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연어 먹고 난타에 방탈출?… 톡톡 튀는 대학 동아리 [Z시세]

염윤경 기자 2023. 4. 2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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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편집자주]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요즘 대학생들은 Z세대만의 개성 넘치는 동아리 활동을 즐기고 있다. 사진은 대학생 난타동아리 '예그리나' /사진='예그리나' 제공
"대학생일 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경험이에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아요."

동아리 활동은 대학생활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특히 동아리 활동은 대학생일 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경험이기에 '대학생활의 꽃'으로 불린다. 동아리를 통해 만난 다양한 사람과 색다른 경험은 사회에 나와서도 큰 자양분이 될 때가 많다.

개성 넘치고 자기표현에 과감한 Z세대는 동아리 활동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머니S가 기존 동아리와는 다른 개념의 동아리 활동을 즐기는 Z세대를 만나봤다.


"닭과 연어로 모였다고?"… Z세대 이색 동아리


닭요리를 좋아하는 대학생들이 모인 '닭아리'와 연어를 남김없이 먹는 동아리 '연남동' 등 다양한 이색동아리가 눈길을 근다. 사진은 지난 7일 신촌 대학가의 치킨집에서 진행된 '닭아리'의 정기 모임. /사진=염윤경 기자
지난 7일 기자는 신촌 대학가에 위치한 치킨집을 찾았다. 대학생 연합 동아리 '닭아리'가 정기 모임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접해서다. '닭아리'는 닭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닭요리를 먹는 동아리다. 부원들은 '닭아리'의 대표 포즈라며 닭벼슬 모양의 자세를 취해 보였다.

본래 '닭아리'는 1대 회장이 함께 찜닭을 먹을 사람을 모집하기 위해 만들었던 동아리다. 이 모임은 9기까지 이어질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지금은 찜닭 외에도 치킨·닭발·닭갈비 등 다양한 닭요리를 먹는 동아리로 성장했다.

닭아리 회장 고경민씨(남·23·고려대)는 "'닭아리'는 말그대로 닭을 좋아하는 사람이 모여 만든 동아리"라며 "큰 책임감이나 목표보다는 함께 모여 맛있는 것을 먹고 노는 동아리"라고 설명했다. 취지에 걸맞게 이날 모임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웃음꽃이 만발했다. 부원들은 치킨·맥주와 함께 담소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닭 외에 다른 음식을 먹거나 또다른 활동을 하기도 하냐고 묻자 고씨는 "'닭아리'의 아이덴티티는 닭이다"고 답했다. 그는 "동아리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닭 외에 다른 요리는 먹을 생각이 없다"고 단언했다.

'닭아리'가 닭요리를 먹는 동아리라면 연어만 먹는 동아리도 있다. 바로 '연어를 남김없이 먹는 동아리'라는 뜻을 가진 대학생 연합 동아리 '연남동'이다.

'연남동'의 부원들은 오직 연어를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모였다. 이들은 한 달에 최소 한 번 이상 연어를 먹는 모임을 진행한다. 또 부원들만의 연어 맛집을 발굴하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어 맛집을 알리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간다. '연남동'은 부원을 지칭하는 이들만의 귀여운 명칭도 있다. 동아리에 막 가입한 준회원은 '아기곰', 정기적으로 활동하면 정회원인 '연남곰'으로 승격할 수 있다.

'연남동' 회장 당인영씨(여·22·이화여대)는 "'연남동'은 대학생 최초의 연어 동아리라는 데 자부심이 있다"고 소개했다. 또 "부원 모두 연어에 대해 진심인 사람들"이라며 "그 진심으로 지금까지 동아리가 지속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씨는 "최근 노르웨이 수급 문제로 연어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동아리 부원들과 함께 먹으면 가격 부담을 많이 덜 수 있어 좋다"고 미소지었다.


"공연도 하고 게임도 하고"… 이색 취미 동아리


난타동아리 '예그리나', 방탈출게임 동아리 '삼', 영상제작동아리 '우바미디어네트워크' 등 다양한 취미활동을 공유하는 동아리가 많다. 사진은 지난 19일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연습실에서 찬조 공연을 준비하는 '예그리나'의 모습. /사진=염윤경 기자
이색 취미활동을 함께 즐기는 동아리도 있다.

'예그리나'는 대학생 연합 동아리 중 유일한 난타 동아리다. '예그리나'는 초등학교 특별활동으로 함께 난타를 배운 친구들이 대학생이 된 후 뜻을 모아 결성했다. '예그리나'는 여러 신입부원을 영입해 매년 정기공연을 하고 외부 의뢰를 받아 찬조공연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9일 기자는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예그리나' 연습실을 찾았다. 연습실 입구에서부터 난타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왔다. 이날 '예그리나'는 조만간 열릴 찬조공연을 위해 연습 중이었다. 대학생들의 취미활동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열정적이고 근사했다.

