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검게 변했어요"…경기동남부 냉해에 과수농가 '망연자실'

최해민 2023. 4. 11. 11:3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배꽃이 까맣게 얼어 죽어 버렸어요. 45년 동안 배 농사지으면서 이런 경우는 또 처음입니다."

이씨는 "작년에는 4월 중순부터 수정을 시작했는데 올해는 갑자기 더워져 꽃이 피었다가 또 갑자기 추워지면서 냉해가 심했다"며 "올해 수확량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냉해를 입은 배나무는 이듬해 꽃눈 자체가 적어져 수확량이 더 떨어지므로 내년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안성·이천 등 이상저온…"수확량 줄고 상품성 떨어질까 걱정 태산"

(안성·이천=연합뉴스) 이우성 최해민 기자 = "배꽃이 까맣게 얼어 죽어 버렸어요. 45년 동안 배 농사지으면서 이런 경우는 또 처음입니다."

냉해 입은 배꽃 살피는 오형택 농민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1일 오전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오형택 씨의 배 과수원.

45년간 6천평 규모의 배 과수원을 운영해 온 오씨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긴 한숨을 토해냈다.

지난달 27일 영하 5도 안팎을 기록한 저온현상에 배꽃의 꽃잎과 암술이 까맣게 괴사하는 냉해를 입은 탓이다.

3곳으로 나눠진 오씨의 과수원 중 2곳(4천평)에서는 80%가량이 냉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오씨는 "작년보다 빨리 날씨가 따뜻해져 꽃눈이 살짝 열렸을 때 냉해를 입었다"며 "상품성이 가장 좋은 2~4번째 꽃이 죽은 곳이 많아 올해 수확한 배의 상품성이 떨어질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통상 배 꽃눈 1개에는 7개 정도의 꽃이 열리는 데 솎아내기를 할 때 꽃 1개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따준다. 이 중 2~4번째 꽃에서 열리는 배가 상품성이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냉해에서 농민들은 주로 먼저 핀 2~4번째 꽃이 죽고, 나중에 핀 5~7번 꽃은 살아남는 식으로 피해를 봤다.

양성면에서 1만5천평 규모의 배 과수원을 운영 중인 이해성 씨도 걱정이 태산이다.

이씨는 두 곳으로 나눠진 과수원 중 5천평짜리 과수원에서 70% 이상 냉해를 입었다.

이씨는 "작년에는 4월 중순부터 수정을 시작했는데 올해는 갑자기 더워져 꽃이 피었다가 또 갑자기 추워지면서 냉해가 심했다"며 "올해 수확량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냉해를 입은 배나무는 이듬해 꽃눈 자체가 적어져 수확량이 더 떨어지므로 내년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날까지 안성지역에서 접수된 배 과수원 냉해 신고는 농가 570곳(750㏊) 중 276곳(344㏊)으로 집계됐다.

농가 기준으로 전체의 48.4%, 면적 기준으로는 45.9%에서 피해가 발생한 셈이다.

평택에서도 전체 490개 배 농가(300㏊) 가운데 10개 농가(6.7㏊)에서 냉해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천시 장호원읍 냉해로 검게 변한 복숭아꽃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여주, 이천, 양평 등 경기 동부지역 과수 농가도 냉해를 피해 가지 못했다.

이천시 장호원읍에서 3㏊ 규모의 복숭아(1천200그루) 농장을 운영하는 이걸재 씨는 "복숭아는 배보다 상대적으로 꽃이 늦게 피어서 나을 것 같긴 한데 겉으로 봐서는 상당수 나무에서 냉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피해는 2주 정도 지나 수분 수정 결과가 나타났을 때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경기동부원예농협에서는 과수 꽃 만개 시기에 이상 저온현상이 나타나는 바람에 배와 복숭아 농가에서 냉해를 입은 것으로 보고, 피해 상황을 신고받고 있다.

허환 원예농협 상무는 "꽃 만개 시기에는 영하 1도에 노출돼도 냉해를 입는데 최근 2~3일 동안 아침 기온이 영하 2도 안팎으로 떨어지면서 배꽃과 복숭아꽃이 검게 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올해 수확량이 심하게 감소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여주·이천·양평 지역에서는 350개 배 농가가 400㏊ 규모의 과수원을, 1천여개 복숭아 농가가 1천㏊ 규모의 과수원을 운영하고 있다.

경기동부원예농협은 지금까지 배 농가 80% 정도, 복숭아 농가 50% 정도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했다.

안성시를 비롯한 일선 지자체는 농가를 대상으로 피해 현황을 신고받고 있으며, 현장 확인 후 재해 지침에 따라 농가에 복구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안성시 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 관계자는 "일부 농가에 냉해가 발생했으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인공수분을 되도록 여러 차례 해야 한다"며 "아울러 적과 시기를 최대한 늦춰 수확량을 늘리고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평군 한 농가에서 암술이 괴사한 배꽃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gaonnuri@yna.co.kr

goals@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