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론/여한솔]왜곡된 응급의료체계 손볼 때다
여한솔 강원도 속초의료원 응급의학과장 2023. 4. 22. 03:01
촌각 다투는 환자, 응급실 찾아 ‘표류’하는 현실
응급체계 대폭 개혁 없이는 사고 반복될 뿐
정부, 의료계 머리 맞대고 새 제도 만들어야
응급체계 대폭 개혁 없이는 사고 반복될 뿐
정부, 의료계 머리 맞대고 새 제도 만들어야
응급의료체계란 단순히 응급실만의 환경뿐만 아니라 119에 신고하는 단계, 병원 전 단계, 응급실을 포함한 병원 단계를 거쳐 환자의 최종 치료까지를 제공하는 모든 과정을 뜻한다. 최근 촌각을 다투는 응급 환자가 가까운 응급실에서 수용이 불가하거나, 적절한 치료를 받기 위해 상급병원으로 원활히 이송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현 체제의 대대적인 개혁 없이는 의료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일은 더욱 만연할 수밖에 없다고 필자는 확신하고 있다. 복잡한 응급의료체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정부의 적절한 관리·감독 및 지원, 의료체계 구성원의 역량과 인프라, 그리고 응급실 이용 환자의 협조 등 모든 부분이 박자를 맞춰야 가능하다. 하지만 대한민국 응급의료체계는 이런 부분들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환자들의 피해로 돌아가고 있다.
서울 및 수도권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은 나날이 가중되고 있다. 질병의 중증도와 무관하게 적절한 분배 없이 몰려드는 환자들로 상급병원의 응급센터는 아비규환 그 자체다. 응급실에서는 응급 환자가 우선이기에, 비응급 환자의 응급실 내원을 정부가 주도하는 제도를 통해 어느 정도 분배해야 할 필요성이 있지만 이를 제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알려진 응급의료 관리료의 역할은 현실적으로 굉장히 미미하다. 따라서 중증 환자를 보는 데 집중해야 할 의료자원이 너무나 비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다.
지방의 응급의료 인프라는 더욱 심각하다. 수도권에 대학병원 분원이 5년 이내에 총 8곳이 세워질 예정이다. 반면 지방에 세워지는 대학병원급 혹은 상급종합병원 개설 소식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그러다 보면 당연히 의료인력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치료자원이 환자와 가까운 곳에 있어야 지역 응급의료체계가 돌아갈 텐데, 정부는 이 치료자원을 서울 및 수도권으로 몰아가고 있다. ‘지방에서 발생한 중환자는 지방에서 해결하도록 한다’는 정부의 기본 계획과 너무도 모순적이다. 결론적으로 지방의 의료 인프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 버렸고, 필연적으로 서울 및 수도권으로 환자가 몰리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현재 지방 응급의료가 직면한 문제를 지방 진료를 기피하는 의사 탓으로만 돌리는 위정자들의 행태에 의사들은 허탈할 뿐이다.
응급의료체계를 개편한다며 응급센터를 무턱대고 확장하는 것은 보여주기식 행정이다. 현재 응급의료 시스템 안에서 각각의 기관들과 짜인 정책들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다듬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중증 응급 환자에게 적절한 응급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서울 및 수도권의 응급실 과밀화를 해결하고 지방 의료 취약지의 효율적인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정부가 나서서 제도화해야 한다.
필자의 개선 제언은 아래와 같다. 첫째, 경증 환자의 119 이용에 일정의 이송 비용을 부담하게 하고, 무작정 상급병원으로 이송해 달라는 경증 환자의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119 구급이송체계 개혁이 필요하다. 둘째, 중환자를 응급 처치 후 최종적 치료가 가능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효율적인 전원체계를 유지할 컨트롤타워 구축도 시급하다. 셋째, 경증 환자는 본인 부담료를 더 지불하고 중환자는 이를 줄여줘 무분별한 응급실 이용을 막는 역(逆)진료비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증 환자 수용 확보를 위해 경증 환자를 돌려보내서 생기는 치료 공간을 비워둠으로써 발생하는 부분적 손해를 상급 응급의료기관에 보전하는 정부의 보상체계 마련도 필요하다. 이런 네 박자가 맞아떨어져야 지금의 왜곡된 응급의료체계를 정상화할 수 있다고 본다.
응급실을 찾아오는 다수의 경증 환자에게는 언급한 네 가지 대책이 다소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서로 감수해야 내 가족이 119구급대를 통해 응급실로 빠르게 이송돼 목숨을 건질 수 있고, 응급 처치를 마친 내 친구가 질환의 정도에 따라 적절한 병원으로 빠르게 이송될 수 있다.
