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쏙:속]문건 유출, 용의자 체포…도감청 파문 일주일과 첩보전의 세계

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2023. 4. 15.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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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주말 뉴스쇼 [뉴스쏙:속]
■ 방송 : CBS 라디오 <주말 뉴스쇼> FM 98.1 (07:00~08:55)
■ 진행 : 조태임 앵커
■ 대담 : 정치부 김형준 기자, 경제부 박초롱 기자

◇ 조태임 > 김형준 기자 얘기를 들어 볼게요. 우리 김형준 기자를 부른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 한 주 가장 뜨거웠던 게 도감청 의혹이었잖아요. 일주일 내내 우리나라가 시끄러웠었는데 이제 어떻게 보면 미국 정보기관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맹국들을 도감청했던 사실이, 물론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의혹이 제기가 된 거고 그래서 문건 유출한 용의자가 체포되고, 그 일주일간의 과정이잖아요. 한번 정리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김형준 > 네, 미 법무부가 현지시간으로 13일에 브리핑을 했는데 미국 주방위공군 소속 일병인 잭 테세이라를 용의자로 특정해서 체포했다고 합니다. 폐쇄적인 채팅 커뮤니티에서 1월부터 유출되기 시작했다, 이런 잠정결론이 나온 것 같아요. 근데 폐쇄적 커뮤니티 특성상 이게 샜는지 아닌지도 모르고 있다가 지난 주에 나오게 된 거죠.

◇ 조태임 > 이미 1월부터 유출은 됐었는데 폐쇄적인 공간이었기 때문에 최근에 알려진 거군요.

◆ 김형준 > 맞습니다. 워싱턴포스트가 채팅 커뮤니티 사람들을 인터뷰한 기사를 보니까요, 2020년에 채팅방의 방장 'OG'라는 사람이 방을 개설했거든요? 이게 이번에 체포된 이 친구예요. 채팅방에는 초대를 받아서, 링크를 받거나 해야 들어갈 수 있는데 거기서 만난 자기보다 어린 동생들 상대로, 기밀문건을 프린트를 해서 집으로 가져와 가지고는, '세상이 돌아가는 게 이렇다, 정부가 숨기는 게 굉장히 많다, 너네가 아는 게 다가 아니다', 이런 식으로 얘길 했었대요. 그래서 굉장히 인기가 좋았다, 그렇게 워싱턴포스트에서 보도하고 있습니다.

◇ 조태임 > 아니, 이렇게 중요한 기밀문건이 본인을 과시하기 위해서 쓰였다는 게 너무 황당하지 않아요?

◆ 김형준 > 네,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 같은 경우 공익을 위해서 폭로했다고 본인은 주장하고 있거든요. 이번 사건 경우엔 그런 건 아니고요, 공익을 위해서 폭로했다기보다는 자기 과시, 영웅심 이런 심리로 분석이 되고 있습니다.

◇ 조태임 > 미 법무부는 지금 어떻게 유출됐는지 수사를 하고 있는 거죠?

◆ 김형준 > 네네, 위조든지 뭐든지 이 문건이 언제, 어떻게 유출됐느냐를 집중 수사하고 있고 국방부는 그거랑은 별개 문제로 이런 기밀들이 어떻게 이렇게 다뤄질 수가 있느냐, 국방부도 조사를 하고 있고요. 한편으로는 이 체포된 일병이 정보 계통 업무에 종사를 하고 있어서 이렇게 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잘 생각해보면 기밀 유출 용의자를 체포했다는 거는, 다른 말로 바꿔서 최소한 일부는 진짜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 조태임 > 근데 이제 우리 입장에서도 봐야 하잖아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도감청 의혹 터지니까 사실 좀 우리 정부 입장에선 난감할 거 같아요. 또 왜 우리 정부는 저자세로 나오는 거냐, 이런 비판도 나오고 있고요.

◆ 김형준 > 그 전에 제가 한 가지 짚고 얘기할 게 있는데, 오늘 이 말씀을 많이 드릴 거 같아요. 첩보전은 원래 어느 나라나 하는 거고요, 안 걸리면 장땡입니다.

