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진술거부해라" 재판부 핀잔들은 김만배, 왜?

이정원 2023. 4. 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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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자금 20억 원을 요청받았으나 거절했다고 법정 증언했다.

김씨는 대장동 일당인 유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에게 호의로 수억 원을 준 적이 있다고 밝혔지만 재판부로부터 "진술이 모순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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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 "유동규가 대선 자금 20억 요구했으나 거절"
"호의로 유동규에 1억, 화해 의미로 남욱에 4억 줘"
재판부 "앞뒤 안 맞아... 불리하면 증언 거부가 맞다"
유동규 사실혼 배우자는 '현금 가방' 관련 진술 거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2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자금 20억 원을 요청받았으나 거절했다고 법정 증언했다. 김씨는 대장동 일당인 유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에게 호의로 수억 원을 준 적이 있다고 밝혔지만 재판부로부터 "진술이 모순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씨는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등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부원장은 이 대표의 대선 경선 자금 명목으로 남 변호사 등 대장동 일당이 마련한 8억4,700만 원을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만배 "유동규가 '대장 선거 나간다'고 20억 요구... 거절했다"

김씨는 이날 "유 전 본부장에게 정치자금을 요청받은 적이 있느냐"는 검찰 질문에 "2020년 5, 6월쯤 유 전 본부장이 '대장(이재명)이 대선에 나갈 건데 형이 20억 정도 해 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너네 대장이 죽을지 살지 모르는데 나를 정치판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했다"고 답했다.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이 누군가에게 요청을 받았던 거냐"고 묻자 김씨는 "자기(유동규) 생각이라고 했다.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선 대선 자금을 요청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천화동인 1호 실소유자가 누구냐"는 검찰 질문에 "김만배"라고 답하며 이 대표 지분 의혹에 재차 선을 그었다. 검찰은 대법원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심리 중이던 2020년 3~6월 김씨가 권순일 전 대법관실을 다섯 차례 방문한 사실을 지적했으나 김씨는 "언론사를 인수하고 싶어 변호사협회장을 소개해 달라고 했고 권 전 대법관이 책을 낸다길래 목차 관련 상의를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 전 부원장, 정 전 실장 등과 의형제를 맺었냐는 검찰 질문에도 "나이 50에 무슨 의형제를 맺느냐"며 선을 그었다.


검찰 "왜 '걸리면 네 명 죽는다'고?" 재판부 "진술 앞뒤 안 맞아"

김씨는 다만 자신이 2021년 1월 유 전 본부장에게 5억 원을 건넸다는 점은 인정했다. 검찰이 돈을 준 이유를 묻자 김씨는 "1억은 유동규가 공무원 그만두고 사업을 한다고 해서 형으로서 호의로 줬고, 4억은 남욱에게 전달하라고 했다"며 "남욱이 공통비 문제 등과 관련해 계속 뒤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있어서 화해의 의도로 준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에 "당시 유동규 같은 사람들에게 돈이 건너가는 게 부담스러웠던 상황 아니냐"며 "호의로 줬다고 하는데, 이전부터 대선 자금 요구했던 유 전 본부장이 해당 현금을 전용할 거란 예상도 못 했냐"고 추궁했다. 김씨는 "일체 예상하지 못했다"며 "유동규가 돈을 어떻게 쓰는지 제가 일일이 간섭할 건 아니지 않나"라고 답했다. "당시 5억을 주면서 '걸리면 4명 다 죽는다'고 했는데, 이 4명이 누구냐"는 검찰 질문에, 김씨는 "유동규 김만배 남욱 정영학"이라고 답했다.

김씨가 정 회계사 이름을 거론하자 재판부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듯 "진술 앞뒤가 너무 맞지 않는다"며 주의를 주기도 했다. 재판부는 "공통비 편입 부분도 그렇고 '4명 다 죽어'도 그렇고, 화해의 제스처로 보냈는데 남욱이 죽는다는 게 (이상하다)"라며 "본인 혐의와 관련된 부분이 있을 경우 차라리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전에는 유 전 본부장의 사실혼 배우자인 박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주요 증언을 모두 거부했다. 박씨는 유 전 본부장이 현금이 담긴 가방을 집에 가지고 들어올 당시 상황을 묻는 검찰 질문에 대부분 답변을 거부했다. 그는 "이 사건 관련해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도 보면서 트라우마도 생기고 저 사람(유동규)이 나가서 해코지당하지 않을까 하루하루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정원 기자 hanak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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