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사진전 1위가 ‘AI 이미지’… 다시 불거진 창작 경계 논란 [뉴스 투데이]

유태영 2023. 4. 18.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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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작가, AI로 재편집해 사진 제작
“속아 넘어간 주최 측, 토론은 외면”
세계사진協 “작가가 의도적 오도”
AI 가짜사진 잇단 유포… 논쟁 계속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이미지가 세계적 권위의 사진전 수상작으로 선정됐다가 작가의 요구로 철회됐다. 지난해 8월 AI로 그린 회화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의 미국 콜로라도 주립박람회 미술대회 디지털아트 부문 1위 수상에 이어 전문가의 눈도 감쪽같이 속이는 AI 예술이 또다시 등장하면서 AI 기술에 대한 우려와 예술의 경계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명품 패딩 입은 교황?… AI가 만든 ‘가짜 사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경찰에 체포되는 장면(왼쪽)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명품 패딩을 입고 있는 모습을 담은 ‘가짜 사진’. 이 사진들은 지난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실인 것처럼 빠르게 확산됐지만 둘 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프로그램 ‘미드저니’로 만들어진 가상의 이미지로 밝혀졌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물통을 든 교황의 오른손 형태가 뭉개지고, 경찰관 제복이 왜곡되는 등 AI 생성 사진에서 흔히 관찰되는 흔적이 드러나지만 많은 사람들이 당시 이런 오류를 발견하지 못하고 해당 사진이 실제 인물을 촬영한 것이라고 믿었다. 트위터 캡처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타임스 등에 따르면 독일 출신 사진작가 보리스 엘다그센(52)은 소니가 후원하고 세계사진협회(WPO)가 주관하는 세계 최대 사진 대회 ‘2023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SWPA)’ 창작 공개경쟁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시상식 직전 상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엘다그센은 최근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이 대회가 AI 이미지의 출품 가능성에 준비돼 있는지 알아보려고 건방진 원숭이처럼 지원했다”며 자신의 작품이 AI로 만들어진 사실을 자진 폭로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 사진계에는 사진으로 봐야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공개적인 토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사진의 영역은 AI 이미지가 들어올 수 있을 만큼 넓은가, 아니면 이번 (수상이) 실수였을까”라며 “내가 수상을 거부함으로써 이 논쟁이 더욱 가속화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상금은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열리는 사진 축제에 기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영국 런던 서머싯하우스에서 열린 수상작 전시회에 걸렸던 그의 AI 이미지는 결국 내려졌다. 대회 홈페이지에서도 해당 작품에 대한 언급이 모두 삭제됐다.

엘다그센은 지난주 열린 시상식에도 초청받지 못했으나, 무단으로 무대에 올라 “AI 이미지는 사진이 아니며 대회에 출품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논란이 된 작품 제목은 ‘전기공(The Electrician)’으로 세대가 다른 두 여성이 등장하는 흑백 이미지이다. 엘다그센은 이 이미지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만든 AI 이미지 생성기 ‘달리(DALL-E) 2’로 20∼40차례 재편집해 만든 ‘가짜 기억(Pseudomnesia)’ 시리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세계권위 사진전 수상까지… 심사위원도 속인 AI 빛바랜 사진 속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는 젊은 여성의 어깨에 조금 더 나이가 있어 보이는 여성이 손을 얹고 가벼운 입맞춤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어딘가 어색해 보이는 손가락이 눈에 띈다. 독일 사진작가 보리스 엘다그센이 ‘전기공(The Electrician)’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 사진은 세계 최대 사진 대회 ‘2023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SWPA)’ 창작 공개경쟁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실은 엘다그센이 인공지능(AI) 이미지 생성기 ‘달리(DALL-E) 2’로 만든 것이다. 매의 눈을 가졌을 심사위원도 감쪽같이 속인 이번 일로 AI 기술에 대한 우려와 예술의 경계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보리스 엘다그센 홈페이지 캡처
그는 이 작품으로 세 개 사진전의 결선에 진출했는데, AI 이미지라고 설명했을 때 주최 측은 한결같이 속았다고 생각하면서도 더는 논의하고 싶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SWPA를 주관하는 세계사진협회 측 반응도 비슷했다고 한다. 세계사진협회 대변인은 “우리는 이 주제에 관해 심도 있는 토론을 하기를 고대하고 있었다”며 “엘다그센은 의도적으로 우리를 오도하고 있고, 그의 이후 행동과 성명을 고려할 때 더는 그와 건설적인 대화를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항변했다.

가디언은 이번 수상 철회 논란이 “챗봇, 무인 자동차, 작곡 소프트웨어 등에 활용되는 AI 기술과 그 영향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나왔다”며 “일각에서는 AI 기술이 인간의 경험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손상시키기 직전에 와 있다는 종말론적 경고를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CBS방송 인터뷰에서 AI에 관한 우려와 과열 경쟁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며 AI 기술이 잘못 적용되면 “매우 해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경찰에 끌려가며 저항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흰색 패딩 점퍼 위로 십자가 목걸이를 한 프란치스코 교황 등 AI로 만든 이미지가 온라인상에 유포된 데 이어 이번 수상 철회로 ‘무엇이 진짜 사진인가’에 대한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한 사진 평론가는 “충격적”이라며 “이번 심사 과정과 사진전의 미래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됐다. 앞으로 몇 년 안에 통제 불능 상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에는 자동으로 워터마크가 새겨지도록 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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