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의 고장 '김해'…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떠나자

김세형 2023. 4. 1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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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는 사랑이 넘치는 도시다. 곳곳에 옛사람의 러브스토리가 숨어있다. 무엇보다 해 질 녘 노을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풍경은 새로운 사랑을 싹틔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싱숭생숭' 봄을 타는 이들에게 제격인 여행지다. 아름다운 스토리를 품고 있는 김해의 매력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선 모를 일이다. 가족과 함께라면 돈독한 가족애를, 친구와 함께라면 진한 우정을, 연인과 함께라면 본격적인 사랑의 첫 장을 쓰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봄이면 다양한 체험활동, 축제도 많아 심심할 틈이 없다. 김해는 한국관광공사가 2023-2024 한국관광100선에 이름을 올린 곳이다. 한국관광공사는 2012년부터 2년 주기로 한국인이라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을 발표하고 있다. 관광지에 대한 일반 평가와 지방자치단체 추천,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선정정한다. 김해의 경우 김수로왕의 러브스토리를 품고 있어 특별함을 더한다. 사랑을 하고 싶다면 서둘러 김해로 떠나자. 아름다운 인생을 즐기기에는 인생은 너무도 짧다.
◇가야테마파크의 가야왕궁 내 태극전에서는 금관가야와 김수로왕과 허황옥의 러브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 시공간 초월 스토리텔링 '가야테마파크'

여행의 시작은 가야테마파크가 제격이다. 김해를 상징하는 관광지인 동시에 김해가 품고 있는 러브스토리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아는 만큼 볼거리가 늘어나는 게 여행의 매력이다. 김해는 2000년 전 금관가야의 중심이 된 지역이다. 가야테마파크에서는 금관가야의 건국 설화부터 초대 왕인 김수로왕을 비롯해 다양한 역사 속 숨은 이야기를 눈과 귀로 배울 수 있는 곳이다. 배움의 공간으로 지루하겠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즐겁게 배우고, 다양한 체험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꾸며졌다.

가야 건국 설화는 아홉 마을의 우두머리가 구지봉에 올라 구지가를 부르니 하늘로부터 황금알이 내려오고 그중 가장 먼저 깨어나 수로라는 이름을 얻은 이가 6가야의 맹주로 활약하게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렇다. 수로라는 아이는 금관가야 시조인 김수로왕이다.

◇가야테마파크 입구 모습. 사진=김세형 기자

가야테마파크에 들어서면 '6가야의 황금알' 조형물과 거북이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설화의 시작이다. 철 기술이 발전했던 금관가야를 상징하는 철광산 가든을 중심으로 분수대와 정자, 나무가 있는 정원에는 커다란 거북이 석상과 등껍질을 버리고 도망가는 거북이가 보인다.

가야테마파크에서 가장 먼저 둘러볼 곳은 태극전이다. 김수로왕과 부인인 허황옥의 러브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허황옥은 금관가야에서 이역만리 떨어져 있던 인도 아유타국 공주다. 일종의 국제결혼이다. 오래전 생사의 고비를 넘기며 험한 바닷길을 건너온 이방인의 러브스토리는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태극전은 가야테마파크의 가야 왕궁 김수로 드라마 세트장으로 만들었던 가야 왕궁에 위치한다. 입구에 들어서면 보이는 2층 높이의 건축물이 태극전이다. 실내에 들어서면 AR 체험 전시와 가야유물을 볼 수 있다. 주말에는 왕과 왕비 옷을 입고 어좌에 앉아 사진을 찍는 체험도 할 수 있다고 하니 색다른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주말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태극전 뒤편에는 산책하기 좋은 연못 정원, 가야시대의 의복이 전시된 가락정전, 허황옥(허 왕후) 스토리관인 왕후전이 있다.

허 왕후 스토리관에선 인도 아유타국에서 가야까지 오게 된 허 왕후의 신행길을 거울의 방으로 만들어 놓았다. 낮에는 해풍을 따라가고 밤에는 별빛을 헤아리며 가야로 항해했던 허 왕후의 신행 코스처럼 어둠 속에 반짝이는 별빛으로 꾸며놓은 거울의 방을 걸어볼 수 있다.

김해는 철이 많이 생산되어 말 그대로 '쇠바다'로 불렸다. 삼한과 낙랑군, 대방군, 그리고 바다 건너 왜까지 수출하는 철의 왕국이었다. 철기를 다루는 능력이 뛰어났던 가야는 강력한 힘을 갖게 된다. 탄소를 집어넣는 제련법은 가야의 특별한 기술이었다. 역사학자들은 허황옥이 가야로 오기 전, 이미 철기문화의 교역을 통해 무역이 이루어지고 있었다고 추측하고 있다. 가야테마파크에서 철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대장간도 들러봐야 한다. 철광산 공연장 뒤에 가야민속마을이 있다. 가야역사를 주제로 그린 만화 전시, 가야의 철기문화 관련 전시를 보거나 민속체험을 하는 공간이다. 이밖에 열린 숲속 족욕장, 왕궁 피크닉, 가야마을, 가야 왕궁을 다녀보고, 도자기를 빚고, 국궁의 활도 직접 당겨보는 체험도 가능하다.