◇ 조태임 > 미국만 하는 게 아니라 다 하는 거다.

◆ 김형준 > 네, 우리나라도 포함해서 전부 다 합니다. 안 걸리는 게 선이고 걸리는 게 악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그런 공공연한 비밀이라지만, 미국은 도감청을 했다는 게 알려지고, 우리는 당했다는 게 알려졌으니까 서로 난감한 상황인 거죠.

특히 작년에 윤석열 정부 취임하고 나서 한미동맹의 강화 또는 복원, 이런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거든요. 그리고 올해는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그러니까 동맹조약이 체결된 지 70주년이 되는 해예요. 동맹 70주년 이런 식으로 대대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성과도 홍보하고, 곧 한미정상회담도 있고.

미국 정부의 기밀문건을 온라인에 유출한 혐의를 받는 공군 매사추세츠주 방위군 소속 일병 잭 테세이라(21)가 13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 노스다이튼 자택에서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게 체포되고 있다. 연합뉴스


◇ 조태임 > 국빈방미 하는 건 12년 만이라고 하잖아요.

◆ 김형준 > 굉장히 오랜만에 있는 일입니다. 그러려던 참에 이런 사건이 터진 거죠. 아주 심각한 외교문제까지는 안 될 거 같긴 하지만 문제는 국내 여론인데, 우리가 이렇게 당했다 하는 거니까. 원래 외치라는 게 내치의 연장입니다, 항상. 국내 여론이 안 좋으면 외치에도 탄력을 받기 어려워요, 사실은.

그리고 또 이유랑 방법을 떠나서 일단 보안사고가 났고, 대통령실이 집권 초기부터 종로에 있던 청와대를 용산 대통령실 청사, 그러니까 국방부가 있던 청사로 이전하지 않았습니까. 섣불리 이전했다 그리고 섣불리 이전해서 이렇게 된 것 아니냐, 라고 더불어민주당이 지금 공격하고 있거든요. 전체적으로는 총력 방어에 나서는 모양새인데, 대통령실 입장문에 보면 실제로 이런 내용이 있어요.

"더불어민주당은 진위 여부를 가릴 생각도 없이, '용산 대통령실 이전'으로 도감청이 이뤄졌다는 식의 허위 네거티브 의혹을 제기해 국민을 선동하기에 급급합니다. 이는 북한의 끊임 없는 도발과 핵 위협 속에서 한미동맹을 흔드는 '자해행위'이자 '국익침해 행위'입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현지시간으로 13일, 정부 고위 당국자가 워싱턴 DC에 있는 미국대사관에서 기자들과 만나서 조금 이야기를 했는데요,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상대방, 그러니까 미국 쪽 상대방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굉장히 곤혹스러워했고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라고.

◇ 조태임 > 미국에서 미안해하더라, 뭐 이런 뉘앙스?

◆ 김형준 > 네네, 공식적으론 아니지만 비공식적으로 이렇게 얘기했다는 거겠죠. 최선을 다해 중간중간에 상황 공유를 하겠다고 했고, 동맹으로서 자기들이 큰 누를 범한 것 같은데 오해가 없길 바란다는 성의 있는 말을 해 왔다, 이렇게 기자들에게 말했습니다.

◇ 조태임 > 국내 여론이 안 좋으니까.

◆ 박초롱 > 근데 상황을 자세히 조사하겠다는 건 당연한 이야기고 사실 미안한 기색이라는 거는 공식적이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좀 드는데요.

◆ 김형준 > 그런 생각도 들 수밖에 없죠. 그래서 이게 뭔 말이냐고 사실 기자들이 캐물었거든요? 그랬더니 하는 얘기가 이 사건 때문에 어쨌든 우리 정부가 의혹이랑 비판을 받게 된 상황이고, 또 동맹 관계가 훼손될 수 있는 오해가 난무한다든지, 또 곧 방미가 있잖아요? 정상회담에서 성공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대통령을 모셔오겠다고 국빈으로 모셔놨는데 한국에서 이런 얘기가 나오니까 그게 곤혹스럽다, 다만 그러면서도 문건 내용이 진짜인지 아닌지인지는 자기들도 확정 못하고 있다, 이렇게 추가적으로 설명을 했습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밀 문건 온라인 유출 의혹에 관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조태임 > 그런데 사실 이번에 궁금한 건 문건이 허위인지 이런 것보다 실제 도감청이 이뤄졌느냐잖아요.