이들은 찬조공연 외에도 오는 8월 예정된 정기공연을 위해 맹연습을 하고 있다. 부원들은 멋진 공연을 위해 학업이 끝나면 일주일에 4~5시간 이상 연습한다고.

'예그리나' 회장 김수연씨(여·25·동국대)는 "'북만 두드리면 되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예그리나'에 들어왔다가 호되게 당하는 분들이 많다"며 "동아리 활동이 생각보다 연습량도 많고 책임감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만큼 활동이 뜻깊고 부원 사이 우정도 끈끈하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Z세대의 독특한 취미활동을 함께 하기 위해 만든 동아리도 있다. 바로 방탈출게임 대학생 연합 동아리 '삼'이다. '삼'은 방탈출게임을 좋아하는 대학교 동기 두 사람이 여러 사람과 함께 게임을 즐기기 위해 만든 동아리다. 그렇게 시작된 동아리가 2년째 활동 중이다.

'삼' 부원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방탈출 게임을 즐긴다. 부원들 모두 방탈출게임의 마니아이기 때문에 정기모임 외에도 즉석에서 모여 게임하는 일이 잦다.

회장 정은송씨(여·22·가천대)는 "특히 코로나 기간동안 '삼'을 통해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 너무 좋았다"며 "좋은 사람끼리 모여서 놀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또 "의기투합해서 해야 하는 방탈출 게임의 특성상 부원들 간에 더 끈끈하고 친밀한 관계가 형성된다"며 '삼'의 돈독한 우애를 자랑했다.

취미와 진로를 함께 공유하는 동아리도 있다. 대학생 연합 영상동아리 '우바미디어네트워크'는 뮤직비디오·영화·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영상을 연출하고자 하는 대학생들이 모인 동아리다.

'우바미디어네트워크'는 대학생 수준을 벗어난 스타트업 느낌을 추구하는 동아리다. 이들은 최근 가수 라네스터의 의뢰로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지난 1일에는 이들이 제작한 드라마 '내 연애를 부탁해' 의 상영회도 개최했다.

회장 조항미씨(여·23·서울여대)는 "'우바미디어네트워크'에는 영상을 직업으로 삼고 싶거나 취미로 영상을 배우고 싶은 대학생이 모두 함께한다"며 "높은 영상 퀄리티를 위해 모두 전문가 못지 않은 열정을 불태운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Z세대 "동아리, 대학생활 활력소예요"


대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인간관계와 값진 경험 등을 얻을 수 있어 좋다고 답했다. 사진은 '연남동'(위)과 '우바미디어네트워크' 활동 모습. /사진='연남동', '우바미디어네트워크' 제공
대학생들은 자신이 속한 동아리에 큰 자부심과 소속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동아리 활동을 하며 가장 좋은 점으로 학교 안에선 만나기 힘든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을 꼽았다.

'닭아리' 신입부원인 윤영진씨(남·21·서강대)는 "동아리를 통해 인생 친구들을 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별다른 공통 분모 없이 단지 닭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모인 사람들"이라며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좋다"고 활짝 웃었다.

'연남동' 부원 조현희씨(여·22·성균관대)는 "학교가 수원 쪽이라 아무래도 활동이 제한되는 측면이 있는데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신촌 등 서울권의 다양한 학교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취미활동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신입부원에게 난타의 기본 박자를 가르치던 '예그리나' 부원 지창민씨(남·24·가천대)는 "난타는 낯설 수밖에 없다"며 "신입부원 대다수가 생전처음 난타를 경험한다"고 말했다. '예그리나'에서는 기존 부원들이 신입부원에게 처음부터 차근차근 가르쳐주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결코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지씨는 덧붙였다.

동아리 가입 전부터 방탈출 게임 마니아였다는 '삼' 부원 조민정씨(여·22·가천대)는 "방탈출게임은 혼자 하기엔 부담스러운 취미"라며 "동아리에 들어와서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 가격이나 인원에 대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동아리 활동은 단순히 놀고 즐기는 것 외에 학업과 진로 탐색에도 도움된다. 디지털영상학을 전공하는 '우바미디어네트워크' 부원 김민주씨(여·23·서울여대)는 학교 수업은 이론 위주여서 현장경험이 아쉬운데 동아리 활동을 통해 현장을 경험할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경험이 실제 진로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고 설명했다.

'닭아리'부원 김아연씨(여·24·이화여대)는 동아리를 통해 소중한 멘토들을 만났다고 밝혔다. 김씨는 "우리 동아리는 학교를 졸업한 언니 오빠들도 여전히 연락하고 지낼 만큼 끈끈하다"며 "친구와는 나눌 수 없는 취업 준비나 진로에 대한 고민을 상담하고 다양한 정보를 들을 수 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염윤경 기자 yunky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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