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개화에 꽃샘추위까지…중부지역 농작물 저온피해 심각

최상구 2023. 4. 14.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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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활짝 폈지만 씨방이 모두 까맣게 얼어 죽었어요. 올해 배농사는 끝난 것 같습니다."

경기 안성과 이천 지역을 중심으로 배·복숭아 등 과수 저온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9일 이천에서 만난 최수회씨(65·장호원읍 이황리)는 "활짝 핀 배꽃에 암술이 올라와야 수분이 돼서 열매를 맺지만 저온피해로 씨방이 검게 변해 암술이 올라온 꽃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아산 지역도 최근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배꽃 저온피해가 속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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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이천 과수농가 절반 신고
배꽃 암술 없고 씨방 검게 변해
괴산도 옥수수 등 언피해 속출
“이상기후 대응 힘써보지만 한계
피해 잦은 지역 정부지원 필요”
박성민 경기동부원예농협 계장(왼쪽부터)과 배농가 최수회·이선규씨 등이 저온피해를 본 배꽃을 살펴보고 있다. 원 안은 저온으로 암술 없이 씨방이 까맣게 변한 배꽃.

“꽃은 활짝 폈지만 씨방이 모두 까맣게 얼어 죽었어요. 올해 배농사는 끝난 것 같습니다.”

경기 안성과 이천 지역을 중심으로 배·복숭아 등 과수 저온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3월27일과 이달 8·9일 새벽과 아침 기온이 영하 2∼5℃까지 떨어지면서 배와 복숭아꽃에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 이들 지역에는 올봄 때 이른 이상고온으로 과수 꽃 피는 시기가 예년보다 7∼10일 앞당겨진 상태에서 기습적인 꽃샘추위가 반복돼 피해규모가 커지는 양상이다.

안성시와 이천시에 따르면 9일 기준 안성지역은 213농가에 245㏊, 이천지역은 100여농가에 57㏊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농가수로 따지면 두 지역 모두 절반에 가까운 농가들이 피해를 본 셈이다.

9일 이천에서 만난 최수회씨(65·장호원읍 이황리)는 “활짝 핀 배꽃에 암술이 올라와야 수분이 돼서 열매를 맺지만 저온피해로 씨방이 검게 변해 암술이 올라온 꽃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씨가 활짝 핀 배꽃을 꺾어 꽃잎을 따자 암술은 없고 까맣게 죽은 씨방만 드러났다.

복숭아농가도 저온피해에 울상이다. 이형우씨(66·설성면 장천리)는 “조생종 복숭아는 꽃이 그대로 달려 있어 겉으로 피해 여부를 판단할 수 없지만 만생종인 <천중도>에서 꽃이 말라 떨어지는 피해가 나타난다”고 밝혔다. 이씨는 “조생종도 꽃은 멀쩡하지만 저온피해로 기형과나 비상품과 비율이 아주 높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상덕 경기동부원예농협 상무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안성·이천 지역 이외에 양평·여주 등에서도 저온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안성시와 이천시 관계자는 “꽃샘추위가 계속돼 농가들의 피해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농가들은 저온피해를 줄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안성의 배농가 홍승환씨(68·대덕면 소현리)는 “배꽃이 피기 시작한 3월말부터 피해를 막기 위해 방상팬을 돌리며 거의 매일 뜬눈으로 밤을 새우지만 역부족”이라며 허탈해했다.

송성호 경기도농업기술원 원예기술팀장은 “얼어 죽은 꽃은 되살릴 수 없다”면서 “늦게 피는 꽃 위주로 정밀하게 인공수분을 반복하고 적과 시기를 늦춰 착과수를 되도록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충북 괴산 불정면 지장리 담배밭에서 정이양씨(왼쪽)와 도완기씨가 언피해를 입은 담배를 살피고 있다.
저온피해로 죽어버린 충북 괴산군 불정면의 옥수수.

충청권도 저온피해를 비켜가지 못했다. 충북 괴산 불정면 지장리에서 담배를 키우는 정이양씨(68)는  “담배는 추위에 강한 작물인데 7만9338㎡(2만4000평) 밭 전체가 언피해를 입은건 농사 시작하고 50년만에 처음”이라며 “내일과 모레 또 영하의 추위가 또 온다는데 피해가 더 심해지면 담배를 다시 심어야 할 상황도 올 수 있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언피해로 생육이 늦어지면 7월 수확이 차질을 빚을게 뻔해 올해 콩 이모작은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우려했다.

인근에서 옥수수와 감자를 심은 농가도 심각한 언피해를 호소했다. 3966㎡(1200평) 규모의 밭에 옥수수를 심은 이춘수씨(66·목도리)는 “4월초 심은 옥수수가 3일 연속 이어진 영하의 날씨에 모두 누렇게 죽어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할 지 암담하다”며 장탄식을 했다. 

감자 농사를 짓는 정삼헌씨(64·목도리)도 “두 차례의 언피해로 심은지 한달이 다 된 감자가 제대로 자라질 못하고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며 “한번 언피해를 입은 감자는 알이 작아지고 상품성이 크게 떨어져 올해 농사는 적자를 면치 못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충남 천안·아산 지역도 최근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배꽃 언피해가 속출했다. 천안에서 배 농사를 짓는 지진태씨(47·성환읍 율금리)는 8일 새벽 꽃샘추위가 닥치면서 저지대에 있는 배밭 위주로 언피해가 발생했다. 지씨는 “8~9일경 배꽃 개화가 70~80%된 상태에서 기온이 영하 3~4℃까지 떨어지면서 1·2번과 암술이 많이 죽었다”며 “특히 저지대는 차가운 공기가 오래 머무르는 탓에 피해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박상학씨(70·아산시 음봉면 쌍룡리)도 “3월29~30일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고 4월8일에는 서리까지 하얗게 왔다”며 “방상팬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밭은 피해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방상팬이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가격이 1개당 750만원 정도로 너무 비싼 게 문제”라며 “언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농가에 정부가 신경써서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산원예농협에 따르면 11일까지 언피해를 봤다며 신고한 건수가 40건에 달했다. 지난해 35건에 비해 5건 가량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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