◆ 김형준 > 며칠 전 백악관 브리핑에서 나온 얘길 전해드리자면요, 현지시간으로 10일,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존 커비 전략소통조정관의 브리핑에서 '이번에 유출된 문서가 일부 조작됐다, 일부 사례의 경우 우리가 생각하는 원래 소스에서 내용이 변경된 게 있다', 이렇게 언급을 했는데 그 다음이 문제입니다. '조작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문건', 영어로는 don't immediately appear to be doctored. 이렇게 얘기를 했거든요. 바꿔서 얘기하면 일부는 진짜일 수도 있다는 얘기거든요?

그리고 전부 다 가짜가 아니라고 해도, 진짜인 문건이 한두건만 있다고 칠게요. 그 한두건이 우리나라 것이면 어떡합니까? 그런데 우리는 11일 아침에 이종섭 국방부 장관하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전화통화 사실을 발표를 했어요. 국가안보실 김태효 1차장이 미국으로 출국하는 길에 "공개된 정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물론 상당수라고 했지 다라고는 안 했습니다.

◇ 조태임 > 그거 약간 말장난 같은데.

◆ 김형준 > 다음 날 새벽에 김태효 1차장이 워싱턴 DC 공항에 내려서 한 얘기가 "이 문제는 많은 부분 제3자가 개입돼 있기 때문에" 라고 하다가,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가지고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얘길 하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제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첩보 활동에는 선의랑 악의가 없습니다. 걸리면 악이고 안 걸리면 선입니다. 그리고 사실 첩보 활동을 하는 이유가 상대가 어떤 생각을 속으로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거잖아요. 상대의 생각을 먼저 첩보 활동을 해서 알고 나야 선의든 악의든 생기든지 말든지 하죠. 처음부터 논리적으로 안 맞는 얘기라는 거예요.

아까 제가 주미대사관에서 기자들과 만났다는 고위 당국자가 이 발언에 대해서 해명을 요구하니까, "의도와 다르게 보도가 됐다" 이렇게 얘길 하더라고요.

◇ 조태임 > 한 말이 그대로 보도됐던 걸로 기억하는데?

◆ 김형준 > 맞습니다. 한 말이 그대로 보도됐는데,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말하면서, '악의적이라고 해석될 수 있는 행동을 미국이 안 한 것 같다'는 뜻이라면서, '다른 나라에 대해서 정보 활동을 할 개연성은 어느 나라나 있고 우리도 안 한다고 보장을 못한다'고. (우리나라도 정보 활동을) 한단 얘기죠.

◆ 박초롱 >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 김형준 > '현재까지 미국이 우리한테 일부러 골탕을 먹이려고 악의적으로 한 건 아니다', 이런 뜻으로 해석이 돼요. 또 '미국이 우리에게 도감청을 했다고 확정할 만한 단서가 없다'면서, '유출 문건이 사실관계와 다른 부분이 많고 시간도 꽤 흘러서 현재 한미관계와 관계가 없다'고 얘기하거든요.

그런데 잘 생각해 보세요. 사실은 문건이 허위인지 아닌지 여부랑 도감청을 실제로 했는지 아닌지 여부는 별로 상관이 없어요, 논리적으로. 다만 문건이 만약에 진짜라면요, 그 문건이 도감청이 실제로 이뤄졌다는 증거가 될 수 있을 뿐이죠.

