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한국시장도 장악한 '존 윅' 시리즈의 롱런 비결은?

아이즈 ize 이설(칼럼니스트) 2023. 4. 1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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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설(칼럼니스트)

'존 윅4', 사진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 조이앤시네마

할리우드 영화 '존 윅 4'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한 달여간 국내 박스 오피스를 점령했던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을 누르고 개봉(12일) 이후 닷새간 약 72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흥행 1위에 올라섰다. 요즘 한국영화가 극장가에서 맥을 추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져 심히 우려되지만, '존 윅' 시리즈의 흥행 성공은 '미약'하게 시작해서 '창대'해졌다는 점에서 우리 영화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존 윅'이 처음 소개된 건 9년 전. 2014년 10월 미국에서 개봉했다. 주인공 존 윅 역에 톱스타 키아누 리브스를 내세웠으나 제작비 규모나 플롯에서 'B급' 냄새가 역력했다. 제작비는 불과 2000만 달러(약 262억 원). 한국 영화 평균 제작비보다는 많아도 1억∼2억 달러(약 1310억∼2624억 원)를 훌쩍 넘는 할리우드 주류에 비할 바가 못 됐다. 플롯 또한 지나칠 정도로 단순했다. 한때 전설적인 킬러였던 존 윅은 사랑하는 여인 헬렌을 만나 결혼하고 어두운 일에서 손을 떼기로 한다. 하지만 달콤한 시간도 잠시, 아내가 병으로 죽고 가족 같았던 강아지마저 살해당하면서 분노한 킬러는 지하실에 파묻었던 총과 칼을 꺼내 복수에 나선다. 기시감이 물씬 풍긴다. 그동안 수없이 봐왔던 줄거리다. '콘스탄틴'(2005)이나 '지구가 멈추는 날'(2008) 이후 이렇다 할 화제작이 없었던 리브스가 '드디어 옆길로 새는 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났다. 2000만 달러짜리 B급 액션 영화는 전 세계에서 제작비의 4배가 넘는 868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그에 힘입어 2017년 2월 2편 '존 윅: 리로드'가 제작, 개봉됐다. 3년 만에 제작비는 2배로 늘었다. 전 세계 박스 오피스도 1억7150만 달러로 치솟았다. 킬러의 복수와 액션이라는 틀에 변함이 없었지만 관객은 열광했다. 

'존 윅 4', 사진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 조이앤시네마

여세를 몰아 2년 뒤 3편인 '존 윅 3: 파라벨룸'까지 나왔다. 제작비는 다시 전편의 2배에 가까운 7500만 달러로 불어났고, 흥행 수입은 전 세계적으로 3억2670만 달러를 넘었다. B급 액션이 어느덧 '어벤져스' 뺨치는 A급 블록버스터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

점층된 인기와 흥행의 비결은 의외로 단순함과 정직함에 있다. 스토리 라인을 어지럽게 꼬는 최근의 흐름에서 벗어나 구도를 단순화하되, 액션의 쾌감은 극대화하고 클리셰는 거부했다.

존 윅의 액션은 총과 주짓수를 결합한 일명 '건짓수' 또는 '건푸(총+쿵푸)'로 불린다. 접근전에서는 몸싸움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거리가 벌어지면 총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특히 권총 사용이 사실적이면서 이색적이다. 총을 무한대로 쏘는 게 아니라 (권총의 종류별로) 탄창에 든 총알을 다 쓰면 교과서처럼 반드시 재장전을 한다. 또한 아무리 바빠도 한 번 더 '확인 사살'한다. 따라서 총 맞고 죽은 줄 알았는데 갑자기 뒤에서 다가와 공격하는 일은 절대 없다.

'존 윅4', 사진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 조이앤시네마

액션 수작 '테이큰'이나 '본'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카메라 워킹으로 관객의 눈길을 끈다. '본'이 스피드와 현장감을 높이기 위해 카메라를 배우에게 부착하거나 손에 들고 찍었다면, 존 윅의 카메라는 롱테이크로 고정돼 있다. 편집이 어려운 롱테이크는 한 번 찍으면 바꾸기 어렵다. 따라서 배우들의 액션 합이 정교하고 충분히 훈련돼 있어야 한다. 리브스는 가능한 한 많은 액션 장면을 직접 촬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파리 개선문 앞의 카 드라이빙 액션 등을 찍기 위해 3개월 정도 훈련에 매진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몇 가지 설정은 소위 '세계관'에 익숙한 젊은 관객들에게 흥미를 던져준다. 킬러들의 상부 조직인 최고 회의, 주요 공간적 배경인 컨티넨탈호텔, 표식 등 조직의 불문율 등이 그것이다.

그래도 꽤나 안목 높은 한국 관객은 상당 기간 이 시리즈에 인색했다. 1편 관객 수 약 12만 명에서 시작해 2편 28만 명, 3편 100만 명까지 늘었으나 대중적 흥행영화라고 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보다는 '마니아' 영화로 여겨졌다.

'존 윅4', 사진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 조이앤시네마

그러나 '존 윅 4'는 이마저도 씻어내며 B급 무비 완전 탈출을 외치고 있다. 제작비 1억 달러로 그만큼 액션이 화려해지고 로케이션이 글로벌해졌다. 또한 미국에서 3월 말 개봉한 이후 지금까지 북미에서만 1억5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 모든 성과를 일궈낸 주역은 주연배우 리브스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시리즈 4편을 오롯이 이끌어온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스타헬스키 감독은 원래 '매트릭스' 시리즈에서 리브스의 스턴트 대역을 했었다. 그 인연으로 리브스와 함께 존 윅을 시작한 것이었는데 9년 만에 가장 뜨거운 화제작으로 성장시켰다. 복잡한 이야기나 거추장스러운 복선 등은 다 빼고 자신이 가장 잘하는 액션으로 관객의 공감을 얻어냈다.

4편에 새로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폭발적인 흥행에 한몫하고 있다. 최고 회의의 새로운 빌런 그라몽 후작(빌 스카스가드), 한때 친구였으나 적으로 맞서게 된 킬러 케인(전쯔단), 강아지와 함께 콤비를 이뤄 추격하는 킬러 노바디(셰미어 앤더슨) 등의 연기가 스릴 넘친다. 존 윅이 자신의 강아지를 잃고 분노했던 것처럼 노바디의 강아지가 뭔가 일을 저지를 것 같다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러닝타임은 시리즈 역대 최장인 2시간 49분. 그러나 폭포처럼 휘몰아치는 액션 신 때문에 전혀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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