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 '산노을' 부른 '미성'…테너 신영조 교수 별세

이충원 2023. 4. 1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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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C(3옥타브 도)를 넘나드는 고음의 미성으로 박인수(1938∼2023), 엄정행과 함께 '한국의 3대 테너'로 꼽힌 신영조(辛英朝) 한양대 성악과 명예교수가 14일 오후 7시께 경기도 수원 자택에서 뇌경색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월간조선이 2000년 작곡가·성악가 100명을 대상으로 '우리 가곡을 잘 부르는' 성악가를 뽑았을 때 바리톤 오현명(1924∼2009), 테너 엄정행, 소프라노 이규도·조수미와 함께 신영조가 뽑혔고, 여러 명이 "'산노을'이라는 노래를 신영조 스타일로 만들 만큼 잘 소화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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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정년퇴임 당시의 고인 [촬영 황철환]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High-C(3옥타브 도)를 넘나드는 고음의 미성으로 박인수(1938∼2023), 엄정행과 함께 '한국의 3대 테너'로 꼽힌 신영조(辛英朝) 한양대 성악과 명예교수가 14일 오후 7시께 경기도 수원 자택에서 뇌경색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고인은 2001년 뇌경색으로 쓰러졌다가 2005년 재기 독창회를 열고 다시 무대에 섰지만 2009년 정년퇴직 후인 2010년 다시 뇌경색을 일으켰다. 향년 80세.

1943년 9월 경남 창녕에서 태어난 고인은 중고교에서 야구를 하다 장충고 시절 부상을 당했다. 이 때 병상에서 라디오로 들은 클래식에 빠져 성악가의 길을 걸었다. 1963년 한양대 성악과에 입학했지만 고음이 올라가지 않아 군에 입대한 2년간 노래를 중단한 적이 있다. 2009년 한겨레신문과 인터뷰에선 "테너면 기본적으로 A음이 나와야 하는데 아무리 악을 써도 이게 안 나. (입대 후) 줄담배를 피웠는데 어느날 전방 보초를 서다 말고 노래를 불렀더니 A음도 나오고, B#도, High-C도 나오더라"며 "몸을 혹사시킬 땐 안 나오던 소리가 군대 가서 2년 쉬어서 나온 거죠. 사람은 누구에게나 때가 있어요. 안 된다고 좌절하지 말고 그 상황에서 벗어나 자신을 다스리는 거, 그게 중요해요"라고 했다.

대학 졸업 후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6년간 유학했고,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 극장 독창 오디션에 합격하는 등 두각을 드러냈다. 1975년 귀국 직후부터 모교 강단에 서 2009년 2월 정년퇴직할 때까지 34년간 테너 김우경 등 400여명의 제자를 길러냈다. 1991∼2006년 국내 최초 성악 부문 단독 음악캠프인 '신영조 여름 음악학교'를 운영했다. 1976∼1995년 국립오페라단 단원으로 활동했다.

박인수, 엄정행과 함께 '한국의 원조 빅스리(Big3) 테너'로 불리며 1970∼1980년대 한국 가곡 붐을 이끌었다. 신영조는 미성이고, 엄정행은 카랑카랑했고, 박인수는 테너 중에서도 바리톤 쪽에 가까웠다. 박인수는 가수 이동원(1951∼2021)과 함께 부른 '향수', 엄정행은 가곡 '목련화'로 유명했고, 신영조는 작곡가 박판길(1929∼1998)이 경복고 음악교사 시절 제자 유경환(1936∼2007)의 시에 곡을 붙인 '산노을'을 잘 불렀다. 월간조선이 2000년 작곡가·성악가 100명을 대상으로 '우리 가곡을 잘 부르는' 성악가를 뽑았을 때 바리톤 오현명(1924∼2009), 테너 엄정행, 소프라노 이규도·조수미와 함께 신영조가 뽑혔고, 여러 명이 "'산노을'이라는 노래를 신영조 스타일로 만들 만큼 잘 소화한다"고 입을 모았다.

'MBC 가곡의 밤' 등 TV와 라디오에 자주 출연해서 '진달래꽃', '내마음', '초롱꽃', '기다리는 마음', '그리운 금강산' 등 가곡을 널리 알렸다.

월간음악 주최 '올해의 음악가상'(1983), 한국음악평론가협회 주최 '올해의 음악가상'(1996), '한국음악상'(1999), '백남학술상'(2002), MBC 가곡의 밤 '가곡공로상'(2008)을 받았다.

유족으론 부인 이순호씨와 사이에 3녀(신교진<음대 강사>·신명진<음악학원 원장>·신경진<음악학원 원장>)와 사위 문훈(페퍼저축은행 이사)씨 등이 있다. 빈소는 한양대병원 장례식장 5호실, 발인 17일 오전 6시. ☎ 02-2290-9455

2008년 제자 김우경(오른쪽)과 함께 한 고인 [촬영 유용석]

chung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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