정보기관에 계셨던 분들을 상대로 제가 몇 분을 취재해 봤거든요. 그랬더니 그 분들 하는 얘기가 개인 의견을 전제로 하긴 했는데, '문건을 보니까 그 중에 일부가 위조됐을 가능성은 있다.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이게 만듦새가 상당히 뛰어나다.' 그러니까 이거 가짜를 만들려고 해도 처음부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아니라 이걸 만들 때 참조할 진짜 문건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상당수가 위조됐다, 그래, 그럴 수도 있는데, 그러면 이걸 만들려면 진짜 문건이 필요한데 이건 어떻게 된 거냐? 유출됐을 수 있다. 그러니까 진실은 미국만 알고 아직 모른다는 거예요. 진짜가 유출됐을 수 있다는 거예요, 이거는.

◇ 조태임 > 우리가 가장 궁금해한 게 도감청을 했냐, 그것과 그렇게 해서 진짜 문서가 만들어졌느냐 이건데 정부는 계속 상당수 뭐 이런 표현, 위조 변조 이런 다른 표현을 쓰면서 좀 헷갈리게 하는 것 같아요.

◆ 박초롱 > 진짜냐 가짜냐도 중요하고, 말씀하신 대로 도감청이 진짜로 있었느냐… 사실 외교부 출입하면 외교문서라는 것이 당시에는 기밀로 유지가 되다가 10년, 20년 지나서 기자들한테 공유가 돼서 그게 기사화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근데 그런 걸 보면 정말 별 것 아닌 것까지 다 보고하잖아요.

저는 이 뉴스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 우리나라로서는 지금 당장 해야 될 게 진짜로 그게 유출이 됐는지, 도감청이 진짜 있었는지, 일단은 진위 여부를 빨리 밝히고, 그리고 나서 유출된 정보가 어느 수준의 것인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빨리 설명해야 하는데, 지금 뭐 너무 혼재해 있잖아요. 진짜냐 아니냐, 뭐가 중요하냐, 상당수냐 뭐냐, 이러니까 국민들이 답답해하고 있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듭니다.

◆ 김형준 > 헷갈리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그러시겠죠. 이거 듣는 청취자 분들도 마찬가지이실 겁니다, 사실은.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입수한 해당 문건의 한국 관련 내용

◇ 조태임 > 그리고 이번에 도감청 기사들이 나오면서 시긴트? 휴민트? 도감청 방법도 여러 방법들이 나오더라고요. 어떤 것들이 있는 거예요?

◆ 김형준 > 이번에 유출된 문건의 맨 위에 보면 'SI-Gamma'라고 표시가 돼 있거든요. SI라는 게 Special Intelligence, 특수정보를 말합니다. 첩보랑 정보의 차이를 좀 알아야 되는데, 우리가 어떤 정보를 생산할 때는 사실관계의 한 조각인 '첩보'를 먼저 수집을 합니다. 예를 들어서 첩보의 예가, 대화 내용이라든가 사진이나 전언이라던가, 이런 걸 첩보라고 하거든요. 그것들을 퍼즐조각처럼 조금씩 이어맞춰요. 그 다음에 분석하고 평가를 거쳐서 이게 사실이냐 아니냐, 이 첩보에 의해서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냐, 이런 식으로 만든 게 '정보'예요. 둘이 다릅니다, 사실은.

◇ 조태임 > 우리 기사 취재하는 거랑 비슷하네요. 제보받아서 취재해 보고 아 이게 맞다, 싶으면 기사화하는 거잖아요.

◆ 김형준 > 네, 그래서 실제로 정보기관 계시는 분들이, 이건 뭐 사이드로 빠지는 얘기지만, 기자들이 하는 일이랑 자기들이 하는 일이랑 비슷한 점이 많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실제로.

◇ 조태임 > 어쨌든 여러 첩보를 모아서 정보를 만드는 거다.