◇김수로왕 탄생 설화와 허 왕후의 사랑이야기를 화려한 색채와 음악, 입체 영상으로 표현한 넌버벌 퍼포먼스 '페인터즈 가야왕국'의 공연 모습. 사진=김세형 기자

금관가야의 러브스토리를 따라 걷다 보니 1~2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휴식이 필요할 때다. 가야테마파크의 중심인 철광산 가든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철광산 가든은 김수로왕 탄생 설화와 허 왕후의 사랑이야기를 화려한 색채와 음악, 입체 영상으로 표현한 넌버벌 퍼포먼스 '페인터즈 가야왕국'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넓은 공연장의 좌석에서 등을 기대어 공연을 즐기다 보면 피로가 싹 가신다. 공연은 평일 1회(오후 2시), 주말 및 공휴일 2회(오후 2시, 오후 4시 30분) 진행되며 1시간가량 소요된다. 월요일은 공연하지 않는다.

◇가야테마파크에서는 자전거로 22m 높이의 줄을 타고 왕복 500m를 오가는 익사이팅 사이클을 즐길 수 있다. 사진=김세형 기자

여행하다 보면 공연 시간을 딱 맞추는 건 쉽지 않다. 공연 시간에 맞출 수 없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철광산 가든에서는 자전거로 22m 높이의 줄을 타고 왕복 500m를 오가는 체험인 익사이팅 사이클과 익사이팅 플라잉을 즐길 수 있다. 해가 진 뒤에는 3D 미디어 쇼가 볼 만하다.

◇분산성은 최근 '김해의 만리장성'으로 SNS에서 '노을 뷰 맛집'이라는 뜨고 있는 곳이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해 질 녘 아름다운 분산성

가야테마파크 인근에는 분산성이 있다. 분산성은 최근 '김해의 만리장성'으로 SNS에서 '노을 뷰 맛집'이라는 뜨고 있는 곳이다. 김해시가지인 어방동과 동상동을 양분하고 있는 분산(분성산, 327m) 정상에 위치한 분산성은 둘레 923m, 폭 8m로 쌓은 성벽이다. 김수로왕의 아내인 허 왕후가 고향 아유타국을 그리워하며 거닐었던 곳이라고 전해진다. 남으로는 김해평야가 내려다보이고 서쪽으로는 김해시가지와 양동산성, 그 뒤로는 창원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한다. 해 질 무렵의 '왕후의 노을'은 금릉팔경 중의 하나로 꼽히며 김해낙동강레일파크의 '왕의 노을'과 마주 보고 있어 품위 있는 노을 뷰로 사랑받는다.

분산성은 정확한 축조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허 왕후의 전설이 깃든 해은사가 인근에 있어 가야시대부터 축조를 시작했다고 추정하지만, 삼국시대는 물론 청동기 시대의 흔적도 발견됐다. 고려와 조선시대, 최근까지 오랜 세월 여러 차례 증축과 복원을 거쳐 지금의 반듯한 모습으로 꾸며졌다. 총둘레 929m 중 서북 30m 구간은 성곽이 무너진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역사의 숨결을 좀 더 생생히 느낄 수 있게 했다.

분산성 안에는 허 왕후가 창건한 해은사와 고려 말기와 조선 말기에 이 성을 보수한 내력과 그들의 업적을 기리는 비석 4기가 있는 충의각, 거대한 자연 암벽에 '만장대'가 있다. 해은사는 허 왕후와 그녀의 오빠인 장유화상이 무사히 항해를 할 수 있도록 풍랑을 막아준 용왕님께 감사하는 뜻으로 창건한 절이다. 해은사에는 다른 절에는 볼 수 없는 대왕전이라는 전각을 갖고 있다. 대왕은 김수로왕을 의미하는 것으로 전각 내부에 김수로왕과 허 왕후의 영정을 봉인하고 있다. 김해에는 가야 설화가 서린 사찰이 유난히 많다. 서기 42년 김해에 세워진 가락국 시조 김수로왕과 혼인한 인도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의 오빠 장유화상(허보옥)이 동생의 신행길에 동행해 발상지 인도의 불교를 가락국에 전파했다는 설화가 곳곳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장유화상은 인도 남방불교를 최초로 전파하며 김해 명산마다 여러 사찰을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허 왕후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은하사의 쌍어문이다. 가락국의 국장이자 신앙의 상징으로 사용된 쌍어문은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이 물고기가 인간을 보호하는 영특한 존재로 여겨 사용하던 문장이다. 인도에 전파되고 힌두교의 여러 신상 중의 하나가 되어 사용됐다. 지금도 가야의 옛땅이었던 경남의 여러 불교사원에는 쌍어문이 남아있다. 김해의 은하사, 계원암, 합천의 영암사에 쌍어문이 그림이나 조각으로 있다.

