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시설재배 부산물 ‘깜깜이 처리’…제도 개선 시급

김다정 2023. 4. 1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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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발생량 조사조차 안해
어떻게 처리되는지도 잘 몰라
업체 아닌 농가서 폐기땐 불법
암면배지, 예전부터 자체 매립
새로운 폐기물 코드 신설하고
합리적 재활용방안 마련해야
시설원예 재배가 늘어가는 가운데 시설재배에 따른 부산물의 처리·폐기 관리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특히 폐기·재활용이 까다로운 양액재배농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국내 한 파프리카농장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국내 시설원예 규모가 늘어나면서 시설재배에 사용하는 부산물 발생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폐기·처리는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배지와 양액 등 시설원예에서 거의 ‘필수’라고 할 수 있는 농업자재의 사용 후 폐기·처리 문제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은 채 ‘깜깜이’로 처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체 시설원예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의 종류와 양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른 채 방치되고 있는 만큼 제도 정비와 관리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설원예 폐기물 발생·처리 관리 사각지대=원예작물의 시설재배면적은 빠르게 증가해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시설원예작물 재배면적은 8만3823㏊로 1990년 4만4613㏊에 비해 2배가량 늘었다. 특히 수경재배·스마트팜 도입으로 양액재배면적이 크게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를 살펴보면 1992년 불과 13㏊였던 양액재배면적은 2019년 3696㏊까지 증가했다.

이처럼 시설원예, 특히 양액재배가 늘어난 만큼 필연적으로 시설원예 폐기물 발생량도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정확한 발생량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잎·줄기·과실 등의 식물체 잔사와 코이어·암면(미네랄울) 배지, 폐양액 등 다양한 시설원예 부산물이 어디에서 얼마나 발생하고 있는지 누구도 확인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2020년 한국파프리카생산자자조회가 연구용역을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파프리카의 경우 전국 733㏊의 재배지에서 총 3만156t의 부산물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파프리카가 전체 양액재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적으로 약 20만t의 부산물이 배출되는 셈이지만 폐기·처리 방법은 물론 발생량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실에 맞는 대책과 제도 정비 서둘러야=현행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식물체 잔사나 고형배지 등 시설원예 부산물을 퇴비로 이용해 본인 소유의 논밭에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 경우 사전에 시·도에 신고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본인 소유 농지에 사용하지 않는 경우다. 이때는 사업장폐기물로 분류돼 처리·이동·폐기 등을 농가에서 실시하면 불법으로 간주된다.

특히 암면배지의 경우 아예 재활용을 할 수 있는 ‘폐기물 분류코드’가 존재하지 않아 폐기물업체를 통한 재활용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암면은 사업장일반폐기물 가운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그밖의 폐기물’로 분류되는데 이처럼 포괄코드가 적용되는 폐기물에 대해선 재활용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동주 한국파프리카생산자자조회 이사는 “현재 식물체 잔사와 코이어배지는 축산농가에 무상으로 양도하거나 자가 사용하고 암면배지는 자체 매립하는 게 관행적인 처리방법인데, 법률과 커다란 괴리가 있는 상황”이라며 “현장에선 폐기물을 법에 맞게 처리하고 싶지만 식물체 잔사, 코이어·암면 배지, 폐양액 등 발생하는 부산물의 종류가 다양한 데다 처리하는 방법이 까다로워 농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범법자가 되기 십상”이라고 토로했다.

관계 전문가들은 아예 폐기물 코드 가운데 ‘스마트팜·시설재배 폐기물’을 신설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준구 전북대학교 교수는 “시설원예 폐기물에 적합한 새로운 폐기물 코드 신설이 필요하다”며 “시설재배 부산물의 종류별 지역 거점 수거·재처리 시설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유기부산물을 일정 규모 이상 배출하는 농가(단체)는 합리적인 자체 처리 규정 신설과 인증 절차를 마련하는 것도 좋은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충근 농촌진흥청 연구운영과장 역시 “현행 암면 폐기물은 재활용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한데 네덜란드 사례와 같이 퇴비·비료·벽돌 등으로 활용이 가능하도록 별도의 폐기물 코드를 생성해야 한다”며 “코이어배지 역시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배지 처리가 가능한 폐기물업체를 통한 수거·집하 체계가 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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