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산업·농촌휴양단지 엔진으로… 밀양, 소멸위기 딛고 재도약[로컬인사이드]

박영수 기자 2023. 4. 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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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컬인사이드
나노산단, 100개 기업 입주 예정
연 1조 생산유발·4300명 유입
91만㎡ 휴양단지 내년 마무리
농산물 판매타운 운영 등 계획
경남 밀양시 부북면 제대리 일원에 조성 중인 ‘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 전경. 나노국가산단은 내년 상반기 완공예정이며 이곳에는 나노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입주할 예정이다. 밀양시청 제공

밀양=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

인구 10만 명인 경남 밀양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지난 2021년 정부가 지정한 전국 89개 소멸위기 지방자치단체에 포함되면서 밀양시의 고민은 깊어졌다. 인구유출과 소멸위기는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지자체들이 안고 있는 문제다. 미래산업을 육성하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어떻게 준비해 왔고 앞으로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소멸위기 지자체의 생존을 좌우하게 됐다. 그런 면에서 밀양시가 지난 10년간 절박함으로 준비하고 만들어낸 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와 대규모 휴양단지, 체류형 관광프로젝트 등 대응책은 소멸위기 극복과 재도약의 발판이 되고 있다.

밀양시는 경남 도내 8개 시(市) 지역 중에서 유일한 소멸위기 기초자치단체다. 농업 중심에다 인근 대도시와 사통팔달의 교통망으로 연결되면서 대구·부산·울산·창원으로 인구가 빠져나갔고 청년층은 수도권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밀양시 인구는 1991년 말 13만5999명을 기록한 후 지속해서 감소했다. 최근에도 매년 수백 명씩 떠나 2016년 10만8354명에서 지난해에는 10만2945명으로 10만 명 선이 무너질 위기에 놓여 있다.

고무적인 것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장착되고 귀농 인구도 늘면서 인구감소가 멈췄다는 점이다. 지난 10년간 준비해 온 사업들이 빛을 발하기 시작하면서 반등의 기회를 맞은 것으로 밀양시는 평가하고 있다.

◇약점이 강점으로=밀양의 새로운 ‘엔진’은 나노국가산단이다. 부북면 제대리 일원에 165만㎡(50만 평) 규모로 내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에는 전 산업에 활용되는 나노기술 연구와 관련 기업을 포함해 물류업체, 일반기업 등 100여 개 업체가 입주할 예정이다. 밀양시는 낙동강과 밀양댐, 인근에 신고리원전 등이 위치해 그 어떤 자치단체보다도 공업용수와 전력 공급이 안정적이라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인구유출의 약점으로 꼽힌 KTX 밀양역, 대구∼부산고속도로(부산 신항), 함양∼울산고속도로(2024년 말 완공 예정) 등 동서남북으로 연결된 교통망은 기업 입지의 최적지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삼양식품, 벤텍, 보광, CJ대한통운, 한국전력공사가 분양·입주계약을 체결해 현재 나노국가산단 분양률은 40%다. 시는 국가산단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7600여 명 고용에 연간 1조 원의 생산유발, 1600가구 4300명의 인구유입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쇠락해가는 농업을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화시킬 경남스마트팜혁신밸리도 지난해 말 밀양 삼랑진읍 일원에 준공해 운영에 들어갔다. 총 941억 원이 투입된 경남스마트팜혁신밸리는 22.1㏊ 규모로 청년창업보육센터, 임대형 스마트팜, 실증단지, 지원센터, 기숙사를 갖췄다. 스마트팜에 특화된 도내 청년농 육성과 미래 스마트농업 연구 및 기술 확산 거점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휴양단지를 농산물 판매 ‘아웃렛’으로=밀양시는 표충사와 얼음골로 이어지는 길목인 단장면 밀양강변에 91만㎡ 규모의 ‘농어촌관광휴양단지(가칭 선샤인밀양테마파크)’를 조성 중이다. 공공부문은 오는 5월 완공되며 민간부문인 호텔(100실)은 내년에 완공된다. 호텔이 완공되면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반려동물을 센터에 맡기고 호텔에 머물며 골프와 요가, 영남알프스를 둘러보는 산악관광을 즐길 수 있다.