기이한 응급의료체계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고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나서야 정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그 나름의 개선책을 내놓는다. 하지만 이를 현장에 녹여내기에는 너무도 비현실적인 경우가 많다. 서류 몇 장과 통계만으로는 왜곡된 체계를 정상화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응급의료체계를 전면에서 지휘하는 것은 정부이지만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과의 소통 없이는 효과적인 개선이 불가능하다. 관련자 모두가 머리를 함께 맞대고 현명한 제도를 만들어내는 진정성 있는 논의가 대한민국에서 이뤄지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현 체제의 대대적인 개혁 없이는 의료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일은 더욱 만연할 수밖에 없다고 필자는 확신하고 있다. 복잡한 응급의료체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정부의 적절한 관리·감독 및 지원, 의료체계 구성원의 역량과 인프라, 그리고 응급실 이용 환자의 협조 등 모든 부분이 박자를 맞춰야 가능하다. 하지만 대한민국 응급의료체계는 이런 부분들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환자들의 피해로 돌아가고 있다.
서울 및 수도권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은 나날이 가중되고 있다. 질병의 중증도와 무관하게 적절한 분배 없이 몰려드는 환자들로 상급병원의 응급센터는 아비규환 그 자체다. 응급실에서는 응급 환자가 우선이기에, 비응급 환자의 응급실 내원을 정부가 주도하는 제도를 통해 어느 정도 분배해야 할 필요성이 있지만 이를 제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알려진 응급의료 관리료의 역할은 현실적으로 굉장히 미미하다. 따라서 중증 환자를 보는 데 집중해야 할 의료자원이 너무나 비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다.
지방의 응급의료 인프라는 더욱 심각하다. 수도권에 대학병원 분원이 5년 이내에 총 8곳이 세워질 예정이다. 반면 지방에 세워지는 대학병원급 혹은 상급종합병원 개설 소식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그러다 보면 당연히 의료인력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치료자원이 환자와 가까운 곳에 있어야 지역 응급의료체계가 돌아갈 텐데, 정부는 이 치료자원을 서울 및 수도권으로 몰아가고 있다. ‘지방에서 발생한 중환자는 지방에서 해결하도록 한다’는 정부의 기본 계획과 너무도 모순적이다. 결론적으로 지방의 의료 인프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 버렸고, 필연적으로 서울 및 수도권으로 환자가 몰리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현재 지방 응급의료가 직면한 문제를 지방 진료를 기피하는 의사 탓으로만 돌리는 위정자들의 행태에 의사들은 허탈할 뿐이다.
응급의료체계를 개편한다며 응급센터를 무턱대고 확장하는 것은 보여주기식 행정이다. 현재 응급의료 시스템 안에서 각각의 기관들과 짜인 정책들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다듬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중증 응급 환자에게 적절한 응급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서울 및 수도권의 응급실 과밀화를 해결하고 지방 의료 취약지의 효율적인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정부가 나서서 제도화해야 한다.
필자의 개선 제언은 아래와 같다. 첫째, 경증 환자의 119 이용에 일정의 이송 비용을 부담하게 하고, 무작정 상급병원으로 이송해 달라는 경증 환자의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119 구급이송체계 개혁이 필요하다. 둘째, 중환자를 응급 처치 후 최종적 치료가 가능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효율적인 전원체계를 유지할 컨트롤타워 구축도 시급하다. 셋째, 경증 환자는 본인 부담료를 더 지불하고 중환자는 이를 줄여줘 무분별한 응급실 이용을 막는 역(逆)진료비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증 환자 수용 확보를 위해 경증 환자를 돌려보내서 생기는 치료 공간을 비워둠으로써 발생하는 부분적 손해를 상급 응급의료기관에 보전하는 정부의 보상체계 마련도 필요하다. 이런 네 박자가 맞아떨어져야 지금의 왜곡된 응급의료체계를 정상화할 수 있다고 본다.
응급실을 찾아오는 다수의 경증 환자에게는 언급한 네 가지 대책이 다소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서로 감수해야 내 가족이 119구급대를 통해 응급실로 빠르게 이송돼 목숨을 건질 수 있고, 응급 처치를 마친 내 친구가 질환의 정도에 따라 적절한 병원으로 빠르게 이송될 수 있다.
기이한 응급의료체계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고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나서야 정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그 나름의 개선책을 내놓는다. 하지만 이를 현장에 녹여내기에는 너무도 비현실적인 경우가 많다. 서류 몇 장과 통계만으로는 왜곡된 체계를 정상화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응급의료체계를 전면에서 지휘하는 것은 정부이지만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과의 소통 없이는 효과적인 개선이 불가능하다. 관련자 모두가 머리를 함께 맞대고 현명한 제도를 만들어내는 진정성 있는 논의가 대한민국에서 이뤄지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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