◆ 김형준 > 네, 근데 특수정보라는 게 뭐냐? '적에게 누설될 경우 작전이나 정보 활동에 치명적인 위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어 그 출처와 내용이 은폐된 정보'를 얘기합니다. 이런 속성의 첩보랑 정보의 대표적인 예가 시긴트랑 휴민트인데요. 다 해당되는 건 아니지만 예를 들어서 설명해 드리자면 시긴트는 Signal Intelligence, 신호정보를 말하거든요. 즉 전자적으로 오고가는 신호를 낚아채는 건데 쉽게 말해서 통신 또는 실제 대화를 도청하는 겁니다. 대화를 엿듣는 거예요. 요즘에는 휴대전화로 워낙 통신을 많이 하니까 문자메시지나 이미지, 동영상, 데이터 통신이 발달해서 이걸 해킹해서 빼오는 것도 포함됩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누군가가 어떤 통신망을 엿듣고 있다는 걸 알아요. 그러면 당연히 그 통신망을 바꾸겠죠?

휴민트는 Human Intelligence, 인간정보거든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이 도둑, 매춘부, 스파이거든요. 스파이가 휴민트입니다. 혹은 스파이가 직접 침투하는 방법도 있는데 내부에 포섭을 하는 방법도 있어요. 그렇게 해서 관련 내용을 어떻게든 훔쳐냈거나.

대통령실 해명은 일단 '도감청은 없었다'는 것이거든요? 왜냐, 용산에 있는 국방부 청사는 원래 군사시설이었고 대통령실이 들어서면서 더 강력하게, 최첨단 보안시스템을 갖췄다, 이런 얘긴데, 설사 이게 다 맞다고 칠게요. 그래도 휴민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거예요.

왜냐면요, 시긴트는 어떤 통신 채널을 바꿔도 기술에 달린 거잖아요, 사실은. 기술이 우리 쪽이 훨씬 뛰어나면 언젠가는 다시 획득할 수도 있어요. 근데 휴민트 같은 경우엔 수년, 길면 수십년까지 투자해서 한 사람을 정보자산으로 키워내거든요. 이 사람이 제거가 되면 수십년간 공들인 게 말짱 황이 됩니다.

그래서 첩보를 종합해서 정보를 만들 때도 이 첩보의 출처에 대해서, 만약에 휴민트가 관련돼 있다면 이 휴민트를 아예 언급을 안 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또 어차피 첩보에서 정보가 될 때 교차검증을 해야 되거든요? 그러니까 휴민트, 시긴트, 혹은 뭐 영상정보 IMINT 이런 것까지 같이 조립해서 하는 경우도 많아요. 이번에도 이럴 가능성을 배제하기가 어려운 겁니다.

◇ 조태임 > 이거 들으니까 너무 재밌는데, 몰랐던 얘기들이어서. 앞서 김형준 기자가 도감청 사실 미국뿐 아니라 다 하고 있다 이랬는데 어느 정도로 만연한 건지. 그리고 저는 이번에 의아했던 게 동맹국에 대한 도감청을 했다는 게 또 문제가 된 거잖아요. 동맹국에 대해서도 하는지 궁금해요.

◆ 김형준 > 애초에 저는 동맹국하고 적국을 가릴 필요 자체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우리도 합니다. 통신을 엿듣든지 스파이를 침투시키든지 위성으로 몰래 찍든지 알아서 하고요, 안 걸리면 장땡입니다. 김태효 차장이 선의와 악의의 문제를 얘기하는데, 아까 말씀드렸듯이 첩보전에선 안 걸리고 뚫으면 선이고요, 걸리거나 못 뚫으면 그게 악입니다.

외국에서는 아예 대사관에 나가서 대놓고 첩보활동을 하는 사람이 있어요. 이걸 그쪽 용어로 화이트 요원이라고 하거든요. 정보기관원, 우리나라 같으면 국가정보원 직원이나 혹은 현역 군인을 외국 대사관에 보내는데 영사, 서기관, 가장 흔한 예로 국방무관, 이건 현역 군인일 경우에. 적당한 직함을 줘서 보내요.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에 보면 박해수 씨가 처음 등장할 때 명함을 내밀거든요? 그 명함을 잘 보면 미국대사관 1등 서기관이라고 돼 있어요. 대신에 이 사람들은 애초에 그 나라에서 이 사람은 스파이다, 알아요. 그래서 철저하게 감시를 받거든요. 적당히 하라는 얘기예요. 반면에 이런 장점이 있는데, 첩보활동을 하다가 걸려도 외교관은 면책특권이 적용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쫓겨나고 끝납니다.

