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
경기일보 2023. 4. 12. 03:01
격동의 시기, 대한제국이 독립을 유지하는 방법은 중립국으로 가는 길이었고 그 길에 동반자로 삼은 나라가 벨기에였다. 대한제국은 러일전쟁을 앞두고 중립국을 선언하기도 했으나 이 정책은 일본에 의해 무력으로 짓밟혔고 러일전쟁이 일본의 승리로 끝나면서 대한제국의 중립국화는 실패하고 말았다.
벨기에 영사관은 1905년 중구 회현동에 있던 것을 1980년 지금의 남현동으로 이전 착공했다고 한다. 신고전주의 양식, 이오니아식 기둥으로 만들어진 유서 깊은 건물이 참으로 아득하다.
11년 전 군산에서 스케치 여행을 할 때 나는 아름다운 옛 군산세관을 보았고 벨기에에서 수입한 적벽돌로 지어졌다는 해설판이 기억났다. 이전한 벨기에 영사관은 내부를 새롭게 꾸몄고 서울시립 남서울 미술관이라는 명판을 달고 있다. 시각적으로 지루한 화이트 큐브만 바라보다가 이렇게 고색창연하고 아기자기한 방으로 장식된 전시장을 보니 색다른 여유와 품위가 느껴졌다.
전시장 창밖으로 하얀 벚꽃이 꽃비가 돼 먼 시절의 환영처럼 흩날린다. 따스한 봄볕을 들여놓은 전시장은 포근한 나무 복도로 이어진 2층까지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 선생의 웅혼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높은 천장 아래 오래전의 상설 전시처럼 잘 어우러져 고요한 적멸의 조형을 감상시켜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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