◇수로왕릉.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 가벼운 산책 '수로왕릉, 수로왕비릉'

김수로왕과 허황옥을 현실로 마주할 수 있는 곳이 수로왕릉과 수로왕비릉이다. 가야테마파크 인근에 있는 수로왕릉은 높이 5m의 원형 봉토 무덤인 수로왕릉을 김해 사람들은 납릉이라고 부른다. 납릉정문의 화반 위에는 석탑을 가운데 두고 두 마리의 물고기가 마주 보고 있는 문양 (신어상 또는 쌍어문)이 있다. 허 왕후가 인도에서 왔다는 증거 중 하나라는 쌍어문양이다. 왕릉을 바라보며 왼쪽에 있는 비석의 이수에는 태양 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허 왕후의 나라인 인도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납릉 옆 숭정각에는 김수로왕과 허 왕후의 표준 영정이 있다. 김수로왕은 붉은색, 허 왕후는 푸른색 옷을 입고 있다. 낮에는 문이 열려 있어 영정을 볼 수 있다. 숭정각의 영정은 분산에 있는 해은사 영정을 토대로 그린 것이다. 가락유물관에는 가야 시대의 철기 문명과 고대 유물들이 전시 중이다. 춘추대제 때 제례 상차림의 모습과 제례복 등도 관람이 가능하다.

수로왕비릉은 수로왕릉에서 북쪽으로 1km 남짓한 곳에 있다. 가야 건국 설화가 전해지는 구지봉과 인접하고 동쪽으로 분산성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다.

왕비릉이 수로왕릉보다 높은 지대에 있는 것이 특이한데, 전해지는 이유도 다양하다. 원래는 김수로왕을 위한 자리였지만 허 왕후가 먼저 세상을 떠나자 사랑하는 왕비를 위해 명당을 내어주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는 허황옥이 타고 온 용선에 승선한 사람들로 장유화상과 신하들, 뱃사공 15명 등 40여 명이 타고 왔다고 적혀있다. 고대 인도 배에 대한 흥미로운 자료도 많다. 허 왕후는 불교문화와 차 문화 등 선진 문물을 가지고 들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가야의 우수한 철기문화와 함께 타국과의 경제 문화적 교류를 이루는 기반이 됐다.

◇수로왕비릉 앞쪽에 있는 파사각. 파사각은 신비한 기운이 깃들여져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사진=김세형

수로왕비릉 앞쪽에 파사각이 있다. 파사각의 석탑은 허황옥이 바다를 건너 가야에 올 때 싣고 온 돌탑이다. 파사석탑은 탑 같지 않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돌덩어리를 그냥 쌓아놓은 것처럼 보인다. 과거에는 탑이었지만, 허 왕후의 신비한 기운이 깃들었다고 해 사람들이 몰래 탑을 깨서 조각을 가져가는 바람에 모양이 이상해졌다고 한다. 아유타국의 흔적은 쌍어문양과 파사석 외에도 중건신도명비의 이수부분에 인도사원에서 보이는 태양무늬가 새겨져 있는 것이다. 파사각 앞쪽에 있는 소나무는 1999년 아유타국 왕손 부부가 기념식수를 했다.

◇수릉원은 김수로왕과 허황옥의 만남을 테마로 조성된 공간이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 손잡고 걷고 싶은 곳 '수릉원·경화역'

수릉원은 왕가의 품위가 느껴지는 생태공원이다. 김수로왕과 허황옥의 만남을 테마로 조성됐다. 동쪽의 산책로는 김수로왕을 기념하는 공간이다. '수로왕을 위하여'라는 제목을 갖고 있으니 김수로왕의 발걸음을 따라 걷는 느낌으로 여유롭게 걷는다. 구실잣밤나무, 상수리나무 등 곧게 뻗은 나무들이 서 있고 서쪽의 산책로는 대성동 고분군을 지나 허 왕후를 위한 공간이 나타난다.

'허 왕후를 위하여' 길에는 감, 살구, 개복숭아 등 열매를 맺는 유실수를 심어 여성적인 느낌의 산책로를 조성했다. 바람이 불어오는 대나무 사이의 나무 데크를 통해 보이는 언덕에는 허 왕후의 고국인 인도와 불교를 상징하는 피나무 군락이 있다. 정원의 연못은 해상왕국인 가야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옛 가야시대 습지에서 서식했던 것으로 추측되는 가시연꽃이나 노랑어리연꽃 등을 심었다. 신록이 우거진 봄부터 단풍이 물드는 가을까지 김해시민들의 피크닉 장소로 사랑받는 곳이다.

◇창원의 경화역은 매년 봄 벚꽃시즌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사진=김세형

김해에서 눈과 귀로 러브스토리를 즐겼다면, 인근에 있는 창원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창원의 경화역과 여좌천은 매년 봄이면 가족과 연인이 즐겨 찾는 곳이다.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산책코스로 안성맞춤이다.

경화역은 영화 '소년, 천국에 가다'와 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지이며, 여좌천은 드라마 '로망스'의 촬영지다.

◇봄날 벚꽃이 만개한 창원 여좌천 모습.사진=김세형 기자

여좌천에 있는 로망스 다리에서 고백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도 있다.

김해=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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