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새마을금고 5%대 예금금리 전국 최고, 왜?

남지현 2023. 4. 1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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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 상호. 연합뉴스

최근 대구 지역 새마을금고들이 연 5%대 정기예금 특판을 내놓는 등 공격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3% 후반대, 저축은행이 연 4% 중반대라는 점에 비춰보면 높은 수준의 금리다. 대구 지역 금고들이 높은 금리를 앞세워 자금 수혈에 나선 건 최근 이 지역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부터 가시화되고 있는 부동산 침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풍경이다.

금융 상품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이뱅크 누리집에서 전 금융권 정기예금 금리를 비교한 결과, 지난 11일 기준 연 5% 이상 금리 상품을 판매하는 금융사 51곳이 모두 새마을금고였고, 이 중 42곳(82%)이 대구 지역 금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높은 금리를 내건 곳은 대성·남구희망·대구원대 등 6개 금고로 이들 금고는 연 5.3% 정기예금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대구 지역은 금리가 연 5%를 넘기는 상품을 2개 이상 판매하는 금고도 13곳이나 있었다. 대구 동구에 있는 아양새마을금고는 연 5.1% 금리 상품 4개와 연 5% 금리 상품 1개 등 모두 5개의 상품을 판매 중이다.

대구 지역 금고들이 일제히 고금리 예금 특판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선 건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5438가구인데, 대구 지역의 미분양 물량이 1만3565가구(18%)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미분양은 사업에 함께 얽혀 있는 건설사, 금융사 등에 치명적이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 자기 자금을 투입해 공사를 마친 건설사들이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하고 심한 경우 부도에 이르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잔금대출을 내준 금융사가 손실을 떠안게 된다. 금융사는 대출 부실로 더 많은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고 건설사가 도산할 경우엔 채권을 상각하며 손실을 부담하게 된다. 공사가 진행 중인 사업장도 영향을 받는다. 준공 후에도 미분양이 날 것을 우려해 금융사에서 잔금대출 고삐를 죄고, 대출이 나오더라도 종전보다 더 높은 금리를 부과하기 때문에 건설사 부담이 커진다.

중도금 집단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새마을금고의 경우 건설사들이 이처럼 위기에 몰리자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예금 특판에 나선 대구 지역 금고 중에는 지난해 말 기준 유동성비율이 100%를 밑도는 금고가 24곳에 달했다. 유동성비율은 금융사가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잔존 만기 3개월 이하)을 같은 기간 내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잔존 만기 3개월 이하)로 나눈 값으로, 새마을금고엔 규제가 아직 미도입되고 있으나 저축은행 같은 경우는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대구 지역 일부 금고들은 부동산 대출 부실로 손실이 확대되고, 예금 이탈이 일어날 경우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고금리 예금 상품을 내세워 자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고들은 확보한 예금으로 다시 대출에 나서 생긴 수익으로 대손충당금을 더 쌓을 가능성도 있다. 올해 1월 말 새마을금고의 기업 대출 잔액은 11조424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7.1% 증가했다. 중소기업 등 기업 대출을 통해 이익을 내면서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큰고개새마을금고의 경우 순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3.32%로 행정안전부 규제 기준인 4%를 하회했다. 순자본비율은 순자본을 총자산과 대손충당금을 더한 뒤 부실채권금액을 뺀 값으로 나누어 구한다.

이런 가운데 대구 지역 금고들은 다인건설 문제로도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경영진이 사기·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다인건설은 대구와 경남 양산 지역 오피스텔 건설 관련 4년째 공사를 중단한 상태다. 다인건설에 총 2300억원가량의 집단대출을 집행한 대구 지역 금고 12곳 중 9곳(신천·큰고개·대현 등)이 현재 연 5% 이상의 정기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대구 지역 금고 불안에 대해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고객들의 예금이 떼일 일은 없다는 입장이다. 중앙회 관계자는 “개별 금고가 지급불능에 처하더라도 중앙회 차원에서 단기 인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월 말 기준 상환준비금을 13조1103억원 쌓아두고 있고, 개별 금고가 파산하더라도 중앙회가 5천만원까지는 예금을 보호해줄 뿐 아니라 중앙회가 파산 금고와 우량 금고의 합병을 지원해 예금 전액을 보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중앙회가 이 같은 목적을 위해 적립한 예금자보호준비금은 2조3857억원이다. 연 5% 대 금리에 대해서도 “지난해 고금리 시기에 판매된 예금의 만기 재예치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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