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S 피해자 두번째 용기…“내가 안 나오면 피해자 또 생긴다”
“직장 찾기 어려워져” 어려움에도 다시 얼굴 드러내
기독교복음선교회(JMS·제이엠에스) 교주 정명석(77)씨의 성폭력 피해자 메이플이 지난달 3일 공개돼 큰 사회적 파장을 부른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에 이어 다시 한번 방송에 얼굴을 드러냈다. 메이플은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했다.
18일 밤 방영된 <문화방송>(MBC) 시사 프로그램 ‘피디수첩’은 여성 신도들을 지속해 성추행·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씨와 정씨의 조력자이자 교회 2인자로 꼽히는 정조은을 집중 조명했다. 또 이날 방송에는 재판정에서 피해 사실을 증언하기 위해 1년 만에 다시 한국에 입국한 영국 국적의 입 메이플 잉 퉁 후엔(Yip Maple Ying Tung Huen)이 출연했다.
정씨는 2018년 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17차례 걸쳐 충남 금산에 있는 월명동 수련원 등에서 메이플을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구속기소돼 현재 대전지방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정씨는 2018년 7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5차례에 걸쳐 월명동 수련원에서 호주 국적의 또 다른 외국인 신도를 성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씨는 2009년에도 강간과 준강간 등 죄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아 복역한 뒤 2018년 2월 출소했다.
메이플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에 나온 것은 (피해 사실의) 10분의1 정도였는데 엄마는 못 보겠다고 울었고, 아빠는 보고 나서 딸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고 미안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에 이어 이날 피디수첩에서도 얼굴을 공개하고 나온 이유에 대해서는 “내가 얼굴을 공개하지 않으면 그쪽(제이엠에스)에서는 거짓말이라고 하고, 사람을 썼다고, 시켰다고 할 것”이라며 “그러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게 된다. 그래서 내가 한 말이 얼마나 진실되는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얼굴을 공개했다)”고 덧붙였다.
메이플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해야 하는 일은 그 사람(정명석)을 고소하고 진실을 밝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함께 방송에 출연한 메이플의 아버지는 “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말하자면 내 생명을 갉아먹는 느낌”이라면서도 “동시에 딸아이에게 굉장한 존경심이 든다. 딸아이는 모든 고통을 감수해야 했지만 거기에 맞설 용기도 있었던 것”이라며 딸을 위로했다.
하지만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공개 이후 메이플은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등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했다. 메이플은 “(내가 살고 있는) 홍콩에서 (정명석 관련) 뉴스가 크게 터져서 ‘용기 내서 폭로한 건 진짜 잘했다’, ‘많은 사람을 구해줬다’ 이런 이야기를 듣기도 했지만, (나를) 고용하겠다고 했던 사람들이 뉴스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가 나오고 나서는 ‘고용 못 하겠다’고 하는 등 직장을 찾기가 좀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이날 방송에서는 젊은 신도들에게 헌금을 받아내기 위해 제이엠에스 쪽에서 제2·3금융권 고금리 대출을 적극적으로 유도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한 제이엠에스 탈퇴 신도는 “(제이엠에스가) 교회에 제2금융, 제3금융 대출 상담사들을 데려다 놓고 예배 끝나고 어린 캠퍼스(대학생 신도) 애들을 대출 상담을 시켰다”며 “제1금융권도 아닌데 100만원, 300만원이라도 ‘성전 건축 헌금’을 내게 하려고 그렇게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19일 아침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는 <나는 신이다> 연출자 조성현 피디와 전날 ‘피디수첩’을 제작한 전서진 피디가 나와 방송 뒷이야기를 전했다.
전날 정조은은 여성들을 유인하는 역할을 해 정씨의 성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는데, 조 피디는 “정조은은 피해자로 시작한 가해자로 봐야 할 것 같다. 최초에는 피해자였겠지만 나중에는 적극적으로 가해자의 길을 선택했고, 그걸 통해 자기 이익을 취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피디는 “정조은씨가 화장을 안 한 민낯으로 나온 장면을 빼달라고 연락이 왔었다”며 “피해자들의 피해 내용을 전달하고 어떻게 생각하냐고 할 때는 크게 반응하지 않다가 민낯 촬영분을 빼달라는 이야기는 적극적으로 해오는구나, 이분들한테는 민낯이 더 중요한 건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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