영찬·강병원 의원 지역 사무실을 돌고 국회 앞에서도 “이재명을 믿는다. 당대표 흔들기 그만하라”는 엘이디(LED) 전광판이 설치된 트럭 시위를 주도한 이는 32살 남성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이재명 갤러리’ 관리자로 ‘칼라르’라는 아이디를 쓰는 그는 이재명 갤러리에서 “민주당에서 유명한 반명 성향 국회의원 사무실로 트럭을 보내겠다”며 모금에 나섰다. “비꼬는 내용을 달아서 화환을 보내는 방식은 수박들이 조용히 내다 버리면 그만이라서 파급효과가 적다”는 게 그가 트럭 시위를 제안한 이유다. 670여만원을 모금해 트럭 시위를 주도한 그는 이재명 대표가 회견을 통해 자제 요청을 하자 “직접적인 부탁이 있었으니 어쩔 수 없다”며 시위를 멈췄다. 칼라르는 지난 5일 건강이 나빠졌다며 이재명 갤러리 관리자에서 물러났다.

이 대표의 자제 요청에 대한 생각은 엇갈린다. 김희성씨는 “이 대표 입장에선 우리더러 자제하라고 말해야지, 뺄셈정치 할 수는 없지 않냐. 그렇지만 우리 같은 사람이 있어야 이 대표도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그래야 수박들이 더 심하게 하면 제명할 힘도 생기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김씨는 이어 “바닥에선 수박들을 다음 공천에서 배제하기 위해 권리당원을 가입시키고 있다. 나도 이번주 7명을 가입시켰다. 우리 같은 당원들이 있어 다음 총선에서 수박들은 다 물갈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경기 고양시의 권리당원인 유아무개씨는 “지금 나라 살리고 당 살릴 사람은 이재명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대표도 잘못하면 지지를 철회할 것이다. 지금 문자를 보내는 건 수박들도 비판하고, 이재명 대표에게도 자극을 줘서 일을 잘하게 독려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이 대표 리더십에 의문을 나타내는 비명계 의원들을 ‘수박’으로 지칭하며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기라고도 주장한다. 윤영찬 의원 등에게 “수박 찍은 내가 창피하다”는 등의 문자를 보낸 70대 남성 김아무개씨는 “내가 죽을 때가 다 됐지만 체포동의안 표결을 보고 너무 분해서 그랬다. 그럴 것이면 국짐당(국민의힘 멸칭)으로 가라”고 말했다. 대전에 거주하는 57살 남성 한아무개씨는 박용진·이상민·김종민 의원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는 “상식선에서 같은 팀, 민주당 의원이면 윤석열과 검찰, 보수 쓰레기 언론이 이재명 죽이기를 하는데 힘을 합쳐 맞서 싸워야지 자기 잇속 차리기 위해 그런 행동 하는 건 국민의힘 2중대라고 생각한다. 욕먹기 싫으면 국민의힘에서 공천받아 출마하라”고 했다.

‘욕설이 포함되는 등 거친 문자 메시지는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의원들이 성실히 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권영의씨는 이상민 의원에게 “이상민은 친일 매국노. 역적 ××야”라는 문자를 보냈다. “처음엔 ‘아군한테 총 겨누지 말고 보수 언론, 검사독재와 싸워주세요. 이재명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세요’라고 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냈어요. 그런데 아무 답도 없어요. 자극적인 문자를 보내니 그제야 반응이 오더라고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2023, 버스에서 내려와’ 캠페인에 동참을 선언했다. 이재명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유튜브·커뮤니티에선 ‘수박 색출’ 독려

강성 지지층의 표적이 된 의원들은 이들의 집단적인 항의가 당을 획일화하는 폭력이라고 반발한다. 윤영찬 의원은 “당원의 정당한 의사 표현이라며 협박·욕설 문자와 오프라인 시위까지 정당화하고 진정성을 강조하지만 그런 행동이 이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의원들의 입을 막는다. 이 때문에 실제 많은 의원들이 속마음을 감춘다”며 “민주주의를 말하지만 당내 의견을 획일화하는 가장 위험하고 권위주의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박용진 의원도 “유튜브 방송이 ‘수박 색출’ 분위기를 띄우고, 각종 커뮤니티에서 의원 전화번호를 공개하면 누군가 행동에 나선다. 당에서 혐오·욕설 문자 폭탄에 대한 엄정 조처를 약속했지만 한번도 엄정하게 대응한 적이 없어 계속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한판 대거리를 하면 보수 쪽에서 내 전화번호를 좌표로 찍고 문자 폭탄을 퍼붓는데, 양쪽의 극단이 똑같이 비민주적인 행태를 보인다”고 말했다. 김종민 의원도 “합리적 비판 문자는 소수고, 대부분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이다. 특정 세력이 기계적으로 입막음을 하려는 것 같다”며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개딸로 뭉뚱그려진 열성 지지자와 비명계 의원의 인식이 너무 달라, 당장 화해를 위한 접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서울 양천을 지역 주민인 60대 남성은 희미한 화해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박용진 의원과 지역구 이용선 의원에게 ‘수박 ×× 밤에 보지 말자. 개×××야’라는 험한 문자를 날렸다. “체포동의안 표결 때 30여명 반란표가 나온 걸 보고 지역구 이용선 의원도 수박이라 생각해 문자를 보냈다”는 것이다. 그 뒤 그는 이 의원과 두차례 통화를 했다며 “나는 수박이라고 생각하고 문자를 보냈는데, 이 의원 본인은 아니라고 설명했고 내가 오해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5·18 광주 민주항쟁 때 조선대학교 1학년생이었던 그는 ‘전두환 신군부’에 맞서 카빈총을 든 시민군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민주당 모습이 더 화가 난다”는 그는 “검찰이 이재명을 압수수색한 게 몇번이냐? 정말 징글징글하다. 경선 땐 비판하고, 등지고 싸울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대표와 화합하고 함께 가야 할 때 아니냐. 그게 당원 다수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김한메 사세행 대표  “이재명 수호 아니라 검찰개혁”

