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K’는 자랑, 일본인의 ‘와(和)’는 다짐

2023. 4. 1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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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지만 단절은 실체에 대한 팩트체크 보다는 상상을 증폭시키고 걱정을 키운다. 물론, 실체보다 어떤 대상물을 미화시키기도 한다.

집콕으로 랜선 문화를 접해야 했던 팬데믹 와중, 우리의 다양한 ‘K-시리즈’ 한류가 일본에서 가장 폭 넓고 깊게 전파되는 등 세계적인 위세를 떨치는 동안, 공교롭게도 한류의 인기가 가장 높은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은 그리 긍정적으로 바뀐 것 같지는 않다.

우리가 교만해진 것일까. 은연중에,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에 대해, “알고 보니, 별 것 아니네, 민도(民度)가 높지 않아”라는 생각을 키운 느낌이다.

일본은 유독 한국인들에게 저평가된 것이다. 이런 저평가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도 그리 좋은 태도는 아닌 듯 하다. 지피지기(知彼知己) 중 남을 아는 것 ‘지피’가 되지 않은 상황이랄까.

단절의 기간, 우리가 일본인에 대해 증폭시켰던 상상들에 대한 오해를 풀고, 객관적으로 그들을 재평가하는 것은 여러모로 유용하다. 객관적인 팩트를 근거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우리의 내공도 더 키우게 된다.

한국관광객 버스가 사라질때 까지 문앞에 나와 작별인사를 하는 도야마현 바텐 아케비호텔 임직원들

아울러 국민들 끼리 상호 방문과 여행 등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면서, 상대국을 물어 뜯어야만 인기를 얻는다는 정치인들의 ‘술수’를 제압하고, 동북아 평화의 바른 길을 모색할 수 있다. “아, 한국(혹은 일본) 물어뜯어서 내 인기가 올라가는 시대는 지났구나”라는 점을 정치인들이 깨닫게 되는 것이다.

여행 즉 교류는 본질적으로 ‘평화’를 기반으로 하며, 화합할 준비가 되어 있고 더 친해지고 있는 국가라면, 누구든 그 나라로 가는 비행기표를 먼저 끊게 되듯, 양자가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일본인들은 ‘와(和:화)’문화 중시한다. 혹자는 야마토에 ‘和’자가 들어간다는 이유로 위에서부터 아래로 전파된 문화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한국의 4국(가야,고구려,백제,신라)을 중심으로 이민자(도래인)들이 이 나라 대세를 형성하면서 토착민과 도래인 간 화합을 도모하려는 측면도 있지만, 그 보다는 태풍과 지진 등 수많은 어려움을 혼자서 극복하기 어려운 환경속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몸에 밴 문화라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고 임지은 모두투어 역사문화해설가는 평한다.

마츠모토성에 놀러온 어린이들이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포즈를 취해주고 있다.

즉 ‘와 문화’에는 토착민끼리의 화합, 이방인과의 화합 모두를 포함한다. 일본인들의 자기 주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다중의 의견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가 웬만한 것에 코리아의 이니셜인 ‘K’를 붙이듯, 화합을 중시하는 일본은 와쇼쿠(和食, 음식), 와소자이(和總菜, 반찬), 와쇼키(和食器, 그릇), 와가시(和菓子, 과자), 와가사(和傘, 우산), 와가라(和柄, 문양), 와시(和紙), 와후쿠(和服), 와소요(和裝用, 전통적 머리 치장) 등 ‘和’를 앞에 붙인다. 우리의 ‘K’가 자랑이라면, 일본인의 ‘와’는 다짐이다.

도야마-나가노 일대 호쿠리쿠(北陸) 지역은 해발 3000m 이상되는 멋진 산이 20개에 육박해 아시아 최고 청정관광지이다.

도야마-나가노 현 일대 타테야마 산 등 ‘일본 알프스’

이 험준한 산악지역에 ▷7년 간 1000만명이 참가해 1963년 완공한 세계 최대의 아치식 돔형 수력발전소 쿠로베댐, ▷물의 낙차와 수압을 활용한 세계 최초 분수 등 정원의 6개 덕목을 모두 가진 가나자와로 겐로쿠엔, ▷궁녀들이 섬유산업을 발전시킨 히기시차야 거리(한때 유곽), ▷유네스코 세계유산 시라카와고 합장촌, 은둔지 마을사람들이 일군 찬란한 생활문화, ▷쌓인 눈더미 사이에 길을 내 기가막힌 절경을 선사하는 무로도 다이라 등을 보면 “일본은 역시”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도야마현 무로도 다이라

바텐 아케비, 그린 하쿠바 료칸(호텔) 등 직원들은 팬데믹 이전에도 지금도, 모두투어 ‘알펜루트’ 패키지 손님들의 버스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 까지 절을 하고 손을 흔들어 보낸다.

그들은 겉과 속이 다른 것이 아니라 생래적으로 친절하고, 화합할 준비가 되어 있고, 우리가 발 아래 볼 만큼 내공 약한 사람들이 아니다.

편견과 오해를 씻는 것은 자칭 대범한 한국인이 하자. 우리는 일본인과 친해지면서 일본 정치인들의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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