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건물에서 농사짓는다…‘원도심 살리기’ 차원에서 대전 본격 추진

윤희일 기자 2023. 4. 1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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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이 건물 내부에 수직형으로 조성한 스마트팜에서 채소가 자라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대전의 원도심인 동구·중구 일대에는 빈 건물이 많다. 둔산·노은·도안 등 신도시가 속속 생겨나면서 사람이 빠져나가고, 그로 인해 상권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건물의 임대료를 내리거나, 깨끗하게 리모델링을 해도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빈 건물에서 농사를 지어서 원도심을 살려보면 어떨까’라는 역발상의 아이디어가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도심 농사’는 광주 등 국내는 물론 일본 등 해외에서도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대전시는 동구·중구 지역 빈 건물에 ‘스마트팜’을 조성해 원도심을 살리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원도심 공실 활용 스마트팜 조성사업’에 착수했다고 9일 밝혔다.

‘스마트팜’은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빛, 공기, 온도, 습도, 양분 등을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인공지능(AI)으로 제어하는 실내 농장 시스템을 말한다. 날씨나 계절 변화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임성복 대전시 농생명정책과장은 “스마트팜 기술을 통해 미래농업을 키우고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함으로써 원도심 지역 건물의 공실 문제를 해결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우선 비어있는 건물 2개를 사업 대상으로 선정한 뒤 농업 교육·체험을 할 수 있는 ‘테마형 스마트팜’과 품종개량·기술실증·생산확대 등 농업 분야 기술을 연구하는 ‘기술연구형 스마트팜’을 각각 조성하기로 했다.

시는 지난달 23일 원도심 소재 건물주와 스마트팜 운영 희망기업 등을 대상으로 이 사업에 대한 설명회를 열었다. 사업을 주관하는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이 개최한 설명회에는 건물주와 스마트팜 운영 희망기업 관계자 등 120여명이 참석하는 등 호응이 컸다.

시와 일자리경제진흥원은 지난 7일까지 건물주 등으로부터 신청을 받았다. 동구 원·소제·정·중·삼성동, 중구 은행·선화·대흥동에 위치한 연면적 396.69㎡(120평) 이상인 건물이 대상이다. 현재까지 신청한 7개 건물에 대한 서류평가와 현장 평가 등을 통해 최종 2곳을 선정한 뒤 스마트팜 전문기업을 통해 농사를 짓도록 할 예정이다.

백운교 일자리경제진흥원장은 “원도심의 빈 건물에서 농사를 지어보겠다는 역발상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면서 “스마트팜을 통해 각종 채소를 키우고, 키운 채소를 이용해 샐러드 등을 만들어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판매하는 아이디어 등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동구·중구는 물론 대덕구·서구 등 다른 지역의 원도심에서도 사업대상을 확대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지하철 금남로4가역에 조성된 스마트팜에서 채소가 자라고 있다. 대전시 제공

이같은 사업은 광주에서 먼저 시도됐다. 광주도시철도공사는 농촌진흥청과 함께 지난해 1월26일 원도심 지역인 동구의 금남로4가역 역사 지하 2층 1089㎡에 스마트팜을 조성한 뒤 채소 등을 키우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도심의 빈 건물을 활용하는 대전시와 달리 광주에서는 지하철 역사를 활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일본에서는 대기업이 문 닫은 공장을 농장으로 바꾸는 사례도 있다. 전자회사인 도시바(東芝)는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시에 있는 자회사의 옛 플로피 디스크 공장을 시금치 등 채소를 재배하는 채소공장(농장)으로 바꿨다. 도시바는 1990년대 문을 닫은 뒤 비워뒀던 6600㎡ 규모의 ‘크린룸’을 2014년 농장으로 바꿔 2016년까지 농사를 지었다. 일본 도쿄(東京)의 도심인 지요다(千代田)구 오테마치(大手町)의 한 건물 13층에는 ‘오테마치 목장’이 있다. 이 목장에서는 소·염소·미니돼지·알파카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도심에서의 농업은 단순히 채소 등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서 도시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도시의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는 등 다양한 긍정적 요소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종석 충남대 교수는 지난 4일 ‘도심으로 들어온 푸른 농장 이야기’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지역의 기업 등과 협력하면서 기술집약형 스마트농업을 통해 고부가가치 작물을 생산한다면 원도심 건물 공실 문제를 해결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게 되는 등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 도심에 만들어진 ‘오테마치목장’. 일본 기업 파소나 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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