주요 시설로는 테마공원, 국제웰니스토리타운(요가), 스포츠파크(야구장 4면·축구장 1면·풋살장 2면), 반려동물지원센터, 영남알프스 생태관광센터, 재약산 고산습지센터, 친환경 골프장(18홀), 호텔 등이다. 시는 휴양단지에 농축임산물 종합판매타운을 운영해 관광을 농산물 판매로 연결하겠다는 복안이다.

◇체류형 관광도시 밀양=올해를 ‘밀양 방문의 해’로 선포한 밀양시는 산림휴양관광을 위해 조성한 도래재자연휴양림, 국립밀양등산학교·인공암벽장, 밀양 아리랑 수목원 및 숲속야영장, 치유의 숲 활성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개장한 도래재자연휴양림을 중심으로 치유와 힐링을 선사하고 재약산과 천황산을 잇는 영남알프스를 뛰고 걷는 ‘트레일 밀양’ 스탬프 랠리로 수도권 젊은층의 방문을 늘릴 계획이다. 밀양의 외부 방문객은 뛰어난 자연환경과 접근성으로 2019년 1210만 명, 2020년 1300만 명, 2021년 1420만 명으로 코로나19에도 외부 방문객 증가율이 경남 도내에서 가장 높았다.

시는 오는 5월 18일부터 21일까지 밀양강과 영남루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밀양아리랑대축제와 연극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밀양공연예술축제(7월)’도 전국적인 축제로 브랜드화해 휴양과 재미, 볼거리가 가득한 체류형 관광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찾아온 기업인에 일일이 주요사업 PT… “인구 13만 도시로 거듭날 것”

■ 박일호 밀양시장

“밀양은 전국 소멸위기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가장 먼저 소멸위기에서 탈출하는 지자체가 될 것입니다.”

박일호 경남 밀양시장은 13일 “지난 10년간 설계했던 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와 전국 첫 농어촌관광휴양단지 등 주요 사업들이 준비돼 이들 사업이 활성화하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귀농·귀촌 인구도 늘어 12만∼13만 도시로 재도약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시장의 집무실에는 눈길을 사로잡는 물건이 하나 있다. 바로 책상 정면에 걸려 있는 88인치 대형 모니터다. 이 모니터에는 ‘밀양시 신경제지도’가 그려져 있는데, 그 위에 그가 추진 중인 90여 개 주요 사업이 일일이 표시돼 있다. 손가락으로 지도 위에 표시된 특정 사업을 터치하면 개요, 추진과정, 진행률, 완료 여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박 시장은 이 신경제지도를 활용해 방문한 기업인에게 밀양의 강점을 프레젠테이션하며 마음을 사로잡는다.

박 시장은 내년에 완공되는 나노국가산단이 밀양 경제의 틀을 크게 바꿔 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시장은 “나노기술은 나노미터에서 수백 나노미터 정도 크기의 구조나 물질을 적용해 일상생활에서부터 미래 산업에까지 활용되는 핵심 기술”이라며 “국가산단에 나노연구시설 등을 집적화해 경남의 주력산업인 조선·항공·방위산업을 고도화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와야 일자리가 생기고 일자리가 생겨야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지 않는다”며 “그래서 직원들과 기업유치에 사활을 걸며 뛰고 있고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교육시설과 청년주거단지도 새롭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맛있고 신선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에게는 판로를 개척해 주는 것이 시가 해야 할 역할”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완성 단계에 있는 농어촌휴양테마파크는 관광객에게는 청정 밀양에서의 휴양과 관광을 선물하고 농민에게는 신선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관광객들에게 소개하고 판매할 수 있는 장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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