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뉴욕… 길 위에서 만난 에드워드 호퍼

김민 기자 2023. 4. 21. 03: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美국민화가 호퍼 국내 첫 개인전
서울시립미술관서 8월 20일까지… 개막 전부터 티켓 13만장 동나
대표작 外 드로잉-기록도 선보여… “호퍼의 새로운 면모 볼 수 있어”
미국 화가 에드워드 호퍼(1882∼1967)는 생전 말수가 적었고 교류도 적었다. 그저 도시를 배회하며 관찰한 뒤 그림으로 남겼다. 그런 작품들은 지난해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전시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휘트니미술관 전시와는 다른 호퍼의 작품 160여 점과 관련 기록 110여 점이 한국을 찾았다. 서울시립미술관은 20일부터 서울 중구 서소문본관에서 해외소장품 걸작전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를 개최한다. 국내 최초의 호퍼 개인전으로 큰 관심을 끈 전시는 개막 전 이미 티켓 13만 장이 팔렸다. 호퍼의 어떤 작품이 한국을 찾았는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됐다.

● 도시 안팎의 호퍼를 만나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휘트니미술관과 공동 기획했다. 기획 초기 단계에서 나온 전시의 주제는 ‘뉴욕 앤드 비욘드’로 뉴욕은 물론이고 이 지역을 벗어난 호퍼의 작품도 다양하게 조명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는 후문이다. 이승아 학예연구사는 “휘트니 전시가 뉴욕에 집중했다면 서울 전시는 프랑스 파리, 뉴욕 등을 배경으로 도시와 자연을 아우르는 구성”이라고 설명했다.

에드워드 호퍼가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뉴잉글랜드, 케이프코드 등 도시 안팎에서 그린 작품을 볼 수 있는 국내 최초의 개인전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가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20일 개막했다. 전시된 주요 작품은 자화상(1925∼1930년) 등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호퍼의 초기 드로잉과 자화상을 담은 섹션인 ‘에드워드 호퍼’로 시작한 전시는 ‘파리’ ‘뉴욕’ ‘뉴잉글랜드’ ‘케이프코드’ ‘조세핀 호퍼’ ‘호퍼의 삶과 업’ 등 총 7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섹션에서 언급된 장소들은 호퍼가 머물며 그림을 그렸던 곳이다.

에드워드 호퍼가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뉴잉글랜드, 케이프코드 등 도시 안팎에서 그린 작품을 볼 수 있는 국내 최초의 개인전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가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20일 개막했다. 전시된 주요 작품은 푸른 저녁(1914년) 등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1906∼1910년 호퍼는 당시 예술의 중심지였던 파리를 세 차례 방문했다. 파리에서 보았던 여러 풍경을 기억하며 야심 차게 그린 ‘푸른 저녁’(1914년)도 파리 섹션에서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 작가 생전에 단 한 번만 전시된 작품이다. 파리 센강의 다리와 운하, 루브르 박물관 등 도시 풍경을 차분하게 그린 작품도 있다.

관객이 가장 기대할 섹션인 ‘뉴욕’에서도 차가운 건물 풍경이 이어진다. ‘도시의 지붕들’(1932년)은 휘트니미술관의 최근 소장작이다. 킴 코너티 휘트니미술관 큐레이터는 “북적이는 도시에서 나만의 고요한 시간을 연상케 하는 작품”이라고 했다.

‘뉴잉글랜드’와 ‘케이프코드’ 섹션은 도시를 벗어난 호퍼의 작품들로 구성된다. 이곳의 해안과 어촌 마을, 섬을 방문하며 그렸던 스케치 소품, 호퍼 부부의 여름 별장이 있었던 미국 매사추세츠 케이프코드의 풍경이 펼쳐진다. 번잡한 뉴욕에서 벗어난 그는 ‘오전 7시’(1948년), ‘이층에 내리는 햇빛’(1960년) 등의 작품을 남겼다.

● 소품과 드로잉 비중 높아

에드워드 호퍼가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뉴잉글랜드, 케이프코드 등 도시 안팎에서 그린 작품을 볼 수 있는 국내 최초의 개인전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가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20일 개막했다. 전시된 주요 작품은 위쪽부터 이층에 내리는 햇빛(1960년), 밤의 창문(1928년), 햇빛 속의 여인(1961년) 등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밤의 창문’(1928년), ‘황혼의 집’(1935년), ‘이층에 내리는 햇빛’, ‘햇빛 속의 여인’(1961년)은 호퍼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대표적 작품들이다. 다만 전체 작품 160여 점 중 유화는 57점, 드로잉·수채화는 89점, 판화는 14점이며 소품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그 대신 작품 옆에 이와 관련된 드로잉과 기록을 배치해 이해를 돕는다.

호퍼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1942년·시카고미술관 소장)은 이번 전시엔 출품되지 않았지만 습작 드로잉과 수첩에 남긴 기록이 전시됐다. 수첩에서 호퍼는 이 작품에 대해 ‘유리창 경계를 따라 가게 안의 밝은 천장이 어두운 바깥 거리에 대비됨’이라고 적어, 실내등이 밤을 비추는 효과를 중요하게 생각했음을 볼 수 있다.

이 연구사는 “휘트니미술관이 특별한 이유는 호퍼 관련 기록도 4000여 점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세계 최대 규모의 소장품, 기록을 가진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연구 측면에서 깊이가 더해졌다”고 했다. 그는 “호퍼의 새로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8월 20일까지. 사전 예약제. 1만2000∼1만7000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