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기지 근무자가 미국 기밀 유출…채팅방 동생들 '현실 교육' 자료"

세계 각국을 경악하게 한 미국 기밀 유출의 용의자가 군부대에 일하는 20대 초중반 남성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기밀이 유출된 디스코드 채팅방 회원들의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이같이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회원들이 지목한 유출자는 '서그 셰이커 센트럴'이라는 이름으로 2020년 개설된 채팅방의 방장 OG였습니다.

OG는 초대받은 회원들만 입장할 수 있는 이 채팅방에서 자신보다 어린 남성과 소년들을 상대로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가르쳐왔습니다.

이런 교육에 이용한 자료가 미국 정부가 수집해 비밀로 취급되는 정보였습니다.

교육의 골자는 정부가 공개하지 않은 사실이 많으며 세상은 그렇게 대중이 인식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굴러간다는 것이었습니다.

OG는 군기지에서 근무하며 집으로 기밀을 가져온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처음에는 기밀을 받아 적어 옮기는 형식으로 소개하다가 타자가 힘들 정도로 양이 많아지면 문건의 사진을 찍어 올리기도 했습니다.

러시아군 동향, 러시아에 대한 이집트의 무기판매 시도설, 러시아 용병단의 튀르키예 무기 구입 시도설 같은 문건이 그렇게 유출됐습니다.

우크라이나 전황을 보여주는 도표와 러시아 미사일에 훼손된 우크라이나 기간시설 사진, 중국 정찰풍선을 같은 높이에서 찍은 정찰기 사진,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북한 탄도 미사일의 궤적 등 이미지도 게시됐습니다.

회원들은 OG가 기밀이 채팅방 밖으로 유출되면 곤란해진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그의 이런 태도를 들어 OG가 2013년 미 국가안보국(NSA)의 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한 중앙정보국(CIA) 요원 출신 에드워드 스노든 같은 내부고발자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OG는 현재 용의자로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추적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회원들은 OG가 거주하는 주와 이름을 알고 있지만 FBI가 기밀의 출처를 찾는 수사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OG는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기밀유출 사실을 보도한 다음날 "일이 터졌다"며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나님께 기도했지만 이제 하나님의 손에 맡기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조용히 지내며 자신과 연결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지우라"는 당부를 회원들에게 남기고 연락을 끊은 상태입니다.

FBI의 용의자 추적뿐만 아니라 기밀이 유출된 기관인 미국 국방부도 자체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당국은 문건 사진 등 유출된 자료의 특성을 볼 때 해킹보다 비밀취급 인가를 받은 내부인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영아 기자youngah@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