반면에 신분을 아예 엉뚱한 다른 걸로 위장해서 들어가는 건 블랙 요원이라고 하거든요. 블랙은 해당 나라에 잡히면 감옥에 평생 지내거나 사형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경우가 있어요. 이쪽에서도 블랙을 잡고 저쪽에서도 블랙을 잡으면 서로 블랙을 물밑에서 몰래 교환하는 경우도 있어요.

◇ 조태임 > 이런 얘기는 진짜 처음 듣는 얘기예요.

◆ 김형준 > 실제 사례를 설명드리자면 일단 우리가 휴민트를 통해 미국에서 정보를 빼냈던 사례가 실제로 있어요. 1996년에 한국계 미 해군 정보장교였던 로버트 김이 우리 대사관의 국방무관 백동일 해군대령에게 미국의 기밀문건을 제공했다가 체포된 사례가 있습니다. 해당 국방무관이 정보사령부 출신이었는데, 이 사람은 외교적 기피인물, 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해서, 외교관은 언제든지 추방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바로 추방됐어요.

실제 미국에서 있었던 사례 중에 2001년에 미국 FBI 간부인 로버트 핸슨이 러시아 이중간첩을 20년 넘게 했었던 사실이 발각돼 잡혔는데 이 사람 지금도 감옥에 있습니다. 미국은 간첩에 대해 굉장히 가혹한 나라거든요? 그런데 그나마 로버트 김은 이 사람이 한국계고, 또 동맹국이라는 점이 좀 감안이 됐는지 7년 살다가 나왔습니다.

연합뉴스


◇ 조태임 > 이게 어떻게 보면 나라마다 다 이뤄지고 있는데 그 나라와의 긴장관계에 따라서도 또 대우가 다 다른 거네요.

◆ 김형준 > 네, 정말 그때그때 다 달라요. 그래서 정무적 판단이 많이 작용하고요. 또 2001년인가 2002년에 중국 장쩌민 국가주석이 미국 보잉사에다 주석 전용기를 주문한 적이 있었거든요. 여기서 도청장치가 나왔어요. 근데 이게 정식으로 발표한 게 아니라 외신의 보도를 통해서 나왔거든요. 장쩌민 주석은 당연히 화가 났겠죠. 그런데 의외로 흐지부지 넘어갔어요.

◇ 조태임 > 내부적으로 뭐가 있지 않았을까요?

◆ 김형준 > 그럴 거라고 생각됩니다. 아까 박초롱 기자가 말씀하셨듯이 몇십년 뒤에 이런 외교 기밀문건이 공개되거나 하면 그 때 알 수 있겠죠. 혹은 뭐 둘이서 물밑으로 뭔가 교환했거나 그랬을 수 있죠. 또 작년에 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이 얘길 했는데,

◇ 조태임 > 김병기 의원이 국정원 출신이죠.

◆ 김형준 > 네, 국정원에서 오래 근무했던 사람입니다.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관이 짓는 데 15년 걸렸대요. 왜 15년이 걸렸냐, 당연히 빨리 끝내고 싶죠. 근데 짓는 와중에 공사 자재나 시설 이런 데서 도청장치가 이상한 게 하도 많이 나와 가지고.

◇ 조태임 > 그렇게 어떻게 다 들이미는 거죠?

◆ 김형준 > 미국이 화가 나서 미국에서 모든 자재를 가져다가 다 다시 만들었대요. 그리고 미군이 전 세계에 주둔하지 않습니까. 전 세계에서 대통령도 다니고 국방장관도 다니고 하면서 작전을 하는데, 여기에 SCIF라는 시설을 만들어요. Sensitive Compartmented Information Facility라고 하거든요. 고도의 민감정보를 다루는 특수정보시설입니다. 근데 이 시설은 미국 회사만 지을 수 있어요. 한국에 주둔하는 SCIF 시설도 한국 회사가 못 지어요.

