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제 좀 살아나나 했는데” 강릉 산불에 펜션·호텔도 불타...관광지 상인들 ‘한숨’

강릉=홍인석 기자 2023. 4. 1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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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예약한 강릉 펜션 주인분이 '다 타버렸다'고 울면서 전화를 하셨습니다.

11일 강원도 강릉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로 관광지 인근 펜션 30여채와 호텔 3개, 상가 2개 등 상업시설이 전소되거나 일부가 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600여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킨 강원도 울진군 삼척시 산불은 당시 관광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이번 강릉 산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게 지역 상인들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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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 수십여채 등 상업시설 전소되거나 불타
경포호수 인근 가게도 불길 못 피해
”관광에도 영향 있을 것”
11일 강원도 강릉시 난곡동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근 식당이 소실됐다./홍인석 기자
이달 말 예약한 강릉 펜션 주인분이 ‘다 타버렸다’고 울면서 전화를 하셨습니다.
경기도 일산에 거주하는 직장인 유인주(43)씨

11일 강원도 강릉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로 관광지 인근 펜션 30여채와 호텔 3개, 상가 2개 등 상업시설이 전소되거나 일부가 탄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고 봄 성수기가 도래하면서 관광객이 다시 돌아올 것이란 기대감에 부풀어있던 지역 상인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산림청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4분쯤 강릉시 난곡동 인근에서 산불이 나 재산과 인명피해를 초래했다. 피해면적은 축구장 530개 면적인 379헥타르(ha)로 추정된다. 주택과 펜션 등 시설물 101개가 전소되거나 일부가 탔고, 강원도 유형문화재 50호 방해정과 경포호 주변에 있는 비지정 문화재 상영재가 각각 일부 소실·전소됐다. 안현동의 한 전소된 주택에서 80대 남성이 숨졌을 뿐 아니라 주민과 소방대원 등이 화상을 입는 등 17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지역 주민들은 누적된 피해와 더불어 앞으로가 문제라며 고개를 떨궜다. 지난해 기준 298만명의 관광객이 강릉을 찾을 정도로 ‘힐링 여행지’로 자리매김했지만 이번 산불로 관광객이 줄어 생계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지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경포호수 인근 식당은 이미 불길에 휩싸여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워 보였다. 임당동과 교동, 금학동 등 주요 상권 역시 관광객이 유입되지 않으면 매출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교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38)씨는 산불 영향을 받았느냐 질문에 “지금은 비수기고 평일이라 사람이 큰 영향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산불이 빨리 진화됐고 주말에 비가 와 이번 주가 지나면 상황이 괜찮아질 것 같다”면서도 “숙박시설이 무너지고 인명피해도 발생해 관광객이 예전처럼 이곳을 찾을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택시를 모는 이모(47)씨는 “당장 피해도 문제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라며 “관광객이 오지 않으면 먹고 살기 더 팍팍해진다”고 했다.

11일 오후 강원 강릉시 난곡동에서 발생한 산불이 8시간여만에 진화된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 재발화 신고가 잇따라 들어오면서 소방 당국이 장비 192대, 인력 463명을 투입해 잔불 정리 등 야간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오후 9시 30분쯤 교동 술집 곳곳은 한산할 만큼 인적이 드물었다. 이 때문인지 문을 닫은 식당과 술집도 많았다. 술집과 편의점, 식당에 삼삼오오 모여 저녁을 즐기는 외국인 노동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주말에 짧은 여행으로 강릉을 찾는 관광객이 대폭 줄어든다면 상권 침체로 연결될 수 있는 상황. 지난해 5600여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킨 강원도 울진군 삼척시 산불은 당시 관광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이번 강릉 산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게 지역 상인들 생각이다.

주민들과 자영업자들은 이주민뿐 아니라 관광객 유입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 모텔 운영자는 “숙박시설은 물론이고 관광으로 먹고사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며 “강원도와 정부가 대형 산불에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원도 등도 대책마련에 나섰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정부에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해달라고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릉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권성동 국회의원도 “재난지역 선포와 관련해 아침에 행정안전부 관계자와 통화했고, 피해 규모로 봐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수 있는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며 “지사, 시장과 협조해서 반드시 선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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