김한메 ‘사법정의 바로 세우기 시민행동’(사세행) 대표.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지속적으로 고발하고 있는 김한메 ‘사법정의 바로 세우기 시민행동’(사세행) 대표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원욱·박용진 의원과 갈등하고 있다. 이 의원 지역구(경기 화성시을)에서 동탄민주시민연대를 결성해 이 의원 반대 시위 등을 주도한 그는 이 의원 등이 “개딸에 대한 분노조차 아깝다”고 반응하자 시위에 나선 이들을 악마화했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시위 과정에선 이 의원의 얼굴이 사납게 보이도록 손질한 사진을 사용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왜 논란을 부르는 행동을 지속하는지 지난 13일 통화를 하며 그에게 직접 물었다.

―이원욱 의원 사진을 손질해서 사용한 건 잘못 아닌가요?

“이원욱 의원 눈꼬리·입꼬리를 살짝 올렸어요. 그게 악마화, 조작입니까? 인터넷에서 이 의원 사진을 많이 찾았는데 다 너무 예쁘게 ‘뽀샵’ 했길래 살짝 손댔어요.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수정입니다.”

―이원욱·박용진 의원 고소도 심한 것 아닌가요?

“우리가 이 의원 지역에서 시위할 때 개딸이 있었나요? 제가 50대 남자고, 70대 할아버지 등이 함께했어요. 20~30대 여성, ‘개딸’이 없다는 걸 이 의원도 다 보고받았을 것 아닙니까? 그걸 알면서 조중동이 덮어씌운 악의적 프레임에 부화뇌동했어요. 도대체 어느 정당이 자기 지지자를 극렬로 몰아 헤어지라고 합니까. 집토끼인 우리가 버려야 할 대상인가요?”

―동탄 시민이 아니라는 얘기도 있는데요.

“동탄 주민 맞습니다. 2012년에 이 의원이 초선이 됐는데, 나는 그보다 앞선 2010년부터 동탄에 13년째 거주하고 있어요. 이원욱 의원을 세번 다 뽑아줬어요.”

―이재명 대표도 시위를 그만하라고 했는데요.

“당대표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이해는 해요. 그런데 우리한테 당 화합에 도움 안 되니 자제하라고 하려면 그들에게도 등 뒤에서 동지한테 총질하지 말라고 얘기해야죠. 왜 원인 제공자한테는 아무 말 안 합니까?”

―이 대표를 지지해서 이런 행동 하는 것 아닙니까?

“이재명 편들려고, 이재명 한 사람 수호하려고 이러는 게 아니에요.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180석 몰아줬는데 검찰개혁에 실패한 책임을 묻는 겁니다. ‘수박계열’ 의원들은 이재명을 감옥에 집어넣겠다고 인디언 기우제 지내듯 수사하는 검찰 만행을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되묻고 싶어요.”

―비명계 의원이 이재명 체포동의안에 찬성했다는 건 억측 아닌가요?

“무기명이니 다 아니라고 하지만 35명 이상이 기권, 찬성했어요. 그러면 그들은 대체 누구입니까? 우리는 수박계열 밀정들이 그런 것으로 봅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계속 고발하는 이유는 뭔가요?

“두 사람을 100번 넘게 고발했는데, 전 법 앞에 평등하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입니다. 김건희는 3년 동안 검찰이 소환 한번 안 했어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은 표창장 하나 위조한 문제로 의전원(의학전문대학원)은 물론 학부 합격도 무효가 됐어요. 그런데 한동훈 장관 딸은 어떻게 됐나요?”

이원욱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민주당을 위해 바닥에서 열심히 뛴 이들이 180석을 몰아줬는데 검찰개혁조차 못 했다고 비판할 수 있고, 정치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 책임도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다만 “욕설, 조작 등의 의사 표명 방식은 사회적 병리 현상을 반영한 것이긴 하지만 분명 잘못된 것이다. 당 안에서 지지자의 생각이 점점 양극단으로 치닫는 문제도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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