◇ 조태임 > 다른 나라를 못 믿는 거죠?

◆ 김형준 > 네, 보통은 그 나라에 주재하게 되면 그 나라 사람을 고용해서 군사시설 짓는 경우도 꽤 많거든요. 근데 이 SCIF라는 시설은 미국 회사만 할 수 있게 만들어 놨습니다.

◇ 조태임 > 도감청 매개로 협상력 높여야 한다는 국내 여론이 많잖아요. 실제로 그렇게 될까요? 그리고 뭐 사과나 이런 것도 좀 비공개 과정에서는 받아내거나 그런 게 있을까요?

◆ 김형준 > 보통은 그렇게 합니다. 보통은요. 이번에도 대체적으로 전문가 분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다만 다른 나라가 어떻게 하는지도 조금 살펴볼 필요가 있거든요. 지금 프랑스와 이스라엘이 이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확인도 부인도 거부하고 있고요.

그런데 같이 알아둬야 되는 게, 프랑스와 이스라엘에 관련된 문건의 내용은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들이예요. 무슨 내용이냐면 프랑스는 자기네 특수부대가 우크라이나에 가서 작전을 벌이고 있다는 내용이고요, 이스라엘 같은 경우 더 심각한데 국외첩보기관 모사드가 국내정치 개입을 시도한다는 얘기거든요. 근데 우린 그 정도 내용이 아니예요. 대화에 나오는 김성한 실장이나 이문희 외교비서관의 내용은 우리 정부 내부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거든요. 이게 뭐 문제될 것까진 없어요.

또 하나가 미국은 워낙 힘센 나라고, 우리가 미국의 70년 된 동맹이라는 점도 고려를 안 할 수는 없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그 고위 당국자가 하는 얘기가 미국 쪽 상대방들이 '누를 끼쳤다', 이렇게 말하면서 굉장히 미안해했다고 얘기했다는데, 그렇게 되면 또 우리가 공개적으로 항의를 하기가 좀 어려워지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드는데 물밑에서는 뭔 얘길 못하겠어요.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이 분은 군인 출신이고 현역에 있을 때 미국통이었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근데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우리가 취하는 태도에 달려 있는데, 큰 이슈지만 동맹 이미지를 생각해서 조용히 넘어가는 게 바람직하다. 프랑스와 이스라엘을 보면 '가짜 뉴스'다, 아니라고 부인을 하지만 사실 비공개 항의를 했을 것 같고, 우리도 비공개로 강력하게 항의를 하되 외형적으로는 '강한 동맹'의 분위기를 보호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 같은 경우, 며칠 전 여기 뉴스쇼에 나오셨었죠? 이 분은 한미정상회담하고 연관지으면 안 된다고 얘기합니다. 이유가 아까 전인범 사령관하고 조금 다르긴 한데 정상회담은 국익을 포괄적으로 논하는 자리인데 의제가 막 섞여 버리면요, 미국은 아무래도 힘센 나라니까 우리나라에 대해서 쓸 수 있는 카드가 굉장히 많단 말이예요. 오히려 우리가 불리해질 수 있다,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 조태임 > 혹시 전직 외교부 출입했던 박초롱 기자는 오늘 방송 들으면서 느낀 것 뭐 있어요?

◆ 박초롱 > 글쎄요, 저는 일단 의제가 너무 많이 섞여 있기 때문에 이걸 좀… 사실 이런 의제가 나왔을 때 국민들이 불안해할 수밖에 없죠. 그걸 잠재우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데, 진위가 뭔지 그걸 밝힐 수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만약에 밝혀서 문제가 있었다, 우리나라가 국익에 손실을 입었다고 하면 책임지고 거기에 대해서 어떤 책임 있는 자세가 좀 필요할 거라고 봅니다.

◇ 조태임 > 오늘 설명을 들어 보니까 국민 감정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거 같아요. 미국이라는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어쨌든 국내 여론도 잘 다스리면서 미국과의 관계도 잘 할 수 있는 묘책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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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redpoin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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