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분씩 빨리 걷고 아령 150회들기… 운동 전 ‘벨트 마사지’로 혈액순환 도와[100세 시대 名士의 건강법]

박현수 기자 2023. 4. 1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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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세 시대 명사의 건강법 -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
공에 엉덩이·허리 대고 뒤로
5분 정도 누워 눈·귀 마사지
귀 주변 지압 청각 건강 유지
북한군 총탄 맞고도 구사일생
전두환 처삼촌 면담 거절 해직
재기성공…신한·외환은행장에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은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는데도 인터뷰에 전혀 지장이 없을정도로 청력이 건강했다. 비결은 귀 주변을 엄지 등 손가락을 이용해 마사지와 지압을 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박현수 기자 phs2000@munhwa.com

이용만(90) 전 재무부 장관은 한 편의 영화 같은 삶을 살아온 인물이다. 1933년 북한 땅인 강원 평강군에서 자수성가한 부농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김일성 정권이 들어서자 전 재산을 몰수당했다. 18세 때 6·25전쟁이 터진 후 가족들과 함께 산에 숨어 살다 9·28 서울수복 이후 국군이 북진해오자 국군이 조직한 학도대에 자원입대했다. 그러다 중공군의 개입으로 전세가 다시 밀려 혈혈단신 남쪽으로 내려와 대구에서 훈련을 마친 후 곧 전선에 투입됐다.

1951년 5월 춘천 가리산 전투에서 북한군의 총탄을 맞고 쓰러졌으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명예 제대했다. 전역하고 나니 갈 곳이 없었다. 북한에 있던 가족들은 폭탄을 맞아 모두 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한에서 유일한 혈육인 6촌 형의 도움으로 중앙우체국에서 일하며 서울 종로구 연지동에 한 평짜리 연탄 창고를 방으로 꾸며 살았다. 주경야독으로 성균관대 법대에 1년을 다니다 1955년 고려대 법대 행정학과에 편입했다.

대학졸업 후 1962년 내각 수반 통제관실 사무관 특채에 합격해 관계에 입문했다. 1966년 대통령 정무비서실로 파견을 나갔다. 당시 서봉균 정무수석은 그의 성실함에 탄복해 재무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길 때 이재국 이재2과장으로 발탁했다. 이어 이재국장, 기획관리실장, 재정차관보 등을 지냈다. 그러나 차관보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삼촌인 이규광의 면담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강제 해직당하는 불운을 겪었다. 약 2년간 실업자로 지내다 1982년 재무부 후배들의 권유로 중앙투자금융 사장을 맡아 재기에 성공했다. 1985년 당시 김만제 재무부 장관의 천거로 신한은행장에 취임한 이후 승승장구해 외환은행장, 은행감독원장을 거쳐 1991년 5월 재무부 장관에 취임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만난 이 전 장관은 나이에 비해 건강했다. 비결은 역시 운동이다. 그는 고교 시절 육상선수로 활동할 정도로 달리기를 잘했다. 신한은행 재직 시 직원 달리기 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1980년대부터 매일 8㎞를 달렸으나 지금은 의사 권유로 걷기로 바꿨다. 다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속도로 걷는다. 속보로 매일 걸으면 치매와 기억력 감퇴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헬스클럽 트레드밀(러닝머신)에서 시속 6㎞ 속도로 하루 20분씩 걷는다. 그리고 아령 들기 150회 등 근력 운동을 1시간 정도 한다.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이 사무실 쇼파를 이용해 목과 허리운동을 시범보이면서 귀 마사지를 하고 있다.

그는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는데도 인터뷰에 전혀 지장이 없었다. 자신만의 청력 건강법 덕분이다. 귀 건강법 설명에 귀가 솔깃했다. 비결은 바로 귀 주변을 엄지 등 손가락을 이용해 마사지와 지압을 해주는 것이다. 귀 주변으로 통하는 혈관을 자극해 혈액순환을 좋게 한다는 설명이다. 같은 원리로 눈 건강을 위해 눈 주변도 마사지와 지압을 해 준다.

특히 자신의 목 디스크 치료법을 설명해 흥미로웠다. 손과 팔이 저려서 침도 맞고 여기저기 병원에 다녔지만, 십수 년간 효과가 없었으나 이 운동을 한 결과 말끔히 나았다고 자랑했다. 목 디스크만이 아니라 척추 협착증 예방과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한 아름드리 공(짐볼)에 엉덩이와 허리를 대고 뒤로 젖혀서 5분 정도 누워 있는 것이다. 공이 없는 경우 공원에 있는 윗몸일으키기 기구를 이용하는 것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지난해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의 ‘명사의 건강법’ 인터뷰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척추와 다리통증 치료 효과를 봤다는 말이 떠올랐다.(문화일보 2022년 11월 24일 자 28면 참조) 더욱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이 자세에서 앞서 말한 귀와 눈 지압을 동시에 하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만난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이 사무실에 설치돼 있는 ‘벨트 마사지기’를 이용해 운동 시범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그만의 운동법은 ‘벨트 마사지’다. 사무실 한쪽 구석에 설치한 벨트 마사지기에서 시범을 보였다. 헬스클럽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구다. 다만 그만의 특별한 방식은 벨트와 허리가 맞닿는 지점에 수건을 단단하게 말아서 고정해 놓았다는 점이다. 허리와 척추에 좀 더 자극을 주기 위해서다. 5분 정도 한다. 허리만 하는 것이 아니고 허벅지와 다리로 벨트를 오르내리며 이동한다. 이 전 장관은 골프 등 운동을 하기 전에 스트레칭을 대신해 꼭 이 동작을 한다고 했다. 혈액순환에도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다리에 쥐가 나는 것을 막고, 연골을 자극해 노화할수록 키가 줄어드는 속도를 늦춰 준다고 그는 설명했다.

또 다른 건강법은 골프다. 1970년부터 시작해 구력이 50년 넘는 골프는 한창때 일주일 휴가를 내 매일 54홀을 즐겼을 정도로 마니아다. 지금도 코리아CC 운영위원장을 맡아 1주일에 1회 정도 골프장을 찾는다. 깊은 신앙심도 빼놓을 수 없다. 살아온 삶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믿고 있다. 신앙 간증을 위해 오는 6월 일본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현재 무궁화신탁 명예회장을 맡아 매일 오전 6시 30분에 출근해 7시 회의에 참석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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